선거를 열흘 앞둔 일요일, 국회는 이사에 한창이었습니다. 국회의사당 본관과 의원회관 사이에 지어진 '소통관' 이전 작업이 막바지였기 때문입니다. 기자회견실과 기자실이 있던 본청의 '정론관'도 이 곳 소통관으로 옮겨갑니다. 기자들은 더 바빠질 예정입니다. 기사거리 대부분은 본관에서 나오기 때문에 소통관에서 본관 건물로 뛰어갈 일도 늘어날 테지요. 조금 불편해지겠지만, 여의도와 세상을 잇는 국회 출입기자로서의 소명감도 다시금 느낀 휴일입니다. 

여느 선거 때와 다르게 이번 4.15 총선은 조용하게 치러지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선거운동은 제한받고 있습니다. 인지도가 낮은 정치 신인들에게는 더 불리합니다. 어느 선거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후보자는 기자에게 답답해 죽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가뜩이나 현역 국회의원을 상대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알릴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는다는 거죠. 자신의 지역에 출마하는 후보가 누군지도 제대로 모를 유권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유권자와의 소통이 줄어든 선거판에는 프레임 대결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정책의 디테일 대신 여당이 호소하는 '정부 지원론'과 야당이 외치는 '정권 심판론'이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동작을 지원유세에 나서 "국회에서 싸움꾼을 몰아내 달라"고 말했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조국을 살릴 거냐 대한민국 경제를 살릴 거냐"고 외쳤습니다. 여야가 주고받는 거친 말에 이따금씩 내놓는 대안들은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지난 연말 소통관 준공식에서 동의보감 한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20대 국회에서 소통은 없었습니다. 여야는 통하지 않았고, 국민은 아팠습니다. 남은 기간이라도 활발한 정책과 공약 대결로 소통해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여법하게 마무리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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