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송화 전 춘추관장,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 이은영 전 청와대 행정관

문재인 대통령이 네팔트래킹을 마치고 ‘시민사회수석’으로 청와대에 복귀한 2004년. 한 행정관이 자신을 보좌관으로 써달라며 사무실을 두드렸다. 호남출신의 여성, 유송화 당시 행정관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 당찬 여성에게 흔쾌히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2019년, 그녀는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춘추관장으로 임명됐다. 전임 권혁기 관장이 오랜 당직생활로 잔뼈 굵은 스타일이었다면, 유 관장은 그야말로 ‘여성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춘추관을 떠날 때쯤엔 ‘청와대 엄마’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노원갑’에 도전장을 냈다.

디자이너 출신 김빈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은 ‘문재인 키즈’ 중 한 명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발탁된 영입인재 6호였다. 하지만 ‘청년 비례대표’ 면접에서 탈락했다. 불공정 논란으로 당시 많은 이들이 탈당했지만 오히려 낙천자 유세단 ‘더컸유세단’으로, 대선에선 ‘더벤져스’라는 이름으로 뛰었다. 민주당 디지털대변인과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행정관을 역임했다. “불류즉부(不流則腐),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며 이제 자신의 이름으로 ‘서울 마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은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세 아이의 엄마다. 윤건영, 권혁기 등 대학 동문들과 학생운동을 함께했던 20대를 보낸 이후, 아이들의 고사리손을 잡고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 등에서 25년 간 민주당 부침의 역사를 함께했다. 이 전 행정관은 출마선언에서 “세 아이를 키운 평범한 엄마의 눈높이에서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잘 살피고 행동 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여성 비서로서는 유일하게 지역에 도전한다. 출마지는 ‘경기 의왕-과천’이다.

현 정권 청와대 참모들의 출마러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세 여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민주당의 전략적 요충지에서 현역 ‘골리앗’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송화 전 관장은 고용진 의원과 김빈 전 행정관은 노웅래 의원, 이은영 전 행정관은 신창현 의원과 각각 경선에서 맞붙게 된다. 올해 총선에서 민주당은 공천시 여성 ‘신인’에게 가점 25%를 부여하고, 지역구 공천 중 30%를 여성에게 할당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는 점은 뼈아프다. 식사자리에서 만난 의원실 관계자는 “현역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말한다. 의원 1인에 배치되는 9명의 보좌진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에 투입된다. 후원금으로 ‘의정보고서’를 만들어 돌리는 등 홍보물 배포 및 총선거비용 제한 기준을 피해갈 수도 있다. 알을 깨는 고통은 순전히 신인의 몫이다.

최근 미국에선 ‘대이변’이 있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첫 관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38세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위를 차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에 나타난 혜성 같은 신인을 보면서, 역시 미국 정치는 복원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겐 끊임없는 선택지가 있다. 정치가 하나의 업계가 된 우리나라도 아마추어들의 진입장벽을 낮춰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새 물이 콸콸 들어와 사회의 평형수를 채워야 한다. 물론 기대감 하나로 시민의 대표가 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100미터 달리기를 50미터 언저리에서 시작하는 기성의 정치인보다, 가족들을 총동원해 시민을 만나고, 자신의 진정성을 알리려는 그들에게 눈길이 가는 건 사실이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