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립 차관은 '스트롱맨' 간부들 별명 부르며 "핵심만 말하세요" 호통치기도

출처=자이언트 펭TV

올해 가장 화제를 모았던 인물은 누구일까?

연예부문에서는 대체로 미스트롯 송가인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EBS 유튜브 크리에이터 팽수가 송가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1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5일 간 진행한 '2019 올해의 인물' 설문조사에서 펭수가 1위에 오른 것이다.

펭수는 BTS와 송가인이 버티고 있는 방송·연예 분야에서 총 20.9%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송가인(17.6%)과 방탄소년단(16.7%)이 뒤를 이었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백종원, 스포츠 분야에서는 손흥민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팽수’가 백종원 손흥민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펭수의 인기 비결로 허스키한 목소리와 기존 관념을 깨는 신선한 행동을 꼽았다. 펭수의 독특한 모습이 한국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밀레니얼들의 취향에 맞았다는 분석이다.

펭수는 기존 관습을 가감 없이 비판하고, 스스로가 슈퍼스타가 된 것을 자랑하면서 존경하는 사람은 나 자신임을 밝히고 있다. 거기에 팬들과 김명중(EBS사장도 존경한다며 위트있는 답변을 한다.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관객을 웃기고 특히 거침없는 입담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장관(외교부)을 만나도 “여기 대빵이 누구냐”며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차관(복지부)에게도 먼저 퇴근하라고 호통을 칠 정도다.

MBC여성시대에 출연해서는 “MBC사장이 누구인 줄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 사장이 누구냐?”며 너스레를 떤다. 진행자가 “최승호 사장이다”라고 말하자. “그 사람 잘 모른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특유의 유머 감각과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 두둑한 배짱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그의 인기 비결은 높은 사람 앞에서는 말도 못하고 벌벌 떠는 현대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데 있을 것이다.

대체로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윗사람의 위세에 눌려 말도 제대로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직장내 갑질 금지니 뭐니 하는 말들을 하지만 하위직이 상사가 갑질을 한다고 해서 그것을 내놓고 비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현대인의 마음을 뻥 뚫어주는 게 바로 펭수다.

가면의 힘 익명의 힘 전신을 감싼 캐릭터의 힘일 것이다.

이런 '펭수'는 여행업계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에서 항공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9월부터 지난달(11월) 15일까지 남극으로 가는 환승 기점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공항행 항공권 검색량이 지난해보다 227% 급증했다.

펭수를 배출한 EBS도 펭수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EBS 프로그램 제작비로 28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국민 캐릭터로 부상한 ‘자이언트 펭TV’ 펭수의 효과를 부인하기 힘들다.

이처럼 여행업계는 물론 자사 예산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각 방송을 종횡무진 누비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펭수를 정부부처에서도 모시기에 나섰다.

지난 11월 6일 외교부를 찾아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소개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펭수는 외교부 건물을 둘러보던 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

이어 펭수는 보건복지부 업무에 동참했다.

자이언트 펭TV에 올라온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는 영상을 펭수와 함께 제작한 것이다.

내용은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힘들어하는 매니저에게 “그렇게 힘들면 혼자 있으면 안 되는데”라고 말하는 펭수, 홀로 떨어져 외톨이가 되어가는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또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아니죠, 그쵸?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한마디다.

내친김에 펭수는 “오늘은 내가 대빵”이라며 1일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았다. 차관 등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펭수는 업무파악을 위해 회의를 진행했다. 길게 보고하는 간부를 향해 “굵고 짧게 말하세요” “핵심만 말하세요”라고 하는 등 쉽고 편한 보고를 당부했다. 간부들 이름이 어렵다며 김강립 차관은 스트롱맨, 그 외 간부들에게도 참치 제비 오리 등 별명을 부르며 장관 업무를 수행했다. 급기야 직원들을 만나 “내가 힘들다 하는 사람 나오세요.” 하더니 갑자기 퇴근을 명했다.

물론 이 상황은 보건소를 가기위한 설정이었지만 ‘퇴근’이라는 말 한마디로도 시원함을 안겼다.

복지부가 펭수와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조승아 디지털소통팀장이 오래 전부터 섭외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팀장은 펭수가 지난 9월 ‘이육대(아이돌 육상대회)’를 통해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자 ‘덕후’임을 내세워 섭외에 나섰다고 한다.

복지부가 이처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펭수를 통해 부처 업무를 홍보하고 국민들의 건강관리의 중요성과 사전 예방을 위한 방향을 제시한 것은 두고두고 칭찬할 일이다.

어떻게 하면 부처의 업무를 국민들게 좀 더 다가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공무원들이 할 일이다.

지금 정부 부처들은 ‘펭수’를 모실 묘책을 고민 중이다. 펭수가 물리적 시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몸값도 비싸 쉽게 모시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비숫한 캐릭터를 구상하기도 하고 다른 방법으로 홍보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기존의 홍보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펭수 등 캐릭터를 활용한 친근하고 쉬운 홍보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이미 사회적 대세가 된 펭수를 통해 ‘동방예의지국’을 내세우며 보수적이고 억압된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카타르시스를 얻었음은 분명하다.

우리의 스타 펭수 어록을 되새기며 자신감 있고 건강한 삶이었으면 한다.

“사장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자신감은 자신에게 있다. 그걸 아직 발견 못한 거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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