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희 정승이 국회의장 될 날을 기대해보며

슈퍼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두고 국회에는 '도떼기 시장'이 열렸습니다. 오가는 고성과 실랑이가 시장의 매력이지만 국회에서는 국민 혈압만 올리는 판이었습니다. 평행선을 달려온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불러온 탓이라 해도 문희상 국회의장도 단단히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여·야를 떠나 중립적인 위치에서 국회를 운영해야 할 입법부 수장이 편파적인 진행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문희상 의장은 관행을 이유로 예산안부수법안에 앞서 예산안을 처리해 '날치기'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묵살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는 등 한 쪽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의장석을 둘러싼 한국당 의원들은 '아들 공천' '날강도' 등 문 의장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구호로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본회의장 한국당 의석에는 '아빠 찬스 OUT'이라는 문구가 붙여져 문 의장을 괴롭혔습니다.

문 의장의 진행을 보며 필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0년 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복수 노조 허용 등을 중심으로 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결단을 내렸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소속 정당인 민주당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힘을 합쳐 법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던 것입니다. 같은 당 의원들의 물리적 저지를 경호권까지 발동하며 봉쇄하는 과정에선 추미애 당시 위원장의 변절을 의심해보기도 했습니다. 국회 상임위원장도 중립적이고 공정한 회의 진행을 요구받는 자리라는 점에서 당과 정면 충돌을 감수하면서까지 소신을 지킨 자세는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19대 국회 후반기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소속 정당으로부터 한 때 비판받던 인물이었습니다.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 선진화법 개정안의 상정을 거부해 당시 새누리당으로부터 원성을 샀습니다.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자유한국당도 아마 정의화 의장을 미워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14대와 16대 두 차례를 역임한 이만섭 전 의장은 의장 재임 당시 스스로 당적을 이탈해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며 보수와 진보를 초월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여야로 나뉘어 있는 정치권에서 국회의장의 중립성은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장은 선출 직후 무소속이 되지만 사람인 이상 정확한 중립을 지키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접점을 찾지 못한 안건에 대해서는 특정 정당이 입맛에 따라 편향성 여부로 몰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라면 굳이 국회의원 중에 뽑을 것이 아니라 외부 인사를 영입해 자리에 앉히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요. 국가의전 서열 2위인 만큼 국민이 투표로 뽑아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말이 옳고 네 말도 옳다"는 황 희 정승 같은 분이 국회의장 적임자 아닐까 여겨집니다, 한 쪽은 옳고 반대쪽은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에 따르다보면 중립성은 애초 지켜질 여지가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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