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은 스포츠 애호가를 자처하는 필자에게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해이다. 당시 군부 독재의 서슬퍼런 위세가 여전했던 시절, 많은 국민들은 스포츠를 통해 삶의 애환과 고단함을 달랬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해에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은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사실 국민들이 스포츠에 더욱 열광하고 집착하게된 배경은 따로 있었다. 1980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프로야구,프로 축구 등 스포츠 붐을 조성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영화들을 많이 만들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3S'(스포츠·스크린·섹스) 정책,우민화(愚民化)정책을 폈다. 돌이켜보면 당시 5공 정부의 3S 정책은 국민들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영혼을 빼앗아간 아주 죄질이 불량한 국가 시책이 아닌었던가 싶다.

이처럼 스포츠가 집권 세력에 의해 악용되던 1986년에 탄생한 스포츠 스타들도 적지 않다.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에서 3관왕을 차지한 여고생 임춘애는 라면만 먹고 훈련을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큰 화제를 뿌렸다. 금메달을 딴 뒤 우유를 마시고 싶다고 하자 유명 우유업체가 평생 우유를 무상으로 제공해주겠다고 해서 또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중에는 본인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지금도 임춘애를 헝그리 정신의 대명사로 기억하고 있다.

서울 아시안게임 당시 임춘애 못지 않게 화제를 뿌린 스포츠 스타가 한명 더 있었다. 바로 국가대표 수영선수 최윤희이다. 최윤희는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의 배영 100m와 200m에 출전해 금메달 2개를 따내면서 '아시아의 인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뛰어난 수영 실력에 귀여운 외모까지 갖춰 지금의 김연아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당시 금메달을 딴 뒤 시상대에 올라 태극기를 바라보던 최윤희의 모습은 오랫동안 국민들의 가슴속 기억 한편에 자리잡았다.

최윤희는 선수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가수 유현상과의 깜짝 결혼으로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13살 연상으로 록밴드 백두산 출신의 유현상과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밀 결혼식을 올렸을 때 많은 팬들은 충격과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고 유현상이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비난을 퍼붓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윤희는 이후 대중들에게 서서히 잊혀져갔지만 대한체육회 이사와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스포츠 행정 분야에 몸담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 경영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다시 1년이 더 지나 최윤희는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가 체육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인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전격 임명이 된 것이다. 국가대표 출신 스포츠 선수가 차관에 발탁된 건 지난 2013년 임명된 '사격스타' 박종길 전 문체부 차관에 이어 두 번째이다. 최윤희 차관의 대학(연세대) 선배인 최동철 스포츠 대기자는 최 차관에 대해 운동선수 출신으로 공부도 아주 열심히 했다며 능력을 높게 평가하기도했다.

그러나 최윤희 차관 임명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체육계에서는 오랜만에 현장 체육인 출신 차관이 나왔다면서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야당 등에서는 대선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선언을 한 최윤희 차관에 대한 보은 인사, 전문성과 행정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스포츠 스타가 은퇴 이후 지도자나 행정가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는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가르치는 선수들의 수준과 잘나갔던 자신의 선수 시절 수준을 자꾸 비교해 선수들을 다그치고 현실에 맞지 않은 지도방식을 쓰는 경우가 많아 훌륭한 지도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스포츠 행정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운동만 하다가 생소하기만 한 학업의 길에 뛰어들어 보란 듯이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동화속 인어 공주는 육지로 나오면서 꼬리가 다리로 변하지만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어버렸다. 33년만에 뭍으로 다시 나온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차관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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