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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위원장,"역사적.인문적.자연적 유산 전해주는 역할...건축의 최고 목표"[BBS 경제토크]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BBS NEWS | 승인 2019.10.28 11:56

출연 :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진행 : 신두식 기자

 

신두식 : 예고해드린 대로 오늘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승효상 위원장과 함께하겠습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승효상 : 예, 안녕하십니까?

 

신두식 : 축하 인사부터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얼마 전에 오스트리아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을 수상하셨는데요. 아시아인 최초라고 들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한 말씀 해주시죠.

 

승효상 : 대단히 명예스럽고 영광스럽습니다. 특히 쟁쟁한 사람들이 있는 아시아의 일본이나 중국보다 더 먼저 한국에서 이 훈장을 수여받았다고 하는 것이 참 더없이 자랑스럽습니다.

 

신두식 : 오스트리아랑은 그쪽에서 유학하신 인연도 있으시죠?

 

승효상 : 80년대에 유학을 가서 거기서 사실 공부도 했지만 결혼도 했고요. 아이도 거기서 낳았고. 제 생일이 오스트리아 독립기념일하고 똑같습니다. 그게 인연이 된 건지도 모르지만 거기서 한 2년 있었고요. 그 사이에 오스트리아하고는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제가 오스트리아 건축 환경을 소개하기도 하고 한국의 상황도 가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에는 제가 공부했던 빈 공과대학의 객원교수로 가서 1년을 가르치기도 한 인연이 있습니다.

 

신두식 : 그렇군요. 오스트리아는 건축이 많이 발달한 곳인가요?

 

승효상 : 유럽을 600년 동안 지배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본산이니까 유럽의 전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요.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이고 상당히 보수적 색채가 강하지만 전통을 지키려고 하는 그런 입장에서 비롯되어 있고 특히 문화 예술이 꽃피운 것은 말할 나위 없이 찬란합니다.

 

신두식 : 그렇군요. 현재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조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를 해주십시오.

 

승효상 : 한 나라의 모든 정치나 경제의 형태는 어떻게든 도시와 건축의 형태로 남아서 후세에 전합니다. 그것을 대통령도 물론 전문은 아니고 각 부의 장관이나 이런 부처장들이 전문이 아니라서 전체 공공건축, 국가에서 행하는 건축이나 도시에 관한 사안들을 일관된 입장에서 자문할 필요가 있어서 만들어진 그러한 위원회고요. 그래서 건축에 관한 정책을 심의도 하고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그것을 자문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두식 : 국가 전체의 건축, 이런 것을 디자인하는 곳이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위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국토 전체의 조감도라고 할까요? 어떻게 그리고 계세요?

 

승효상 : 우리나라는 우선 지형적으로 너무 아름다운 형태를 갖고 있는 곳이라서 이 땅 자체가 우리가 쓰는 장소라기보다 후대에 아름답게 가꿔서 넘겨줘야 될 대상으로 보는 것이 마땅해서 이 땅에서 삼가면서 집을 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두식 : 어떤 것을 조심해야 될까요?

 

승효상 :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되고요. 자연의 풍광에 맞아야 되고. 이때까지 역사적으로나 인문적으로나 자연적으로 있어왔던 유산들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 우리로서 할 수 있는 건축의 최고 목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두식 : 원래 우리 건축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이었잖아요.

 

승효상 : 그렇죠. 결코 자연을 거스르지 않았는데 지난 시대에 서구의 영향을 받아서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우리가 너무 많이 했죠.

 

신두식 : 도시화가 되면서 건축이 자연과는 좀 괴리되는.

 

승효상 : 그 점을 반성하고 성찰하는 목소리도 많이 커져서 다시금 우리가 지난 시기에 해온 방향을 조정하는 작업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신두식 : 최근 건축계 이슈 중에 하나가 3기 신도시 건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토부가 3기 신도시에 대해서 발표를 했었고 지난 1기 신도시보다는 좀 더 자연 친화적, 교통 친화적으로 만들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3기 신도시는 1, 2기 신도시에 비해서 어떤 점을 보완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승효상 : 지난 1기, 2기 신도시들은 주택의 물량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면 지금은 그런 양적 공급보다는 질적 공급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고요. 더구나 지난 시대의 신도시 만들기는 서양 도시를 흉내 내기에 급급한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주거 지역, 상업 지역, 공업 지역처럼 등급화시키고 도로도 체계화시켜서 계급화시키는 그런 도시 구조를 만들어왔는데, 사실 그런 도시는 주로 평지에서 만들어진 도시거든요? 우리는 산이 70%가 넘는 땅에서 그런 류의 도시 프레임으로는 맞지가 않아서 우리 땅을 먼저 존중하고 만드는 도시, 그리고 공급 위주가 아니라 조금 전에 말씀드린 대로 수요자, 사용자 위주의 도시를 만드는 것이 더욱 더 긴요하다고 생각해서 전혀 새로운 도시를 만들 각오를 하고 있고요. 또 어떻게 그런 방향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여러 전문가들과 토론을 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신두식 : 도시를 수요자의 관점에서 만들 수 있다, 이런 정책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지난해에 통도사, 부석사 등 우리나라의 전통 사찰 7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됐습니다. 의미 있는 일인데요. 위원장님께서 생각하실 때 우리나라의 사찰, 사찰 건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승효상 : 저는 사실 제 건축은 사찰 건축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사찰 건축으로부터 받았고요. 물론 추상적으로 사찰 건축이 비움이 중심이고 한 이야기를 할 수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사찰은 좌향하는 방법이 독특합니다. 로케이션인데. 건물을 서로 배치시키는 방법이 아주 독특해서 거기서 얻는 배움이 엄청나게 큽니다. 그러니까 물론 불교 건축의 배치가 만다라의 원리라든가 이런 측면을 근거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산사들은 바탕이 비탈진 지형이라서 그 산의 지형을 이용해서 건물을 어떻게 배치시키면서 가운데 마당들을 두고 어떻게 정렬을 하느냐는 원칙들이 사찰마다 다 다릅니다. 그래서 모든 사찰에서 독특한 구조를 발견하고 제 건축의 중요한 원칙이나 원리로 차용하기까지 한 사람입니다.

 

신두식 : 그렇군요. 요즘 가을이라서 여행가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건축의 미를 느낄 수 있는 사찰, 또는 문화재 추천해주실 곳이 있으신가요?

 

승효상 : 가을이니까 단풍이 좋은 내장산 같은 데 가는 것도 좋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 가을날 스스로를 성찰하기 위해서 봉정사에 있는 영산암, 홀로 되는 것을, 그 영산암이 주는 비움의 지극한 아름다움을 맛보면서 자기 스스로를 돌아볼 수도 있고요. 혹은 선암사 같은 절은 봄에 가면 매화가 아주 아름답지만 사실 매화가 아름다워서 사찰을 잘 보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지금은 선암사의 민주적 도시 구조 같은 모습이 드러나서 선암사는 모든 건물들이 하나의 독립된 구조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마치 다원적 민주주의 체제의 도시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독특하고요. 통도사 같은 절은 정말 도시 같은 절입니다. 메인 스트리트가 있고 거기에 간선도로들이 뻗어 있고 거기에 비롯되는 건축을 아주 독특하게 형상하고 있어서 굉장히 다양한 구조를 볼 수도 있고 해서. 사실은 이 가을이 사찰을 소유하기에는 정말 적합한 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신두식 : 사찰 건축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표적 건축물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을까요?

 

승효상 : 그럼요. 엄정한 질서가 있지만 그 질서는 자연의 조화를 목적으로 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정말 기가 막합니다. 배치에서 기가 막히는 절은 부석사 같은 절을. 그 좌향은 정말 드라마틱하죠. 너무 근사합니다.

 

신두식 : 외국에도 이렇게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물들이 있나요? 우리 전통 건축물들은 자연과 조화를 많이 이루고 있잖아요?

 

승효상 :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외국의 건축은 기본적으로 자연을 지배하려고 드는 욕망에서 비롯된 건축이라서 자연을 조화시킨다기보다는 자연을 자기에게 조화시키려고 하는 그런 욕심이 있는 건축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이런 예를 있긴 있겠지만 그렇게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신두식 : 서로 철학이 다르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위원장님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그런 말이 빈자의 미학입니다. 빈자의 미학을 표방하시고 그걸 화두로 삼고 건축 활동을 하시는 것으로 제가 들었는데요. 빈자의 미학이라는 화두를 가지시게 된 계기라고 할까요? 어떤 것일까요?

 

승효상 : 건축을 돌아가신 김수근 선생님 문하에서 15년을 배웠습니다. 그 분이 병환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제가 독립해야 됐을 때 15년 동안 저는 김수근 건축을 파고들었기 때문에 제 건축을 알지도 못했고 심지어는 제가 누군지도 알지 못했어요. 완전히 저를 잊어먹고 지냈던 기간이기 때문에. 그러다가 서울에 있는 옥수동 달동네를 한 번 지나갔는데 그 동네의 구조가 제가 어릴 적, 저는 부모님이 이북에서 피난 내려와서 피난촌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거든요? 그 피난민 촌락의 구조와 너무나 닮아있는 거예요. 달동네라고 하면 못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니까 서로 가진 게 적고 많은 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했는데 그 나누는 부분이 그 달동네의 길들입니다. 길이 통행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거기서 만나고 헤어지고 공동체를 있게 하는 그런 공간인데 그 구조가 너무 제 가슴에 맞아서, 또 그렇게 보니까 모든 건축에 지혜가 다 있다고 하는 것을 제가 문득 재인식하게 되고, 이거면 제가 잘 할 수 있다고 마음먹게 돼서 그것을 뭉뚱그려서 빈자의 미학. 사실 빈자의 미학은 가난한 사람의 미학이라고 직역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고 가난할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한 미학, 이렇게 선언을 하고 이 안에서만 제 건축을 하겠다고 한 지가 어느덧 30년 되어 갑니다.

 

신두식 : 재건축, 재개발 이게 계속되고 있어서 도시가 점점 달동네는 없어지고 이웃 간의 정겨움이라고 할까요? 그것도 없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재건축, 재개발을 할 때 위원장님은 어떤 점을 생각하면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승효상 : 재건축, 재개발을 할 때 보통 우리가 해온 방법이 그 땅에 있는 건물들을 지우개로 지우듯이 백지화시키고 새롭게 건물을 얹는 것인데 그것은 자기 스스로를 기억상실하게 만드는 것이거든요? 모든 땅에는 모든 역사가 녹여져 있습니다. 그것을 터무니라고 하죠. 터무니가 있다 없다는 땅에 무늬가 있다, 없다니까 우리 선조들은 땅하고 우리 존재를 아주 밀접하게 연관시켰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집을 지을 때 모든 과거의 기억을 지우고 집을 지으면 터무니없는 집이 되고 마니까 터무니없는 삶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우리가 터무니있는 삶이 되려고 하면 과거의 기억을 존치시키고 그 연장선상에서 새로운 무늬를 덧대는 방법이 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건물을 허물고 새롭게 짓기보다는 가급적이면 고쳐서 다시 쓰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아닐까. 특히 요즘 서울시를 중심으로 해서 도시재생이라고 하는 것이 거기서 비롯된 그러한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신두식 : 도시재생을 할 때도 기존의 문화라든지 공간이라든지 삶이라든지 이런 것을 다 고려하면서 추진해야 된다, 이런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승효상 : 그렇죠. 서양의 방법은 재개발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의료적으로 이야기하면 외과 수술적 방법입니다. 살을 다 도려내고 새롭게 이식하는 것인데, 우리 동양의 방법은 침술적 방법이라고 해서 아픈 혈맥에 침을 하나 놓으면 그 침이 점진적으로 작용해서 주변을 치유시키는 방법이니까 이것은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확실하고 경제적으로도 굉장히 절약되는 방법이고요. 무엇보다도 주변을 끌어들이니까 주민 참여가 가능한 방법이라서 이게 사실은 도시 침술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지혜로운 방법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신두식 : 잠시 쉬어가겠는데요. 이 시간에는 출연하신 분의 신청곡을 받아서 들려드립니다. 위원장님, 어떤 곡 듣고 싶으신지요?

 

승효상 : <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노래가 음악이 참 좋습니다.

 

신두식 : 아르보 페어트라고 들었는데요. 아르보 페어트의 <Spiegel im spiegel> 이 곡을 듣고 계속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연주곡이 길어서 다 듣지는 못할 것 같고요. 조금 들어봤습니다. 오늘 참 고요한, 승효상 위원장님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음악인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중간에 들으시는 분은 궁금하실 텐데요. 오늘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승효상 위원장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위원장님, 개인적인 질문 좀 드릴게요. 경남고등학교 졸업하셨잖아요? 문재인 대통령님하고 동기라고 들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문과의 문재인, 이과의 승효상 이런 말도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다니실 때 추억 같은 것이 있으면 한 말씀 해주세요.

 

승효상 : 서로 말이 없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다닐 때는 친하지는 못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그 당시에 굉장히 유명했습니다. 다리를 저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 책가방을 항상 들어다주기도 하고 소풍을 갈 때 산으로 가는데 그 친구가 잘 못 올라가니까 그 친구를 업고 올라가다가 소풍을 다 즐기고 내려오는 학생들과 중간에서 만났어요. 그 내려오는 학생들이 죄책감이 들어서 그 친구를 다시 다 나눠서 업고 내려오고 하는 그런 일화가 굉장히 유명합니다.

 

신두식 : 그런 기억이 있으시군요.

 

승효상 : 공감 능력이 학교 다닐 때부터 탁월했던 친구가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신두식 : 학교 다닐 때 이야기는 안해보셨어요?

 

승효상 :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그 당시에는 이북에서 내려온 집안이고 저도 사실은 그렇거든요? 저는 평북에서 내려왔는데. 그러니까 주류가 아니었죠. 경남고등학교 주류는 부산 출신들이 와서 한 건데 저도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교에서 전혀 말이 없는 없는 학생이었고 그래서 친하지는 못했습니다.

 

신두식 : 그러셨군요. 그리고 위원장님께서는 동숭동에서 건축사무소 이로재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이로재라는 이름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이걸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말씀해주시죠.

 

승효상 : 제가 올해 사무실을 개설한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신두식 : 1989년부터 하신 거네요?

 

승효상 : 그렇습니다. 맨 처음 시작할 때는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TSC라고 하는 이름이었는데 제가 빈자의 미학이라고 하는 말을 내걸고 첫 번째로 설계한 것이 수졸당이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집인데 유홍준 교수의 자택입니다. 당시 유홍준 교수는 책을 펴내기 전이었기 때문에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기 아버님 퇴직금을 받아서 집을 새로 집장수 같은 집을 지어야 되는데 제게 싼 집을 설계해달라고 저에게 부탁을 하고 설계비도 제대로 다 줄 돈이 없어서 일부로 저한테 제가 탐내고 있었던 현판을 하나 준 것이 이로재라고 하는 현판입니다. 이로재라고 하는 뜻이 이슬을 바른 집이라는 뜻인데 중국 예기에서 나오는 것이거든요?

 

신두식 : 이슬 로자, 밟을 이자로 해서.

 

승효상 : 이름이 하도 좋아서 사무실 이름을 그걸로 바꿔서 오늘날까지 쓰고 있습니다.

 

신두식 : 이슬을 밟는 집이면 새벽에 많이 구상을 하시겠는데요?

 

승효상 : 원래는 가난한 선비가 자기 아버지 모시고 살다가 아버님이 아침마다 나오시면 윗옷을 건네 드리기 위해서 이슬을 밟아가면서 아버님 계신 처소까지 가는 뜻이라고 해서 이로재거든요? 가난한 선비가 사는 집이라는 뜻인데 제가 이 이름을 사무실 이름으로 바꾸니까 저희 직원이 하는 이야기가 새벽에 이슬 밟는 사람이 도둑놈하고 설계사무실 직원 밖에 없다고 한참 웃은 적이 있습니다.

 

신두식 : 위원장님께서는 서울시 총괄 건축가를 역임하신 바도 있으시잖아요? 최근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하려고 해서 시민들과 소통을 하고 했는데요. 광장 조성이라는 과제에 급급해서 통합적인 도시 계획이 부족하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광화문 광장 조성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승효상 : 사실은 소통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서울시는 너무 억울합니다. 굉장한 소통을 해왔거든요? 시민위원회를 만들어서 몇 년 동안 수없이 많은 회합을 가지면서 의견을 청취를 했고요. 그런데 그 과정에 그렇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도 많은데 그걸 전혀 모르던 분들이 자기들은 몰랐다고 새롭게 우리 의견을 들어달라고 해서 서울시가 시간을 정해놨다가 그 여론을 또 받아들여서 또 듣겠다고 해서 다시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시로서는 참 억울한 점이 있죠. 사실은 많은 소통을 해왔는데. 광화문 광장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제가 학교 다닐 때 70년대부터 광화문 광장을 어떻게 바꾸자는 논쟁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특히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던 오세훈 시장 시절에 또 굉장히 수없이 많은 논쟁들이 있어서 바뀌었고요. 이렇게 바뀐 결과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서 일상적인 삶보다는 기념비적인 광장이라서 이걸 다시 재구조화하자, 다시 바꾸자고 하는 것이 힘을 얻어서 지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기로 해 있습니다. 사실은 이 광장 자체를 일상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광화문 광장은 이어져서 경복궁 뒤에 있는 북악산하고 연결되지 않습니까? 이 축이 서울의 축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징축이라서 항상 이 축은 권력과 민중이 서로 대립하는 공간이에요. 역사적으로 보면. 그런데 이것을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본관에서는 집무하지 않습니다. 내놓았거든요? 지금도 청와대 본관은 시민들이 관람하도록 오픈해있기 때문에 저는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을 해서 광화문에서 북악산까지 이루어지는 이 축을 전부 온전히 시민하게 돌려주자는 겁니다. 광화문에서 걸어서 경복궁 지나서 청와대 지나서 북악산까지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하면 이 축이 대립의 축이 아니라 온전한 시민의 축, 민주주의의 축으로 상징으로 바뀌니까 이게 민주주의의 공간적 완성의 부분이 아닐까,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서 우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광화문 광장 자체가 기념비적인 중앙분리대 같은 공간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으로 먼저 바뀌어야 된다고 그게 선결과제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이게 점점 올라가서 북악산까지 연결시키려고 하는 것이 저의 생각이었고요. 이게 시대적 요청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하고 제 의견을 적극 개진하게 됐습니다.

 

신두식 : 그리고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건축 인허가 제도를 개선 내지 폐지를 추진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던데. 어떤 이야기입니까?

 

승효상 : 사실 건축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에 다 있는 상황이고 특히 선진국가라고 하는 서양의 도시나 나라에서 허가제도라는 걸 쓰지 않습니다. 거의 다 신고제입니다. 그러니까 명확한 규정만 있으면 그에 따라서 설계를 했는지 안했는지 확인만 하면 그냥 짓게 해주는 것이거든요?

 

신두식 : 법령은 그대로 있는데 그걸 누가 와서 허가하는 게 아니고 잘 지켰다고 신고만 하는?

 

승효상 : 허가는 언제 받냐면 그 법령을 어겨서 집을 짓고자 할 때. 난 이 법령에 맞지 않게 짓겠습니다, 할 때 정부에서 심의를 하고 허가를 해주든지 안 해주든지 하는 것이 허가제입니다. 사실 보면 의사나 운전면허라고 하는 것도 수술할 때마다, 운전할 때마다 허가 받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건축사라고 하는 면허를 줬으면 알아서 집을 지으라고 하는 것이거든요?

 

신두식 : 법대로 지을 때는 신고하게 해주고?

 

승효상 : 그게 신뢰사회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국가에서 책임지지도 않고 있으면서 허가제를 쥐고 있으니까 이걸 하기 위해서 심의제도가 생기고 그 심의에 따라서 엄청나게 많은, 때로는 비리, 부정도 저질러온 것이 사실이거든요? 거기에 따른 소모적인 비용, 시간이 어마어마합니다. 어떤 건물은 하나를 허가를 받으려면 심의를 마흔 번 이상의 절차를 거쳐야 되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걸 선진적인 방법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이 의견이 모아져서 지금 입법 중에 있습니다.

 

신두식 : 이야기 나누다보니까 시간이 거의 다됐는데요.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건축가시면서 또 국가건축정책위원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하실지 궁금한데, 위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미래 건축은 어떤 모습일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해주시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승효상 : 저는 미래에 살지 못해서 알지 못하고요. 다만 현재를 확실히 알고 과거의 좋은 건축을 아니까 지금 있는 건축이 과거보다 더 진보했다고 저는 말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짓는 건축을 과거 좋은 건축의 지혜를 다시 끄집어내서 짓는 것이 미래를 확실하게 담보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은 틀림없습니다.

 

신두식 : 그렇군요. 오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승효상 : 감사합니다.

 

신두식 : 지금까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승효상 위원장과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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