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K모씨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 유출한 사실이 청와대와 외교부 감찰 결과 드러났다.

K참사관은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방문과 관련해 논의한 통화 내용을 다음 날 대사관에서 열람한 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외교부 기강 해이 문제가 최근들어 자주 등장하지만, 이번 사건은 가히 기강해이의 ‘끝판왕’이 아닌가 싶다.

현직 외교관이 의도적으로 기밀을 빼내 야당 국회의원에게 넘겨줬다는 것도 믿기 어렵지만, 이를 받은 강효상 의원이 고교 후배가 건네 준 기밀을 언론에 공개하며 ‘굴욕외교’ 공세를 편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요청’, 아니 백번 양보해 ‘간청’했다고 치더라도... 이걸 ‘굴욕 외교’라며 공세를 펴고, 국가 기밀 누설을 ‘공익 제보’라고 포장하는 가치관 또한 백번 양보해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 차치하고서라도...비핵화 협상이 살얼음판을 걷는 이 시기에 무려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되는 상황 자체는 개탄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정부가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공개 통화내용이 비정상적 경로로 누출된 이 상황을 어떤 스탠스로 어떻게 설명했을 지...백악관에선 이 상황을 어떻게 익스큐즈 했을 지... 떠올리기만 해도 필자는 외교부 기자실 한 구석에서 조용히 낯 뜨거워진다.

과연 앞으로 어느 나라 정상이 우리나라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중요한 외교 협의나 정보공유를 하려 하겠는가.

한-미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은 ‘3급 기밀’에 해당한다고 한다.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3급 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로 규정돼있다.

1급 비밀은 누설되는 경우 대한민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전쟁을 유발하며, 국가의 방위계획·정보활동 및 국가방위상 필요불가결한 과학과 기술의 개발을 위태롭게 하는 등의 우려가 있는 비밀이다. 2급은 국가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비밀이다. 3급은 누설되는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이다.

상대국과의 신뢰를 깨뜨리는 외교참사를 범한 K참사관은 인사상의 징계는 물론이고 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형법상 외교 기밀을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같은 처벌 규정을 모르지 않았을 터 인데, 왜 K 참사관은 자신의 ID카드를 찍어서 한미 정상 간의 통화내용을 열람하고 이것을 아무리 고교 선후배 사이라지만 강효상 의원에게 알려주는 무리수를 범했을까.

대선이 가까워지거나 레임덕이 시작되면 기밀을 다루는 부처의 공무원들은 미래의 실력자에게 선을 대기 위해 그들이 가진 정보, 국가 기밀을 미끼로 삼는다. 또한 이 같은 정보가 살아 움직이도록 하려면 유력 언론사와의 합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유력 언론사 출신의 강 의원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대신 K참사관이 꿈 꾼 미래는 무엇이었을까.

K참사관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판을 들어보면, 평소 자리 욕심을 부리거나 모사를 꾀하는 성향은 아니라고들 한다. 소탈하고 성격도 좋은 편이며, 인맥이나 동문, 동향을 잘 챙기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그래서 더욱 그런 수면 위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수면 아래 발버둥을 치고 이었을 부잡스러움이 안쓰럽다.

엄중한 징계로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외교부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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