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의원 눈에는 부처님이 ‘어떤 분’에 불과한가?...국민통합 외치면서 종교화합은 외면

[사진=노무현재단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 5월 12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각 사찰에서는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뜻을 새기고 부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기를 서원하는 법회와 함께 부처님이 오심을 찬탄하는 문화 행사가 줄을 이었다.

광주에서는 당일 또 하나의 행사가 열렸다. 노무현대통령서거10주기 시민문화제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 때문에 절에 있었고 오늘 아침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 서기 10주기 시민문화제를 접했다. 이 영상을 보면 옛 전남도청앞 5.18민주광장에 수많은 인파가 운집했고 이용섭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과 노무현 재단 인사들이 자리를 지켰다.

본 행사에 앞서 국회의원인 송갑석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이 인사말을 했다. 이 인사말을 들으며 귀를 의심했다.

송위원장은 “오늘은 2560몇년 전 인가 어떤··· 태어나신 어떤 분의 생일입니다. 그 분이 태어나시자 마자 하셨다는 말씀이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었다고 합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내가 최고다는 이야기인데요. 그건 그냥 자기 자랑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아는 사람은 모두가 최고가 된다 라는 말씀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분은 나 혼자가 유일하게 최고다가 아니라 그 이치를 깨닫는 모든 사람은 최고가 될 것이라는 말씀이셨습니다.”라고 말하며 행사 본래의 취지라고 할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시민들에게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가셨다.”고 말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맞춰 탄생게도 말하고 ‘화두’라는 불교용어를 사용하고 노 대통령에 대한 언급까지 깔끔한 인사말이었다.

그런데 기자는 몹시 불편했다. 불자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종교적으로 편협한 정치인을 보는 것 같아 몹시 불편했다.

부처님 오신 날에 정치인이 부처님에 대해 ‘어떤 분’이라고 지칭한데 대해 경악했다.

사적인 자리이거나 혹은 불교가 아닌 타 종교인들끼리 모인 자리가 아닌 수많은 광주시민이 운집해 있는 그 자리에서 부처님을 부처님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어떤 분’이라고 밖에 부르지 못할 사정은 무엇일까?

부처님 오신 날은 불자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축제의 날이자 제1명절이기도 한 날인데 하필 이 날 부처님을 가리켜 ‘어떤 분’이라고 말하는 것을 어찌 봐야 할까.

이 발언의 당사자인 송갑석 의원이 정치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고 타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이처럼 부처님 오신 날에 부처님을 폄훼하는 발언을 수많은 군중이 모인 곳에서 공공연하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 날 시민문화제에 나온 알만한 분들은 끊임없이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제1기치로 내 걸었다고 말했고 지역감정을 없애는데 노력해 왔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나주로 한전이 들어오게 하는 등 끊임없는 혁신을 해 왔다고 말했다.

다 맞는 말이다. 인정한다. 노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위해 애썼고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낙선할 줄 뻔히 알면서도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출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노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 두 번째로 단상에 서서 인사말을 한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 송갑석 국회의원은 ‘국민통합’은 커녕 종교화합을 무시하고 불교라는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엇이 노무현 정신인가? 국민통합이다. 그러면 노무현 정신을 잇는다는 광주의 송갑석 국회의원은 ‘국민통합을 위해’ 부처님을 ‘어떤 분’이라고 지칭할 수밖에 없었는지 묻고 싶다.

물론 광주의 정치인으로서 광주의 정치공학적 사고일 수도 있다. 광주의 정치인의 거의 100%는 신상란에 기독교이거나 천주교를 종교로 기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진정한 기독교인이나 천주교인이어서라기 보다 기독교와 천주교가 가장 득세를 하는 곳이 광주이기 때문이다. 천주교 신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영향으로 천주교를 종교로 가진 정치인이 어느 지역보다 많고 1980년대 이후 진보적 성향의 목사님들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형성된 구도라는 점은 인정하고 가야한다.

그런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광주에서는 ‘불자 정치인’을 쉽게 찾아 볼수가 없다.

기자가 광주에서 근무할 당시(10여년 전) 전남도의회와 광주시의회 의원의 종교 분포를 취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아이템은 폐기됐다. 왜냐하면 불자라고 쓴 의원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종립학교를 졸업한 한 의원을 만나 종교가 불교인데 왜 서류에 천주교로 돼 있느냐고 물었더니 “다 알면서 뭘 물어 나도 불자라고 말 못하는 게 안타깝네” 라며 말끝을 흐렸다.

일부 몰지각한 광주의 정치인들은 대개 불교를 무시하고 폄훼해야 표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번 송갑석 의원의 어이없는 발언도 그런 연장선상으로 봐야 할 것이다.

독재 앞에 목숨을 내 던질 기개를 가진 전대협의장 송갑석은 이제 불교를 살짝 밀쳐낼 줄 아는 영리한 ‘광주 정치인’이 돼 버린 것이다.

종교는 거래가 아니다. 자신의 정신세계인 것이다. 사상이자 철학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누가 어떤 종교를 갖든 탓하지 않는다.

종교는 자유다. 그렇지만 남의 종교가 소중한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

특히 정치인은 종교로 거래를 하면 안된다. 표를 거래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만 거래가 아니다. 정신적인 거래도 거래다. 종교는 그래서는 안 된다.

종교는 세상을 맑히고 밝히는 한차원 높은 정신세계여야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서로를 배려하고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는 것이다.

부처님이 어떤 분인가. 종교인만이 아닌 예수님 공자님과 더불어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분이다. 교과서에도 다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명색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국민통합을 제1기치로 내세웠던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문화제에서 수많은 군중을 향해 “2560몇년 전인가 어떤 태어나신 어떤분의 생일” 운운 했다.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송의원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알려 드린다.

올해는 불기 2563년이고 12일은 음력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그리고 ‘어떤 분’이 아니라 ‘부처님’이다. 알겠는가?

앞으로 어디 가서든 국민통합을 내세우는 여당 국회의원이라면 집권당 국회의원답게 말하고 행동하라.

아직도 나를 따르는 자가 아니면 모두 적인가? 내가 따르지 않으면 선이 아닌가?

다종교국가에서 종교문제로 내분이 없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왠 줄 아는가? 상대 종교를 존중해 주고 당신의 종교도 소중하다고 생각해 주는 아름다운 국민성 때문이다. 지금은 일부 교회 목사님도 신부님도 이 날은 ‘아기 부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교회에 내걸고 있다. 절에서도 크리스마스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무릇 종교는 그래야 하는 것이다. 그런 목사님 신부님께 스님들께 좀 배워라.

타 종교라고 슬쩍 폄훼하는 국회의원의 가벼운 입이 국민통합은 고사하고 종교화합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처님이 0.5선 국회의원 눈에는 그냥 ‘어떤 분’으로 보이는가?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바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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