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은 이렇게도 생각된다. 왜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면 안 되고 부패하면 안 되나. 왜 내로남불과 위선의 끝판이면 안 되고, 도덕적 불감증과 허위의식으로 똘똘 뭉치면 안 되나. 촛불정신이 잉태한 성스러운 정부라서? 문재인 정부를 세운 사람들 가운데 당시 광화문 촛불광장에서 촛불 들었던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촛불정신을 온전히 문재인 정부에게 갖다 바치나? ‘촛불정신을 계승하려고 했다’고는 할 수 있어도, 촛불정신이 곧 문재인 정부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보여 왔던 온갖 일탈과 비위행위를 조금만 눈여겨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 정말 그렇게 기대했다면 국민들이 순진한 것이다. 결국 저들도 다 국민들을 사고파는 정치인일 뿐이다.

사실 광복 이후 반 백 년이 넘는 현대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문제없고 하자 없는 정부를 가져본 기억이 없다. 우리가 아는 대통령 거의 대부분이 감옥에 가 있거나 갔다 왔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래도 지난 세월 각 정부가 만들어낸 가장 지고지순한 치적과 성과, 궁극적인 지향 몇 가지가 면면히 이어지고 모아져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만큼이라도 먹고 사는 것이다. 여당 대표의 말대로 언제 우리 경제가 좋았던 적이 있었던가? 3만 불 시대를 맞아 경제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이고, 해묵은 체질 자체를 바꾸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뒤따르는 ‘통과의례 고통’ 정도로 지금의 갈등과 반목을 이해해 줄 수도 있다. 청와대 식구들이 분명 무엇인가에 홀연히 취해 있고, 대통령 가족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도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최순실의 망령’에 휘둘리는 것도 아닌데, 채 2년도 안 된 정부를 이렇게까지 사생결단으로 물어뜯을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게만 너무 지나치게 가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추궁할 자격이 적어도 이 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없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요즘 문재인 정부에게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 ‘조국 민정수석’이다. 이렇게 전방위로, 이렇게 오래 두들겨 맞고도 견디는 공복(公僕)을 기자는 아직 본 적이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인사 검증과 공직기강 확립인데, 여기에 대해 지금껏 보여준 ‘무능’은 버티면 버틸수록 ‘실망’을 넘어 ‘저주’가 될 수밖에 없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학 동기한테 어지간하면 이런 얘기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조국 수석은 민정수석 자리에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 빨리 사퇴하고 정치권에서 와서 정치하라”고 비난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일반 기업 말단 직원에게 알아보라고 해도 청와대 검증 결과보다 나았을 것이다. 구차한 변명과 핑계가 아니라 책임을 져야할 문제”라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여의도에서 조국 수석을 비판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고, 누구나 휘둘러도 아무 소리 안하는 가장 손쉬운 치장거리가 됐다. 국민적 동의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런 조국 수석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조국 수석은 이미 아무리 자살골을 넣고 똥볼을 차도 징계 받지 않은 선수가 됐는데, 심지어 대신 싸워주고 보호해주려는 선수들마저 차고 넘친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 분이 기자 선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해괴한 논리로 악다구니를 세우고, 의원 출신의 대통령 비서실장은 모처럼 국회에 가서 ‘집에 가 홀로 생각하면 스스로도 민망해질 변명’으로 조국 수석을 처연하게 감쌌다. 여당 의원들의 한결같은 돌림노래, ‘조국 수석 찬가’는 접어두겠다. 일각에서는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같은 검찰 개혁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조국 수석을 이렇게까지 지키려고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단언컨대, 검찰 개혁 입법과정에서 조국 수석은 이제 걸림돌일 뿐이다. 야당 입장에서 절대로 조국 수석에게 전리품을 안겨줄 리 없다. 그럼 조국 수석이 없어져 주는 게 오히려 도와주는 것이다.

그럼 무엇인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럼 대통령은 왜 이다지도 간절하게 조국 수석을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이 대목에서 한 여권 관계자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출신 정치인재에 대한 갈망은 거의 신앙에 가깝다. 향후 부산 진보진영의 구심점을 누가 할 것인가? 모든 것을 차치하고 이 질문 하나만 놓고 봤을 때 물론 성직자에 가까운 인격체,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나 부산파 의원들도 있지만 대중적 입지와 잠재력 측면에서 조국 수석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기대를 걸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마저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좌초된 상황에서 조국 수석은 사실상 최후의 보루일 것이다. 절대 실패한 민정수석이어서는 안 되고 무조건 아름다운 퇴장이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조국 수석을 모양새 좋게 내보내기 위해 자신의 지지율 10%가 더 빠지는 것도 감내할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의 분별없는 ‘조국 수석 감싸기’는 결국, 부산 정치의 미래를 상수로 놓고 봐야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는 얘기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가 인사문제에 뒤 끝을 남기지 않는 것이었다. 일단 잘못했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경질하고, 몇 번이고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구질구질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저런 이유로 머뭇거리면 조국 수석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공직자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이견이 있을 수 있어도 인사에 대한 실패는 누군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연이은 실패로 인사참사 수준이 아닌가. 며칠 전 선거로 심각한 ‘민심이반’도 확인됐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정부가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지율’ 40%까지 떨어졌다. 조국 수석이 문 대통령 개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롯이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녹(國祿)을 먹는 공무원이라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국민이 싫다고 하면 내려와야 한다. 대통령과 정권에도 더는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정치부장] [2019년 4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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