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010년 약 한달 동안 혼자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인도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기차와 버스를 탔고, 몸 하나 간신히 눕히는 열차 침대칸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가끔 한국식당을 들렀지만, 대부분 1끼에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1천원 안팎의 현지식사를 했다. 인도의 여름은 너무나 더워, 한 손에 2리터짜리 생수병을 들고 다녔고, 여행을 마치고 나니 몸무게는 4kg이나 빠졌다. 뒤늦게 35살에 떠난 인도여행은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지만, 일생에 인도여행은 한번이면 족하지 않을까 여겼다.

지난 다짐을 뒤로하고 다시 인도에 다녀왔다.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인도와 네팔 성지순례를 동행취재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이정희 천도교 교령 등 주요종교 지도자들의 순례를 취재했다. 2010년에 비하면 편했지만, 인도는 역시 인도였다. 특히 4대 성지를 참배하면서 이렇게 찬란했던 인도불교가 왜 현지에서 쇠락했는가라는 의문은 화두처럼 따라다녔다. 일반적으로 이슬람교의 침입에 의해 불교가 쇠락했다고 여기지만, 그 많던 불교신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불교와 동시대에 출현해 불교와 가장 닮은 ‘자이나교’는 왜 아직 남아있는가? 등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나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초기불교로 박사학위를 받은 동국대 황순일 교수는 이 같은 필자의 의문에 대해 인도불교 쇠락의 제1의 원인으로 불교의 힌두교화를 주저 없이 꼽았다. 황 교수는 “초기불교와 부파불교, 대중불교가 막 시작했을 때만해도 불교가 새로운 사상을 리드하면 힌두교가 따라오는 방식이었는데, 딴뜨라 밀교가 시작되고 나니깐 힌두교와 불교와의 차이점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슬람교의 침입이라는 외적 요인이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당시 인도불교는 왕조의 절대적 지원 속에 더 없이 풍요로웠고, 스님들은 비폭력을 추구했다. 이슬람교 세력의 가혹한 수탈과 파괴는 불교에 집중됐다. 그리고 불자들은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일본의 비교종교학자 호사카 순지는 그의 저서 ‘왜 인도에서 불교는 멸망했는가?’에서 당시 인도불자들이 이슬람교로 개종한 이유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카스트제도 철폐를 내세웠던 불교가 힌두교의 대항세력으로서 본토에서 번성했으나, 이슬람교 또한 ‘평등’을 내세웠기 때문에, 불자들이 이슬람교로 개종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인도불자들은 힌두교 신자가 되거나, 이슬람교도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세력, 즉 남쪽이나 중부에 있는 스님들은 스리랑카로, 북부에선 네팔과 티베트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인도불교가 전혀 다른 문화권인 중국에서 받아들여져, 마침내 세계종교가 된 것이다.

인도불교는 인도불교만의 특수성을 잃어서 본토에서 쇠락했으나, 탁월한 교리와 사상체계에 지역과 인종, 문화를 뛰어넘는 ‘보편성’으로 본토의 부재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세계종교가 됐다. 근현대에 들어서는 인도불교 쇠락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 '밀교'가 티베트불교에 의해 불교 세계화의 선봉에 섰고, 중국과 우리나라를 거쳐 전래된 일본불교가 서구에 가장 먼저 참선을 전했으니, 인도불교의 부재가 곧 불교 세계화의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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