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4번째로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된 포항 호미곶 등대.
세계에서 4번째로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된 포항 호미곶 등대.

"우리 마을에 스타벅스가 들어옵니다."

강원보 주전 어촌계장의 말이다. 울산시 동구 주전동의 어촌계장을 12년 역임한 데 이어 올해 선거에서도 다시 당선돼 임기 4년의 4번째 어촌계장을 맡고 있는 강원보 씨. 

그에게서 주전 어촌체험마을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스타벅스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지난달 30일 어촌체험마을 현장을 취재하는 기회를 얻어, 주전마을에서 만난 강원보 계장의 이야기는 잠시 뒤 이어진다. 

강원보 울산 주전마을어촌계장.
강원보 울산 주전마을어촌계장.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국에 어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된 곳은 121개. 울산지역은 2곳이다.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어촌체험마을은 "마을협의회 또는 어촌계가 마을의 자연환경, 전통문화 등 부존자원을 활용해 도시민에게 생활체험과 휴양공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와 함께 지역 농림수산물 등을 판매하거나 숙박 또는 음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을 말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어촌체험마을은 지난 2001년부터 조성됐으며 코로나 19 이전인 지난 2019년 기준으로 체험객은 150만명, 관광소득은 254억 원이었다.

주전어촌체험마을 안내센터. 이곳에서 숙박과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주전어촌체험마을 안내센터. 이곳에서 숙박과 식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사업치고는 꽤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지난해에는 관광객 113만명, 관광소득 184억 원으로 다소 줄었다. 

어촌체험 프로그램의 유형은 갯벌 체험이나 어업 체험 등의 ①어촌체험을 비롯해 낚시나 수상체험 등의 ②해양레저, 그리고 먹거리 체험으로 대표되는 ③만들기 체험, 마지막으로 양식장 견학 등의 ④교육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주전 어촌체험마을에서는 이 가운데 어촌체험과 해양레저가 특화돼 있다. 주전 마을이 어촌체험마을로 조성된 것은 2013년이었다.  

주전마을의 특산품은 돌미역이다. 주전마을 앞바다는 바위로 이뤄져 그 바위에 자라는 미역은 맛으로 이미 유명하다. 돌미역 채취는 해녀들이 한다.

주전마을에서 해녀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주전마을 어촌계 제공)
주전마을에서 해녀들이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주전마을 어촌계 제공)

주전마을에는 해녀가 49명이 등록돼 있으며 그 가운데 실질적으로 물질을 하는 이는 39명이라고 강원보 계장은 설명했다.

앞바다의 바위에 주소를 매기듯 구분해서 해마다 구역을 정하고 돌미역을 채취한다고 했다. 전복과 성게도 주요 채취물이다. 이들은 어촌체험마을을 찾는 이들의 좋은 먹거리가 된다. 바로 해녀의 밥상이다. 

주전어촌체험마을의 해녀밥상.
주전어촌체험마을의 해녀밥상.

강원보 계장의 말을 계속 듣는다. 어촌계를 중심으로 체험마을을 조성하고, 카누타기와 해녀 체험 등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한 끝에 지금은 하루에 만 명에서 만 5천명이 다녀가는 유명한 어촌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어촌체험마을로 탈바꿈하고 난 뒤 조용했던 주전마을(345가구가 어촌계에 가입)은 30개가 넘는 커피전문점이 생기고 스타벅스까지 입점할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는 마을이 되었다. .

주전어촌체험마을의 카누타기 체험.
주전어촌체험마을의 카누타기 체험.

주전마을은 또 한국어촌어항공단이 지정하는 어촌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으로써 올해 안에 레저보트항구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래저래 주전마을은 어촌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 

강원보 계장이 최근 가장 골머리를 썩고 있는 것이 바로 해루질이다. 즉 어업면허 없이 배를 끌고와 섭이라고 불리는 큰홍합 등을 채취해가는 바람에 큰 손실을 입고 있다고 강 계장은 설명했다.

해삼이나 멍게의 경우 포자를 살포한 증빙자료가 있지만 섭의 경우 자연산이 많아 관련법상 일반인이 채취를 해도 처벌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해루질을 막는 방안을 찾아주면 좋겠다.”라고 강 계장은 강조했다. 

다음날, 7월 1일엔 포항 호미곶을 찾았다. 

이날은 제4회 '세계항로표지의 날'이어서 오전 11시에 호미곶 등대박물관 앞에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참석한 기념식이 열렸다. 

세계항로표지의 날은 지난 2018년 인천에서 열린 제 19차 세계등대총회에서 국제항로표지협회(IALA) 설립일인 7월 1일을 세계항로표지의 날로 제정함에 따라 국제항로표지협회 회원국들이 돌아가면서 기념식을 열고 있다.  

이번에는 등대다. 등대의 역사를 되짚기보다는 여기에선 호미곶에 위치한 국립 등대박물관과 세계에서 4번째로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된 호미곶 등대를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1일 포항 호미곶에서 열린 세계항로표지의 날 기념식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1일 포항 호미곶에서 열린 세계항로표지의 날 기념식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조승환 장관은 이날 기념식에서 "해양수산부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등대 24개소를 등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보존하는 한편 그 가치를 연구하고 세계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그 결과 지난달 호미곶 등대는 세계에서 4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올해의 ‘세계등대유산’으로 선정되었다"라고 소개했다. 

호미곶등대 천정에 있는 대한제국의 국장인 오얏꽃 문양.(사진=공동취재단)
호미곶등대 천정에 있는 대한제국의 국장인 오얏꽃 문양.(사진=공동취재단)

조 장관의 이 말에 모든 설명이 포함돼 있다. 호미곶 등대는 지난 1908년 대한제국 시절에 지어졌다. 내부 천정에 있는 대한제국의 국장인 오얏꽃 문양이 눈길을 끌었다. 

이번에 재개관을 한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은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면 좋을 것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으며, 등대의 역사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호미곶에 있는 국립 등대박물관 내부 모습. 다양한 전시물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호미곶에 있는 국립 등대박물관 내부 모습. 다양한 전시물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스타벅스와 등대의 관계는? 없다. 다만 스타벅스라는 세계적 상표가 우리의 어촌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현실을 보고난 후 과거 대한제국의 등대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과거부터 현실에 이르는 수많은 역사를 떠올리는 시간이었다. 

포항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대전역에 닿은 KTX차량이 오랜 시간 정차했다. 수서행 SRT 탈선 사고가 바로 앞에서 일어났다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나. 결국 이날 기자가 탄 KTX는 일반선을 이용해 서울역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시간보다 2시간 이상 훌쩍 지나있었다. 

(글·사진=박원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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