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연 : 변종수 배우(파친코 배우 제주어 지도)

●연 출 : 김종광 기자

●진 행 : 이병철 방송부장

●일 시 : 2022년 5월 17일(목)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장 소 : BBS제주불교방송 / 제주시 임항로 14(덕산빌딩 4층)

[이병철] 네. 제주어를 지키고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한류 열풍에 힘입어 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 제작까지 번지고 있는데요.

최근 드라마 파친코 속 제주어도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파친코 속 배우들의 제주어 선생님이시죠, 변종수 선생님 만나서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변종수] 네, 안녕하십니까.

[이병철] 네. 저희는 파친코 드라마를 통해서 봤는데 직접 제주분이시라고 하니까 본인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변종수] 저는 1985년부터 연극을 시작해서 지금 38년 동안 연극만 하고 있는 연극인입니다. 그래서 연극에 한이 맺혔고 연극으로 성공하고 싶고, 연극으로 돈을 벌고, 죽을 때까지 연극을 하는 게 목표인 변종수입니다.

[이병철] 돈은 좀 버셨습니까? 연극 하면서...

[변종수] 그....사람들이 깜짝 놀랄 걸요. 왜냐하면 저는 연극을 시작하면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지금 한 80평짜리 집에 살고 있고, 한 80평짜리 땅도 하나 샀고. 사람들이 아무도 안 믿으려고 하는 거예요. 어쨌든 성공한 연극인입니다.

[이병철] 그렇다면 우선 오늘 모신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사실 파친코에서 제주어가 나왔어요. 정말 획기적이었었는데 이 세계적인 드라마 아니겠습니까?

[변종수] 깜짝 놀라셨죠. 왜냐하면 이게 지금 7화에 주로 나오거든요. 그런데 다른 드라마에 갑자기 제주어가 하나 탁 튀어나와서 귀에 딱 꽂혀요. 그거를 들은 사람들이 막 미국에서, 서울에서 전화를 거는 거예요. 제주어가 나왔다고. 어떻게 미국 드라마에 제주어가 나오냐고 깜짝 놀라는 거예요. 조금만 더 기다려 봐라.

[이병철] 저도 개인적으로 그 부분은 굉장히 놀랐습니다. 시장통에서 제주어가 나왔잖아요?

[변종수] 네, 자기도 모르게 탁 튀어나오죠. 우리도 제주도 사람한테만 들리는 거예요. 육지 사람들에게는 안 들리고.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그 대사 하나가 그렇게 가슴에 찡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이병철] 그래서 대본 작업에는 어떻게 해서 참여하시게 되신 건가요?

[변종수] 제가 처음에 2010년도에 우리나라 최고의 작가인 김수현 선생님의 ‘인생은 아름다워’ 53부작을 제가 했는데, 그것 때문에 정말로 주목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제주도 사람만큼이나 잘했다고 평을 들었으니까. 그래서 자료들도 많이 남았고, 그런 걸 토대로 해서 그쪽에서 알아가지고 저를 선택을 한 거죠. 제가 어떻게 일개 연극배우기 때문에 뭘 홍보할 수도 없거니와 명함을 만들어서 뿌릴 수도 없다 보니까...그래서 그런 경로를 통해서 연락이 왔다는 거예요.

[이병철] 7화의 배우 정웅인 하고 극중 고한수인 주인공이죠, 이민호 배우. 나와서 그걸 제주어로 가르쳐 주신 거잖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하시게 되신 건지...

[변종수] 그러니까 이제 그게 처음에 연결되었고, 그다음부터는 이제 계약서를 써서 처음에는 캐나다 가기 전에 서울에 이민호 배우 숙소가 있어요. 어마어마하게 크더라고요. 그래서 이민호 배우 숙소에 가서 몇 번 가르치고, 그리고 이제 캐나다에 가서도 스케줄 없는 날에 또 가르치고...

[이병철] 촬영이 전부 다 캐나다에서 하신 건가요?

[변종수]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찍었고, 그런데 저희들이 찍는 분량은 캐나다에서 찍었고요.

[이병철] 그 오사카 시장통 세트장이 캐나다에서 다 세팅한 건가요?

애플TV 제공
애플TV 제공

[변종수] 네. 그러니까 한국에서 찍은 분량도 있고 캐나다에서 찍은 분량이 있는데 시장도 캐나다에서 찍었고. 제가 가서 깜짝 놀란 게 뭐냐면 우리 한국에서는 아주 무리하지 않으면 그냥 지진 신 같은 경우 스턴트가 안 하거든요. 배우가 해요. 왜냐하면 스턴트를 쓰면 돈이 더 들잖아요. 그런데 깜짝 놀란 거는 그 지진 신의 정웅인 씨가 하는데 지진 신 전까지만 정웅인 씨가 찍고, 지진 시에는 스턴트가 하고. 그 다음에 지진이 폭삭 주저앉아서 먼지를 팍 뒤집어쓰고 쓰러져 있는 건 또 다른 배우가 해요. 그러니까 의상도 세 벌이 필요한 거죠.

[이병철] 그러니까 세분화가 되어 있는 거네요.

[변종수] 엄청 잘 되어 있어요. 거기 유니언이라고 해서 조합이 엄청 잘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배우들이 막 한 두 마디만 하는 배우들도 봤거든요. 그런데 그 친구들이 만약 현장에서 불만이다, 그리고 거기 유니언에다가 얘기하면 걔네들이 당장 달려와요.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저는 애플에서 찍는 거니까 비즈니스석을 주는구나, 그랬더니 캐나다에서 메이크업, 분장하는 누나를 만났거든요.

한국분인데, ‘바보야, 그런 게 아니야. 여기 유니언 조항에 다 들어 있어.’ 다섯 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면 무조건 비즈니스석을 줘야 한다는 조합의 규정이 다 있대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이병철] 배우의 인권이 엄청 잘 되어 있네요.

[변종수] 그렇죠. 엄청 잘 되어 있어요.

[이병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굉장히 부러우셨죠?

[변종수] 네, 부러웠죠. 여기서는 그냥 뭐....

[이병철] 그러면 아까도 7화 얘기를 대충 했습니다만 ‘재일제주인’에 대해서 조명한 거 아닙니까. 이런 부분을 봤을 때에는 작가와 감독, 이런 부분에 굉장히 인상이 깊으셨겠네요.

[변종수]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하는데 누가 이렇게. 그 내용도 그런 거잖아요. 정말 그 소외받고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군가가 이렇게 들어서 지면 위로 올려서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게 굉장히 그렇잖아요? 지금 제주어도 어쩌면 그 내용이랑 비슷해요. 아무도 관심 갖지 않고 없어지면 없어지든가 하죠. 그렇지만 이게 언어가 없어진다면 정말로 정신이나 혼이 없어지는 거나 똑같잖아요.

[이병철] 사실 배우분들이 제주어를 하기 힘들어 하니까.

[변종수] 힘들죠.

[이병철] 그러니까 점점 더 소멸되어가는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렇고요.

[변종수] 그렇죠. 그래서 이제.... 그리고 또 이제 지도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왜 안 쉬우냐면 배우의 레벨이 낮으면 좀 쉬워요. 레벨이 낮으면 우리가 할 임무가 그거니까 당장 똑바로 해야 해, 뭐 이렇게 싸울 수라도 있잖아요. 그런데 A급 배우들은 그 배우가 이것만 하는 게 아니고 감정 선까지 자신의 퀼리티에 맞는 연기를 해야 하잖아요. 제주어를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이라든가, 그다음의 상대방과의 교감에서....

[이병철] 그런 부분에서 지도하는 데에 어려움이 컸겠어요.

[변종수] 네. 예를 들자면 우리가 밀 수 있는 한계치가 있어요. 그러니까 배우가 ‘나 더 밀어도 돼, 괜찮아, 나 할게.’ 이러면 우리가 막 밀어요. 그렇지만 이 정도면 된 거 아니에요? 그러면 우리가 더 이상 갈 수 없어요. 왜냐하면 배우가 못하는데 그걸 더 밀어서 제 욕심을 부리면 저야 뭐 제주어를 더 잘하면 좋겠지만 그런 건 배우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이병철] 분명 한계도 있네요. 그런데 원작에는 제주어가 없었다고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이민진 작가하고 감독님인 수 휴가 굉장히 넣자고 주장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변종수] 그러니까 제주어가 소멸 위기의 언어라는 거를 자기들이 알았다, 그리고 또 꼭 그러지 않아도 넣을 수밖에 없는 게 뭐냐면 정웅인 씨 아버지가 제주도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이제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가서 야쿠자의 양아들이 되는 그런 내용이어서 해야 하는데 부산어도 다 고증했는데 제주어를 표준어로 쓴다는 게 웃기잖아요? 그렇지만 어쨌든 그런 디테일까지 놓치시지 않는 거, 그리고 또 대 애플이잖아요.

[이병철] 예산이 1천억까지 들었다고....

[변종수] 저희 현장에서는요. 그 오징어게임이 9부작이었는데 그게 2백 억 들었는데 저희는 현장에서 2천억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들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뭐냐면 대사 한두 마디 있는 사람도 다 ‘캐나다’로 불렀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그때 당시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15일 격리, 그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해요. 현장에 가면요, 그 보건의료인들이 코 조금만 내려고 무조건 지적하고, 여기 쓰는 것까지 어마어마하게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촬영장 가기 전에 무조건 코로나 검사해서 결과지. 엄청났습니다.

[이병철] 아까도 중간에 말씀하시긴 하셨는데 반응이 굉장했을 것 같아요. 제주도민분들, 미국에서도 연락이 왔다고 하셨는데.

[변종수] 저희 사촌누나도 미국에 계시거든요. 우리가 처음에 ‘인생은 아름다워’ 할 때도 그랬거든요. 제주도 사람들은 이게 잘하는 것처럼 안 보이잖아요. 근데 육지부나 외국에 나갔던 사람들은 언어만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감정, 여기 제주도에 계속 계셨던 분들은 이해를 못 하실 것 같고, 타지나 외국 가면 다 애국자 된다는 말처럼, 이건 외국을 넘어서 제주도잖아요. 애향심이 막 끓잖아요.

[이병철] 사실 제주 하면 변방이잖아요. 문화의 변방이기도 한데 이런 것들 전 세계인들이 다 볼 수 있는, 제주어가 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변종수] 이게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을까요? 우리가 월드컵에서 4강 간 신화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저는 지금 이게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그러는데 시즌으로 나눠지면서 몇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한두 번 더 나오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장면으로 끝났지만 다시 이야기를 소환해서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배우들이 출연해야 하기 때문에 저는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가 아니라 이번 시즌2는 일본과 미국이 배경이라고 제가 알고 있습니다.

[이병철]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주변인분들의 반응 중에 기억에 남으시는 게 있다면요?

[변종수] 그러니까 저 같은 경우에 개인적으로는 그 영화에 제가 제주어 강습을 하고 제주어 코칭하는 것도 의미지만 제가 상고를 나왔거든요. 상고를 나온 것을 제가 거기에서 한번 써먹은 거거든요. 정웅인 씨가 주판을 놓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데 마음대로 하는 거예요. 그래서 네가 감독 수 휴한테 얘기했어요. 지금 엄청나게 디테일하게 만들고 있는데, 저렇게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더더욱 정웅인 씨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이 사람이 야쿠자의 재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은 이유가 머리가 엄청 좋아서 발탁됐는데 주판을 아무렇게나 놓는다? 이거는 말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안 된다, 이거를 내가 주판을 놓을 줄 아니까 내가 놓고, 손만 나를 찍어라.

[이병철] 그럼 손까지 출연하신 거네요?

[변종수] 그래서 수 휴 감독이 코고나다 감독에게 가서 일본계 미국인인데 이런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니까 그럼 변종수 배우를 빨리 분장시켜, 그래서 그 도중에 정웅인 씨가 손 놓는 법을 좀 가르쳐 달래요. 그래서 올릴 때는 엄지로 밀어야 하고, 내릴 때는 이렇게 내려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시 찍어서 감독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저렇게 하면 괜찮겠니?’ 해서 ‘응, 괜찮아’. 그런데 또 문제가 있어요. 보니까 이 계산하는 장부에 딱 두 장이...그래서 내가 이건 절대 화면에 잡히면 안 된다, 얘가 머리가 엄청 좋은데 두 자리는 암산으로 해야지 이걸 주판으로 놓고 있으면 더 웃기다,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그랬죠.

[이병철] 제주어뿐만 아니라 연기 지도도 많이 해주셨네요.

[변종수] 네. 정웅인 씨가 들으면 괜찮으려나....돌아와서 문자를 주셨더라고요. 제주어 코칭만 받는 게 아니라 캐릭터 잡는 것까지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제가 문자를 보여드리고 싶네요.

[이병철] 우리 제주어의 자부심이 막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변종수 배우님이셨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변종수] 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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