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저널967] 여행스케치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이호상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님 나와계십니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잘 지내셨죠? 오늘은 어디로 가나요?

▶김선권 : 오늘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을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이호상 : 국민학교 졸업한 분들, 저도 국민학교를 졸업했는데. 어떤 추억여행이죠?

▶김선권 : 울산광역시 장생포로 가보겠습니다. 과거 울산에서 포경업이 합법이었던 시절, 장생포 어민들의 실제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입니다.

▷이호상 : 아 저는 사실 고래고기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거든요. 울산하면 고래고기도 유명하고 또 여러가지 정치적 이슈도 있지 않았습니까? 기대가 되는데, 울산에 있는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어떤 곳이죠?

▶김선권 : 마을에 들어서면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식당입니다. 옛날 스타일의 짜장면과 라면, 잔치국수 그리고 도시락을 파는 곳인데, 저는 간단하게 도시락을 맛보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 주는 양은도시락에 옛 감성 가득한 반찬을 담아줍니다. 뚜껑을 덮은 채 흔들어서 섞어 비빔밥을 만들어 드시면 됩니다.

▷이호상 : 이렇게 본격적으로 겨울이 됐는데, 추울 때 난로에 양은 도시락 올려놓고 학교다닐 때 말이죠. 흔들어서 비빔밥 만들어 먹었던 생각이 나는데 사실 청주 도심 곳곳에도 이런 곳이 있어요. 양은도시락이요.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김선권 : 많이 생겼더라고요. 다음은 서점입니다. 서점에 들어서면 앵커님도 아실 것 같은데, ‘소년중앙’ ‘어깨동무’와 같은 1970년대의 어린이들을 위한 월간지가 전시되어 있고, ‘표준전과’, ‘동아전과’ 등의 그 시대의 국민학생을 위한 참고서, 그리고 1980년대에 빅히트를 쳤던 이현세 작가님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교복과 교련복을 빌려주는 곳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젊은 분들도 교복과 교련복을 빌려 입고 흥에 겨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점 맞은편에는 장생포 사진관이 있는데 교복을 입고 흑백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전당포, 전파사 그리고 연탄 가게는 인기 있는 포토존으로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셀카를 찍고 있었습니다.

▷이호상 : 오랜만에 듣네요. 소년중앙, 소년동아, 저도 표준전과를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또 학교 다닐 때 교련복을 입고, 행군, 소풍도 갔고요. 정말 추억이 가득한 장소인 것 같습니다.

▶김선권 : 그리고 ‘포수의 집’이란 곳이 있어서 고래문화마을에 웬 포수인가 하는 생각에 들어가 보았더니, 고래를 잡는 포를 쏘는 포수였습니다. 그 시절의 고래를 잡기 위한 포가 전시되어 있고, 예전에 포수로 일하셨던 분께서 복장을 갖추고 그 시절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계셨습니다.
포수의 능력에 따라 선원들의 수입이 달라지기 때문에 포경선에서 가장 대접을 받는 사람은 선장이 아니라 포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생포 포수는 울산군수하고도 안 바꾼다”라는 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호상 : 그 정도로 대접을 많이 받았다는 말이군요. 고래를 직접 잡는 포수죠. 

▶김선권 :네.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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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상 : 정말로 포수가 선장보다 더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르신들이 좋아하실만한 장소인 것은 분명한듯한데, 가족과 함께 간다고 했을 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있나요?

▶김선권 : 네, 있습니다. 엿장수 분장을 한 사람이 돌아다니며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줍니다.

▷이호상 : 엿장수요? 그냥 주나요? 

▶김선권 :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겨야 줍니다. 그런데 지면 다시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냥 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요즘 오징어게임으로 더욱 핫해진 ‘달고나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네점빵도 있습니다. 동네점빵에서는 ‘딱지’를 비롯해서 1970년대 유행했을 법한 어린이 장난감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의외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있었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 중에 라면땅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거라 생각되는데요. 혹시 앵커님 라면땅 아시는지요?

▷이호상 :  전 잘 알고 있습니다. 맛있었죠. 그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어요, 정말로.

▶김선권 : 아 그러신가요. 라면을 부숴서 포장해 놓은 듯한 라면땅은 1970년대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는 과자였습니다. 그런데 ‘라면땅’이 보급형이었다면 고급형은 ‘자야’였습니다. 가격이 두 배였죠. 점빵에서 ‘자야’를 팔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한 봉지 사서 먹어 보았습니다.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이호상 : 맛은 어땠습니까? 옛 맛 그대로였나요?

▶김선권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름만 기억했지, 맛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옛 맛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웠습니다. 점빵에서 나와 ‘반공방첩’ ‘이상하면 살펴보고 수상하면 신고하자’라는 남북한이 긴장상태였던 시대의 벽보가 붙어있는 담벼락을 지나면 옛 장생포국민학교 건물이 나오는데, 교실이 그때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교실 안에는 벌 받는 어린이, 회초리 맞는 어린이 상이 익살맞은 표정으로 세워져 있고, 주말에서 옛 스타일로 흰 블라우스에 검은 스커트를 입은 선생님이 상주하며 수업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교실 안에 아이들을 들여보내고 부모들은 창문 밖에서 수업을 참관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호상 : 저도 지금 머릿속에 상상을 하고 있는데 잘 그려지고 있고요. 저는 작가님 앞서 말씀하신 ‘자야’, ‘라면땅’이 자꾸 기억에 남는데.

▶김선권 : 저도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그걸 보고요.

▷이호상 : 지금도 그렇게 똑같은 포장지에 그렇게 ‘라면땅’, ‘자야’라고 해서 포장이 나오나요?

▶김선권 : 라면땅은 없고 자야만 있었습니다. 제 기억에 라면땅은 정말 땅땅해서 저희가 ‘한 가마’ ‘두 가마’ 이렇게 불렀던 것 같아요. 자야는 길쭉했는데 길쭉한 형태가 그대로였습니다.

▷이호상 : 아, 여기를 꼭 가보고 싶네요. 정말로요. 자야 먹으러 말이죠. 마지막으로 울산의 먹거리를 소개해주실 시간인데요. 혹시 고래 고기를 소개해주시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김선권 : 네 맞습니다. 조금 조심스럽지만 고래 고기를 소개해보겠습니다. 저는 음식은 그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울산의 고래 고기는 울산을 대표하는 문화라는 생각입니다. 멸종 위기에 동물을 어떻게 먹을 수 있냐고 하실 수 있는데, 모든 고래가 멸종 위기는 아닙니다. 멸종 위기의 고래종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보호로 개체수가 과하게 증가해서 현재 고래가 먹어치우는 물고기의 양은 전 세계 사람들이 먹는 양의 4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오히려 수족자원 감소의 주범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입니다. 불법적으로 잡은 것이 아니라면 한 번쯤 맛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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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상 : 그런 또 불편한 진실이 있었었군요. 무조건 고래 고기에 대한 혐오감 이런게 아니라 우리가 개체수 때문이라도 포획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게 있군요.

▶김선권 : 조금 조심해야할 소재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요. 다른 음식을 소개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울산 장승포를 소개하면서 고래 고기를 소개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산뿐만 아니라 경상도 지역에서 고래 고기는 예로부터 아주 유명한 별미 중에 하나였습니다. 보통 꼬릿살과 목살을 많이 먹는데, 고래가 워낙 거대한 동물이기에 이름은 목살과 꼬릿살로 통일되지만, 목과 꼬리의 어느 위치냐에 따라서 그 모양과 맛이 다릅니다. 같은 목살에서도 어떤 부위는 소의 지라 같은 맛이 나기도 하고 어떤 부위는 향긋한 게 입에 넣으면 씹을 것도 없는 녹는 듯 사라집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맛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고래 고기 가격은 어느 정도 할까요?

▶김선권 : 상당히 비쌉니다.

▷이호상 : 비쌉니까? 장승포쪽에 가면 고래 고기를 판매하는 곳이 여러 곳이 있나보죠?

▶김선권 : 네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 장승포 고래타운이 있는데 고래문화마을이 있는 곳에 고래 박물관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앞에 쭉 있습니다.

▷이호상 : 사계절 어느 때나 먹을 수 있는 곳입니까?

▶김선권 : 아무 때나 먹을 수 있긴 한데요. 얼마나 좋은 고기를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얘기를 들어보면요. 돌고래를 파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경우에는 맛이 좀 없고, 찜찜하다고 하는데. 보통 밍크고래를 판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밍크고래는 한 살짜리냐 세 살짜리냐에 따라서 맛이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이호상 : 좀 조심스럽습니다. 작가님. 여기까지 하고요. 다음 주에 더 좋은 곳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추억의 장소 너무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지금까지 여행 전문가입니다. 김선권 작가였고요. 오늘은 울산장승포고래문화마을이라는 곳을 가봤습니다. 추억의 장소네요. 한 번 가보면 좋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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