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말, 취재기자로서 서울중앙지법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그리고 약 1년 8개월 동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피의자들을 어림잡아 백 여 명 정도 봤습니다. 유명 연예인부터 재벌 총수, 정치인 그리고 전직 대법원장까지, 나이와 직업도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그 중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피의자를 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도박이나 음주운전과 같은 사생활의 영역이 아닌 취재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었기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심사 종료 후 입을 꾹 다문 채 호송차에 올라탔던 전직 기자는 결국 구치소 밖으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며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기자들은 물론, 법조인들 역시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특히 법원이 발부 이유에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논쟁이 일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지나치게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적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법원이 구속 결정을 내릴 만큼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검 수뇌부가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검언유착 의혹’을 둘러싼 잡음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영장이 발부돼 피의자 신병이 확보되면 검찰 수사 역시 탄력을 받지만, 이번 사건은 이례적으로 수사팀과 피의자 측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모킹건’ 중 하나로 꼽히는 한 모 검사장과 해당 기자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고, 이후 수사팀이 일부 내용이 누락됐다며 반박에 나서자 기자 측은 음성파일까지 모두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재판이 아닌 수사단계에서 사건의 핵심 증거 전체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 역시 종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오후 대검찰청에서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립니다. 각계 전문가들 가운데 무작위로 선발된 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사의 적법성과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한 모 검사장과 채널 A 전직 기자,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등 사건 관계인들 역시 직접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예정입니다. 중앙지검 수사팀 역시 앞서 공개된 녹취록 외에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증거들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물론 심의위의 결정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향후 수사에 중요한 나침반이 될 수는 있습니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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