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월요일. 밤 9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입구는 취재진과 시민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주인공은 바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심사는 8시간 30분이 넘게 이어졌습니다. 심사가 진행되는 내내 법정 밖에서 이른바 ‘뻗치기’를 하던 기자들 사이에선 한 때, “이러다 내일 아침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 어린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다음날 새벽 2시 1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알리는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예상보다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에 대한 심문이 밤 9시쯤 모두 마무리된 것을 고려했을 때, 약 5시간 만에 심사 결과가 나온 겁니다. 또 지난 2017년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았을 당시 그 결과가 새벽 5시 40분쯤 나온 것과 비교해 봐도, 이번에는 법원이 상대적으로 빨리 구속 여부를 결정했습니다. 

심사를 맡았던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본 사실관계는 소명됐지만,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해선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20만 쪽이 넘는 검찰의 수사 내용에도 받아들일만한 부분이 있지만, 검찰의 주장이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깰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러면서도 원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가 담긴 글 말미에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소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과 삼성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제 공은 검찰과 그리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학자, 법조인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빠르면 이 달 말 회의를 개최에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적절성을 판단하게 됩니다. 물론 수사심의위의 결정에 강제성은 없습니다. 때문에 심의위가 ‘불기소’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검찰은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2년 전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심의 대상에 오른 모든 사건에 대해 심의위의 권고를 따랐습니다. 검찰이 심의위원회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제 수사심의위원회의 시간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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