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치~~익”   “척!...치~~익”

휴일 늦은 아침, 맛있는 소리와 냄새가 식구들의 단잠을 깨운다.

“이게 무슨 맛있는 소리야...?”

눈을 부비며 부엌으로 나오던 딸 아이가 소리와 냄새의 근원을 묻는다.

“척!...치~~익”

나는 대답대신 미소로 화답하며, 빨리 식탁에 앉기나 하라는 듯 불판 위에 고기 덩어리를 척척 얹는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동네 마트에서 장을 봤다. 모처럼 장바구니에 한우 두팩을 ‘투쁠(두플러스)’로 담았다. 4인 가족 재난기본소득의 무려 10%를 썼다. ‘한 팩만 할까...’ 잠시 망설였지만, 부쩍부쩍 자라는 아이가 양볼 가득 한우를 넣고 좋아할 모습을 상상하며 그냥 질렀다.

물론, 전에도 가끔은 한우를 식탁에 올려왔지만 그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장바구니 부담감보다 크기 때문이고, 특별한 날에 한우를 먹어줘야 한다는 명분이 작용하는 날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경제가 발전했고 국민소득이 높아졌다고 해도, 실로 서민들이 장바구니에 한우를 담는 건 모처럼의 명분과 얼마간의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약간의 명분이나 용기조차 필요로 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먹을 것, 입을 것 사는 일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가 아닌 동네마트에서 한우를 사고, 백화점이 아닌 동네 옷가게에서 여름옷을 사 입히고, 동네 분식집에서 선 결제를 하며 착한 소비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하고 있다.

이렇게 ‘플러스 알파’의 기쁨과 자긍심을 누리는 와중에 청와대에서 나온 메시지는 기쁨과 자긍심을 감동으로 배가시킨다. “긴급재난지원금이 국민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어 매우 기쁘다. 소상공인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돼 카드매출이 작년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한우와 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뭉클’했다. 힘겨운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문재인 대통령이 느꼈다는 가슴 뭉클함이 마음에 와서 닿는 순간이었다. 서민들에게 부담없는 한우 한 끼, 삼겹살 몇 끼가 얼마만큼의 행복이고 가슴 뭉클한 일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잊지 않고 있었다. 대통령의 눈높이가 계속해서 서민의 눈높이에 닿아있는 한 우리는 코로나19 뿐 아니라 더한 위기가 닥쳐와도 정부와 국민이 결속해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가슴으로 하는 정치, 국민과 공감하는 정치가 재난기본소득 전 국민 지급이란 정책을 실현시켰고 그것이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는 요즘이다. 위기의 한 가운데에서 좌절로부터 국민을 지켜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날 우리 식구는 두 팩을 다 먹지 못했다. 군에 간 아들의 부재 덕분(?)이기도 했지만, 소고기는 원래 처음 몇 점이 황홀한 거지, 배는 밥으로 채우는 거라는 나의 지론에 우리 식구는 한 팩만 먹고 다른 한 팩은 주중에 한 번 더 먹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남은 한 팩을 먹어치우기까지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는 등심 한 팩이 한동안 내 마음을 여유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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