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았습니다. 3인 가족, 80만 원. 처음엔 기부를 결심했었지만 그걸 받아서 더 많이 써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지인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사실, 재난지원금은 노력해서 번 돈이 아닙니다. 또 업무 스트레스와 불편한 인간관계 모두를 다 참아내며 기를 쓰고 버는 월급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한마디로 ‘공짜 돈’입니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미가 담겼지만, 그래도 공짜 돈이 주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덥석 받을 수만은 없게 합니다.

재난지원금의 유사 제도는 ‘기본 소득제’입니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험하거나 시행중인 보편적 복지 정책인데,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대안으로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원래 ‘기본 소득’의 개념은 영국의 정치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누구에게나 먹고살 만큼의 돈이 고정적이고 의무적으로 보장된다면... 아마 그만한 이상적 세상도 없을 겁니다. 소설의 허구적 내용이 정책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이를 두고 “지나친 포퓰리즘이다” “게으른 국민을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 대다수는 기본소득이 갖는 가능성과 의미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때마침 기본 소득제를 2년에 걸쳐 실험했던 북유럽 국가 핀란드가 최근 의미 있는 결과를 내놓은 것도 한 몫 했습니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나, 타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고, 스트레스와 슬픔, 우울과 외로움이 덜했다는 결과입니다. 또 일자리 문제도 미미한 차이였지만 더 고용효과가 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로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한 때는 유토피아 속 허상에 불과했던 개념이 이제는 단순한 찬반의 문제를 뛰어 넘어 새로운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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