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사태가 길어지면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연등회’가 전격 취소됐는데요.
신라시대에 처음 시작된 연등회는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쳐 전국적인 행사로 자리잡은데 이어 지금은 세계적인 문화 축제로 발돋움하는 등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우리 민족의 축제, 연등회의 역사와 전통, 문화적 가치에 대해 홍진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브라질에 ‘리우 카니발’이, 스페인에 ‘토마토 페스티벌’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연등회’가 있다고 할 정도로 부처님오신날 ‘연등회’는 이제 세계인이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케빈 헌트베스 가족/영국 런던 (지난해 연등회 참가자): 연등 행렬은 아주 아름다웠고 연등회와 같은 전통 축제로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연등이 지나갈 때 아주 예뻤거든요.]
삼국사기에는 866년 정월대보름에 경문왕이 황룡사에 행차해 연등을 구경하고 고위 관리인 백관들에게 잔치를 열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신라 때 중국에서 수용된 연등회는 이 당시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널리 성행했는데, 고려시대에는 평양과 개경은 물론 전국의 주요 지역에서 일제히 열린 것으로 기록돼있습니다.
고려 태조가 후손들에게 전한 유훈, 훈요십조를 통해 장려한 연등회와 팔관회는 이후 먼 외국에서도 공연 단체들이 참가했을 정도로 이때 부터 국제적 성격의 축제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자현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불교만 들어온 게 아니고 인도에서부터 중국까지 걸친 다양한 문화들이 불교를 타고 들어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고요. 그러한 역할들을 고려시대 때 까지 지속적으로 해 왔던 것이 스님들입니다.]
불교가 억압을 받던 숭유억불의 조선시대에도 부처님오신날 등을 다는 연등 풍습은 곳곳에서 행해졌습니다.
조성왕조실록에 의하면 세종은 연등과 관등놀이를 행한지 이미 오래 돼 갑자기 금할 수 없다고 했고, 종교를 넘어 임진왜란 당시에도 지속된 민족의 문화로 여겨졌습니다.
[원철스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난중일기에 나와 있는) 등을 어디다 달았을까, 어디에 가서 관등을 하셨을까가 안 나와 있어요.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군진을 비우지는 않았을 거고 아마 군진 안에...]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연등행렬은 다시금 선보이게 되었고, 1975년 부처님오신날 국가공휴일 제정 이후 이듬해부터 도심에서 대규모 연등행렬이 펼쳐졌습니다.
[스탠딩] 올해 연등회는 비록 취소됐지만, 역사를 가로지르며 세상을 밝혀온 천년의 등불은 국민들의 마음 속에 더욱 환한 빛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에서 BBS NEWS 홍진호입니다.
(영상취재=장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