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엔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와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의 고별 기자회견이 30분의 간격을 두고 열렸다. 두 현장을 지켜보면서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두 도시 이야기’가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니었다. 같은 시대를 역설적으로 묘사하는 찰스 디킨스의 이 유명한 문장은 파리와 런던,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총선 이후의 여의도를 가리키는 비유로도 적절해 보였다.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회의를 끝내고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인영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는 플랜카드가 함께 했다. 이 원내대표는 벽면에 걸려있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의 포즈를 취하자는 농담도 건넸다. 임시의정원은 헌법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원내대표단은 로텐더홀 한 가운데서 다같이 국회의 가장 높은 곳을, 돔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같은 시각, 30미터 떨어진 곳에서 심재철 원내대표는 기자들을 상대로 총선 패배의 원인을 짚었다. 황교안 전 대표의 리더십 부재, 공천 실패, 집권여당의 매표용 현금살포 등 격한 언어를 쏟아냈다. 한 기자가 당신도 지도부아니었냐는 식의 질문을 던지자 "나도 책임은 당연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단의 마지막 질문은 '향후 계획'였고 심 원내대표는 "연구소라도 만들어서 이런저런 공부나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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