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대표, "부산시 조직의 근본적인 문제 직시해야"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대표

● 출 연 :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대표 
● 진 행 : 박찬민 기자
● 2020년 5월 7일 목요일 ‘부산BBS 라디오830’ 
  (부산FM 89.9MHz 창원FM 89.5MHz 진주FM 88,1MHz) 
● 코너명 : 집중인터뷰 

[박찬민] 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들 단체는 오 전 시장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범죄로 부산시가 성 평등 종합대책 마련에 실패한 결과라고 주장했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지금 석미영 부산여성단체연합대표 전화 연결돼 있습니다. 석영미 대표님 안녕하세요. 

[석영미] 네, 안녕하세요.

[박찬민] 먼저, 부산여성단체연합은 어떤 단체인지 설명 좀 해주시죠. 

[석영미] 부산여성단체연합은 성평등한 사회와 여성의 권익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부산지역의 진보적인 지역 여성운동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1999년에 처음 만들어졌고요. 현재 부산성폭력상담소, 제가 있는 부산여성사회교육원, 부산여성의전화,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산여성회,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부산한부모가족센터가 회원단체로 있습니다. 

[박찬민] 오거돈 전 시장의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범죄라고 주장하셨는데요. 권력형 성범죄는 어떤 의미인가요? 

[석영미] 안희정 전 도지사 사건처럼 가해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저지르는 성폭력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가 남성중심적인 위계구조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범죄이지요. 이런 구조 속에서 피해자는 저항하지 못하고 저항하더라도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찬민]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아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죠? 

[석영미] 잘못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 전시장의 사건으로 불거진 것뿐이지 늘 조직사회내, 직장내에서 일어나고 있었던 문제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작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성희롱 등 성폭력 상담의 30%가 공직사회 포함 직장내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공직사회를 비롯한 우리나라 일터와 조직내의 수직적 상하관계, 잘못된 성의식, 성인지 감수성 부족 등에서 온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개인의 일탈로 보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축소하려는 것이죠.

[박찬민] 공직사회 전체의 문제라고도 말씀하셨어요. 이런 문제는 같이 일하는 여성을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석영미] 네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여성폭력을 넘어 성차별적 고용환경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은 성차별적 위계 구조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여성은 남성의 경제적, 사회적 우월성으로 인한 폭언, 폭행, 성폭력 등에 노출되기 쉬워집니다. 여성을 같은 동료가 아닌 성적 대상물로 보는 남성중심적 조직문화에서 성희롱, 성폭력의 위험은 현실로 나타나게 됩니다.

[박찬민] 부산여성단체연합이 부산시에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 구성에 대해 지속적인 요구를 해 왔는데 시에서는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왜 그렇다고 보시죠? 

[석영미] 사실 이 성폭력 전담기구 설치 건은 오 전시장의 공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성단체들은 이 공약을 속히 이행하라고 주장했던 것인데요. 안이한 문제의식으로 이제까지 미루어왔던 것이죠. 이제는 이 기구 설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산시의 전반적인 조직체계를 성평등하게 만들지 않으면 이번 사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찬민] 피해자와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관에 대한 2차 가해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까요? 

[석영미] 근거 없는 비방과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것,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2차가해라 할 수 있습니다. 사건을 호도하는 것이고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상담소는 피해자 중심의 원칙에 따라 사건을 진행해 왔다고 생각되구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업무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언론과 정치권의 반성을 촉구합니다.

[박찬민] 이런 성폭력 문제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데요.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석영미] 오거돈 전 시장 권력형 성폭력 사태 이전과 이후의 부산시는 완벽히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성폭력 사건이 아니라 부산시 행정당국 조직 전반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임을 직시하고 부산시는 성평등 조직체계를 구축을 위한 강정치권도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성폭력전담기구가 아니라 시정 전반의 성주류화 정책을 만들고 실천할 독립적이고 강력한 성평등위원회 설치, 여성정책과의 위상을 높이고 성평등 노동을 포함하는 여성정책 전반을 보강 등이 있습니다. 또한 타시도 처럼 여성특별보좌관을 신설하여 시정 하나하나가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점검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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