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S불교방송 법당에 오랜만에 사람의 온기가 돌았다. 다시 켜진 법등은 부처님 머리 위로 볼록 솟은 육계 마냥 사부대중의 정수리 부근을 밝게 비췄다. ‘코로나19’로 법회가 중단된 지도 2달여. 철저한 채비 끝에 불교방송은 개국 30주년 기념 법회를 열 수 있었다. 평소 법당에선 앞사람과 무릎이 닿는 걸 조심해야했던지라 멀어진 거리와 마스크는 익숙지 않았지만, 전체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모아보는 합장은 어색함이 없어 보였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해 열리는 불교방송의 개국기념식은 불교계의 큰 행사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30주년이라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를 맞기 때문에 기대는 더 컸다. BBS가 이제 서른의 청년이 되는 만큼, 새로운 비전 선포 ‘성년식’으로 새롭게 도약하기를. 부처님의 자비가 세상 속에 널리 퍼질 수 있기를. 또 개국기념일이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인근 식당 ‘짜장면 식사 쿠폰’이 올해는 공적마스크처럼 2장이 지급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복병이 됐다. 부처님오신날 봉축까지도 한 달 미뤄지면서 불교계는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서른이 되는 생일을 축하해야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와대가 직접 영상으로 전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는 불교계에 큰 위안을 줬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불교방송과 함께 부처님의 자비를 가깝게 만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불교계 전체에 대해서도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이 박양우 문체부 장관 등을 통해 불교계에 사의를 전한 적은 있지만 직접 표현한 건 처음이었다. 비상한 시국인 만큼 축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청와대 비서실은 검토 회의에서 “사회적 소임을 다해 온 ‘BBS불교방송’의 공헌을 치하하기 위해 축사를 보내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냈다고 전해왔다.

다시 개국기념식 현장, 불교방송 30년 사사를 소개하는 아나운서는 방송환경 변화로 인한 경영악화 등 불교방송이 겪은 지난한 과거를 짚었다. 그리고 반전된 화면엔 10만 공덕주 모임 '만공회'를 상징하는 붉은 홍련이 나타났다. 4선 국회의원 임기 동안 불교계와 정치권의 가교 역할에 애썼던 강창일 정각회장과 불교방송에 대한 애정으로 눈시울을 붉힌 배금자 변호사, ‘좋은 날엔 웃어야 한다’는 월호스님의 호탕한 웃음도 이어졌다. 30년의 세월, 어려움도 많았지만 이들과 함께 불교방송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윽고 스크린에 비친 문재인 대통령은 말했다. "많은 위기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시대 역시 자비와 사랑, 연대와 협력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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