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 먹은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던 지난 2014년 4월의 끝자락. 진도 팽목항에 있었습니다. 대학원 동기들과 2박 3일간의 자원봉사를 위해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항구를 오갔지만 침묵이 무겁게 깔려 있었고, 4월의 햇살은 따가웠지만 일대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던 걸로 기억합니다. 팽목항 도로에는 봉사단체와 언론사 천막 부스가 줄지어 있었는데, 그 가운데 바다를 향한 천막 법당이 눈에 띄었습니다.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지고 실종자 가족으로 보이는 분들이 하염없이 기도하고 있던 뒷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때의 경험은 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특히 어떤 언론인이 돼야할까 고민할 때면 그 날의 경험이 어김없이 떠올라 마음을 다잡게 했습니다.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저는 참 많이도 변했지만 세월호 참사는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과 치유되지 않은 상처들이 있습니다.

대검찰청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오늘 오전 조대환 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소환했습니다. 조 전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 앞에서 선 조 전 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에 국가 책임은 없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조 전 부위원장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검찰의 역할을 생각해봅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수사 속도를 조절했던 검찰인 만큼,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야 할 시기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기자 초년병 시절 제게 언론인의 소명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뒤늦게 전면 재수사를 시작한 검찰도 소명의식을 발휘해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투명하게 밝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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