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누구에게나 할머니와 함께 했던 애틋한 추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 그것도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와의 추억은 어떨까요?

지난달 31일부터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 전시2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선기 작가의 ‘나의 할머니, 오효순’ 사진전은 이런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오효순은 현재, MBC 영상미술국 촬영감독으로 근무하는 김선기 작가의 지난해 별세한 할머니의 함자입니다.

할머니는 일제 치하와 6.25전쟁 같은 아픈 근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었고,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6남매를 키우며, 노년에는 성한 손발톱이 없을 만큼 억척같은 생을 살았던 분입니다.
      
전시된 40여점 흑백사진들은 “카메라가 혹시 폭력은 아닐까”라는 작가의 우려에도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던 치매 할머니의 다양한 모습이 담겼습니다.

특히, 어려운 시절 밥벌이를 바느질로 연명해 온 할머니가 훗날 치매를 겪으며 곰 인형에 삐뚤빼뚤 새긴 바느질 자국과 치매 할머니를 보살피는 가족들의 고통은 사회적 울림과 화두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어쩌면 쇠잔해가는 치매 할머니의 사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작가는 객관적 시선으로 한 인생의 ‘생노병사’를 사진전으로 열며 공적이야기로 바꾸고 있습니다.

‘나의 할머니, 오효순’ 사진전은 오는 12일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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