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눈부신 봄날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바깥출입이 쉽지 않습니다. 아쉬움에, 아침 일찍 마스크를 쓰고 인적 드문 동네 벚꽃길로 향했습니다. 봄바람에 하얀 꽃비가 쏟아집니다. 잠시 행복감이 밀려듭니다. 얼른 다시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벌어지는 웃픈 풍경입니다. 매일 발표되는 확진자와 사망자수, 하루에도 몇 차례씩 울리는 휴대폰의 안전안내문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을 거듭 일깨웁니다. 특히 병마를 잡기 위해 의료진들이 목숨을 각오하고 벌이는 사투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지 분명히 일러줍니다.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는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파크가 1920년대 만들어낸 사회학 개념입니다. 사람 간의 거리로 친밀함의 정도를 나타낸 건데, 모두 4종류입니다. 먼저 0에서 45센티미터 이내 정도의 친밀한 거리(Intimate Distance)는 애인과 가족 같은 사이입니다. 또 46센티미터부터 1.2미터 이내 거리는 친구와 지인 사이인 개인적 거리(Personal Distance)이고요, 1.2미터에서 3.6미터 이내는 업무상 만나는 사이인 사회적 거리입니다. 마지막으로 3.6미터 이상 거리를 두는 사이는 공적인 거리(Public Distance)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이 같은 사회학 용어에 코로나19 비말 전파를 차단하는 2미터 거리 두기 실천이 더해진 개념입니다.

지난 2월 26일부터 시작된 ‘사회적 거리 두기’. 이제 한 달을 훌쩍 넘기면서 우리네 일상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으로 시범 실시되던 재택 근무인 스마트 근무는 본격화됐고, 관련 신종 직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습니다. 반면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기를 피하거나, 바깥 출입이 줄면서 코로나19와 우울감이 합해진 ‘코로나블루’를 호소하는 우울증 환자들도 늘었습니다. 생산과 소비 위축은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도 끼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누구의 통제와 간섭도 받지 않고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오히려 편안해졌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대비할 틈도 없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개인 일상의 변화를 넘어 시대적 변화를 앞당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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