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대한 폭력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어

● 출 연 : 석영미 (사)부산여성사회교육원장

● 진 행 : 김상진 부장

● 프로그램; 부산BBS ‘부산경남 라디오 830’금요인터뷰

● 방송일시: 2020년 3월13일 금요일 오전8시30분

석영미 (사)부산여성사회교육원장

앵커; 지난 3월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세계 여성의 날이 어떤 날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 1908년 3월 8일에 뉴욕 루트거스 광장에 여성노동자들은 다시 변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습니다. ‘우리는 빵과 장미를 원한다’ ‘아이들은 노동이 아니라 휴식이 필요하다’를 외치쳤습니다. 여성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여성의 지위 향상과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를 주장하며 거리로 광장으로 뛰쳐나온 날을 기념하고자 그 다음해에 국제여성노동자회의에서 세계여성의 날로 정할 것을 제안해 지금까지 여성들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빵과 장미가 38 여성의 날에는 중요한 상징인데요, 빵은 생존권을 의미하고, 장미는 참정권으로 대표되는,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면서 살 권리를 의미하고 있어요. 이런 운동으로 인해 여성들은 선거권을 겨우 싸워가면서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1920년대부터 3.8여성의 날 행사를 치러왔다고 하는데요, 일제의 탄압과 정치적 탄압으로 끊겼다가 1985년부터 한국여성연합 주도로 38여성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앵커; 세계 여성의 날이 갖는 의미라고 할까요?

답; 이제까지 이루어냈던 여성의 권리는 거저 이룬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광장에서 대대적으로 발화하여 힘이 된 날이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도 연대 힘으로 사회의 불평등과 맛설 것을 확인하는 날, 또한 각 계층과 영역의 여성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날이기도 합니다.

앵커; 실제 우리나라 여성들의 정치참여 비율이라고 할까요? 어느 정도입니까?

답; 20대 국회의석의 83% 남성의원, 여성의원은 17%입니다. 전 세계 평균 24.3%보다 훨씬 낮은 수치입니다. 지방자치 시작 20년이 지났음에도 광역단체장 중에 여성이 한명도 없다. 지자체 4급 이상 고위직 여성비율이 한자리수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외국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답; 핀란드는 2019년 34세 여성총리가 탄생되기도 했죠. 세계적으로 여성의 정체대표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외교협회가 발표한 ‘여성파워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정치적 평등성 점수는 100점 만점에 17점으로 조사대상 193개국 중 124위입니다. 현 시점에서 각 정당의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 비율은 전국 16~18%에 불과하며 부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 21대 국회의 여성 의원 비율이 20대 국회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런데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여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일상자체의 안전에 위협받고 있고 양육과 돌봄 노동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만 전가되어 있습니다. 여성들은 채용차별, 승진차별에 경력단절이라는 악순환 속에 빠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4.15 총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매번 선거때마다 여성 공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실제 개선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 17대 국회부터(2004년) 비례대표 50% 실시하고 여성할당과 지역구 30% 여성할당제는 법제화되어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닙니다.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의 보장되어야 하고 모든 선출직과 임명직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당시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단상에도 오를 권리가 있다” 했습니다. 이제 21대 총선의 목표는 30% 할당이 아닌 남녀동수가 되어야 합니다. 여성들은 이제 동수 민주주의 정치 실현을 통해 정치, 경제, 일자리, 보육 등 각 종 분야에서의 직접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합니다.

앵커; 여성 공천할당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30% 할당제를 노력조항에서 의무조항으로 변경함이 마땅하고 여성들에 대한 사회 전 영역에 걸친 불평등의 구조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입법과 행정, 사법 전 영역에서 여성의 대표성 확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앵커; 여성의 활발한 정치참여는 앞으로 우리 정치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어떤 리더십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보십니까?

답;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으로 여성정치참여 가능성이 높아져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여성의당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2주만에 만명의 당원들을 모아 창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로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런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면 안전과 차별의 위협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여성을 보호하는 법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의 계파나 정당배경이 아닌 평범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치리더십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현재 여성 정치인들에 대해 평가를 하신다면?

답; 먼저 진출하신 이 분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 것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만 워낙 적은 숫자이다 보니 아직은 역부족이라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주로 입문하는 형태인 비례대표 는 처음에 가졌던 포부와는 달리 정당의 기조대로 행동해야만 하는 아쉬움도 있구요. 그리고 지금의 17%로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어느 조직이든 특정 그룹이 목소리를 내려면 30%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앵커; 부산여성단체연합에서는 몇 개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답; 부산여성단체연합은 성평등한 사회와 여성의 권익, 인권, 모두가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부산지역의 진보적인 지역 여성운동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1999년에 처음 만들어졌고요, 현재 부산성폭력상담소, 제가 있는 부산여성사회교육원, 부산여성의전화, 부산여성장애인연대, 부산여성회, 여성인권지원센터‘살림’, 부산한부모가족센터가 회원단체로 있습니다.

앵커; 부산여성사회교육원 소개도 해 주시죠?

답; 부산여성사회교육원은 1995년도에 창립하였습니다. 부산 경남 지역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학 관련 연구자 강사 단체 활동가들이 힘께 모여 만든 여성주의 교육연구문화운동 단체입니다. 부산여성사회교육원은 현실의 부당한 성차별문제를 극복하고 성별, 인종, 연령 등을 이유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면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부산지역 여성들의 사회운동 참여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활발한 편인가요?

답; 매우 활발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부산여성단체연합 뿐 아니라 4개의 여성단체 연대가 있습니다. 진보, 보수를 떠나서 여성의 권익과 성평등을 위한 일에 함께 힘을 모으기도 합니다. 부산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여성들의 주체성과 역동성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지난 70, 80년대 부산근대산업의 주역이었던 여성노동자들의 저력을 이어받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앵커;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잖습니까. 어떤 문제가 남아있다고 보십니까?

답; 많은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권리가 신장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여성에 대한 폭력문제는 디지털 성범죄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고 노동분야에서의 불평등(100대 64), 정치영역 등등 성평등은 아직도 요원하게만 느껴집니다.

앵커; 앞으로 총선을 앞두고 여성 정치 참여를 위해 여성단체들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답; 각 정당들과의 순회간담회, 성평등 정책제안, 후보들의 성평등의식 점검 등 여성총연대를 통해 활동할 예정입니다.

앵커; 끝으로 부산지역 여성들을 비롯한 청취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답;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힘! 이 올해 부산여성단체연합의 슬로건인데요. 이 의미는 여성은 더 이상 역량강화를 해야 할 대상, 즉 임파워링을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가 힘, 즉 파워를 가져야 하는 주체라는 뜻입니다. 아무쪼록 우리 여성들이 계층, 세대에 상관없이 공통된 연대의 힘을 통해 다함께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일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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