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상황 점검하는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그야말로 ‘마스크 대란’이다.

코로나19가 비말감염으로 마스크만 잘 써도 감염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 구매를 제대로 했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8일부터 어제(3일까지) 5일간 공적마스크가 2천317만장이 나갔다고 밝혔다. 이 물량은 5일간의 기록이고 이에앞서 판매된 것까지 합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물량이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국 우체국 등을 가봐도 마스크는 품절이다.

식약처의 공적마스크 1일 공급 목표량은 500만장으로 이중 100만장은 대구·경북 지역으로 간다. 나머지 400만 장이 타 지역 몫인데 의료기관 등으로 나가는 숫자를 제외하면 300만장이 약간 넘는 수치다. 이 마스크도 지역별로 안배가 되고 대도시 보다는 농어촌 등으로 나가기 때문에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마스크 물량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 1인당 5매로 한 장 돼 있어 일단 줄을 서 자기 차례가 되면 5장을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숫자는 국민1인당 하나 꼴이 될지 모르나 실제로는 5분의 1정도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구조다. 결국 사재기 아닌 사제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딱히 5매씩 사가는 사람들을 나무라기도 힘들다. 이들은 기왕에 1회에 살 수 있는 한계로 설정된 5매를 사야 5일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줄을 서야만, 그것도 3~4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현실에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취약계층은 줄을 설 수도 없다.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면서 마스크로 인해 인정까지 메말라가고 있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상황이 어렵게 되면서 어제(3일)는 대통령이 나서 마스크대란에 대해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른 시일 내 마스크 수급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마스크를 제대로 살 수 없다는 불만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국민에게 사과하고 정부 당국자를 질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 수급 상황을 언급하며 "마스크를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국민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 단계인 지난달 3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취약계층 마스크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하는 등 한 달동안 마스크 수급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여야 대표 회동 당시 '하루 이틀이면 마스크 문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했으나 상황이 변하지 않자 지난 1일에 다시 한번 홍남기 부총리 등에게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현장에 가보라"고 질책하기까지 했다.

문 대통령은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인식하라"며 "과연 절실한 문제로 인식했나. 정부가 감수성이 있게 느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에게도 “현장에 가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참모들의 보고를 받아 마스크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는데도 문제가 이어지자 최근에 격노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마스크가 대란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생산능력의 한계’라는 점도 없진 않지만 문제는 수급상황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당국의 책임이 크다. 거기에다가 이번 기회에 한몫 잡으려는 파렴치한 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4일)은 중국 수출이 거부된 마스크 15만장을 국내에 유통하지 않고 물류창고에 보관해온 업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A씨는 지난달 24일 전남의 한 마스크 생산공장에서 3억원을 주고 30만장을 사들인 뒤 이 중 15만장을 중국에 수출하려 했으나 정부의 수출 제한으로 막히자 시중에 유통하지 않고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대전의 A씨는 마스크 1만7천여장을 쌓아만 두고 최근까지 팔지 않고 있다가 경찰·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단속반에 적발됐다.

마스크 등 보건용품 매점매석 행위를 비롯해 대검에 취합된 코로나19 관련 사건은 현재 총 98건이다.

국세청은 그간 자체 현장 점검과 정부 합동단속 결과를 바탕으로 매점·매석, 탈세 혐의가 있는 마스크 온라인 판매상과 2·3차 유통업체 52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스크 문제는 수급불안을 넘어 불법유통업자들이 넘쳐 나는 것도 문제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마스크가 부족해 지면서 불법 제품들도 판을 치고 있다.

탈부착형 '한지 필터 마스크'라는 건데, 한국원적외선협회(KIFA) 인증마크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시험 결과서를 바탕으로 출시했고 마스크 대란이 풀리는가 싶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위조되거나 가짜 광고로 밝혀졌다.

인터넷에 유통되는 한지리필 마스크는 대부분 정부로부터 인증받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나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는 짝퉁 마스크라는 것이다.

또 한 인터넷 사이트에 판매하겠다고 올린 KF94 마스크는 필터가 없는 가짜 KF94 마스크였다.

한 업체는 인증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산 마스크를 개당 9천3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위는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이 돈을 노리고 벌이는 사기행각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현재 50%인 마스크 공적 판매 비율을 최대 80%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3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공적 유통망을 통한 (마스크) 보급을 현재 50%로 하고 있는데, 이번에 대폭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브리핑에서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으로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스크 공적 판매물량 확대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을 만들어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적 물량 확대를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일괄 구매해 주민센터 등을 통해 공평하게 나눠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형평성 확보 차원에서 마스크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도록 건강보험 시스템 등을 활용해 중복 구매를 막는 방안도 개발 중이다.

이는 전국 약국을 연결하는 정보망인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Drug Utilization Review)를 활용할 예정이다.

DUR은 의약품의 부적절한 처방과 조제 사실 등을 의·약사가 알 수 있도록 병원과 약국을 연결한 네트워크로, 2010년부터 도입됐다.

한 사람이 여러 약국을 돌며 마스크를 사재기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것이다.

마스크 한 장이 서로 아쉬운 이때 누가 얼마만큼의 마스크를 샀는지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은 가동되는 게 맞다.

마스크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 최상책인 것처럼 읽히면서 마스크만이 살길이라는 식의 행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통제하고 국민에게 고루 돌아 갈 수 잇는 시스템을 강구하는 것은 잘 한 일이다.

일부에서는 여기저기 공적 판매처를 돌아 다니며 소위 ‘가정 사재기’를 하고 있지만 또 일부에서는 마스크 안 사기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가 긴급하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최근 SNS에는 "댁내에 15∼20개를 보유하고 있다면 당분간 구매 안 하는 것이 어떨까요"라며 "꼭 필요한 분들에게 마스크가 갈 수 있도록"이라며 '마스크 안 사기 운동'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난 꼭 필요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먼저 구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공급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마스크 안 사기 운동'에 동참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일부에서는 마스크 부족에 시달리는 의료진이나 야외 근무자에게 마스크를 기부하는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어려울 때 힘을 보태는 참으로 따뜻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운동이 국민적으로 일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마스크 공급은 확대되어야 하고 불법 유통이나 사기범들은 사라져야 한다.

또 정부가 80%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니 수급안정을 기대해야겠지만 현재와 같은 공적 판매 시스템이 과연 옳은가부터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체국 약국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이미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줄을 오래 선 사람이 마스크를 선점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하게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다.

기장군이나 안산시는 이미 공적 조직을 통한 마스크 배분에 나섰다. 이런 방식이 장단점이 있겠지만 취약계층에까지 공정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을 것이다.

마스크 대란은 장기적 관점보다는 단기적인 처방이 필요할 때다.

우리 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으뜸가는 방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단시약을 개발하고 하루 1만 건이 넘는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하루 2차례 브리핑을 통해 국내 언론에 코로나19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영어 등 외국어로까지 자료를 실시간으로 배포하는 등 전 세계의 방역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은 무거운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보살피고 공무원들은 누구랄 곳 없이 투입돼 감염을 막기 위해 총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콩알 하나에 속상한다.’ 는 옛말도 있듯이 마스크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일은 일대로 하고 국민의 질책은 쏟아 질 것이다.

정부는 마스크 대책을 철저하게 세우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지금 일부에서는 마스크 사태를 정부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정부만 믿고 따르고 있음을 정부 당국자들은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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