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의 한 장면.

영화 속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개발 욕구에 생존터전을 잃은 야생 동물이 민가로 쫓겨옵니다. 그들은 가축의 영역을 넘나들고, 비위생적 환경은 결국 인간에게 치명적 질병을 안깁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아내가 갑자기 숨지고, 이를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랑스러운 아이가 잇따라 생의 끈을 놓습니다. 사람들은 고열과 식은땀에 시달리다, 발작을 일으켜 마치 도미노 게임처럼 쓰러집니다. 접촉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병이 옮겨지고, 편리한 지구촌 문명은 이를 더욱 확산시킵니다. 그런 와중에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 돈을 버는 이들도 생깁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2011년 영화, ‘컨테이젼(Contagion)’의 줄거리입니다.


영화는 안타깝게도 지금의 현실과 너무나 판박이입니다. 마치 예언하는 것만 같습니다. 주인공들이 재난을 마주하며 내뱉는 대사들과 감염자들이 폭증하는 상황, 또 지역사회로 퍼져 온 사회를 분열시키는 모습까지. 모두 지금의 ‘코로나19’ 현실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습니다. 

사실, 인간은 콜레라에서부터 흑사병과 스페인독감,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자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각종 바이러스들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아왔습니다. 영화 또한 이 같은 경고를 곳곳에서 외쳐댑니다. 끝없는 인간의 욕심이 인류를 점점 파멸로 이끌고 있으니, 이제라도 알아차리고 깨어나라고요.

물론 인간의 노력은 곧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어낼 겁니다. 그래서 이 어려움도 지나가겠지요. 하지만 이걸로 끝일까요. 반복된 역사가 말해주듯 인간의 끝없는 욕심은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를 만들 것만 같습니다. 다음 번엔 더욱 힘이 세져서, 백신을 만들기까지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겁니다. 질병 극복의 역사가 늘 인간의 편에 서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이제라도 모든 것을 파괴해 독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합니다. 비워야 채워지고, 비워야 공생할 수 있습니다. 영화 같은 현실을 보며 또 다른 뮤지컬 속 대사가 떠오릅니다.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문득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에도.”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며 죄스러움이 밀려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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