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필자는 공통점이 많다. 우선 1969년생이라는 점이 같다. 둘 다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했다는 점도 같다. 어릴때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봉준호 감독은 대학(연세대 사회학과)을 졸업하고 1994년에 단편 영화로 데뷔했고 본 기자도 1994년에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20대 시절에 비해 살이 많이 찐 것도 같다. 하지만 봉 감독과의 공통점은 여기까지다. 봉준호는 이제는 세계적인 거장의 대열에 올라섰고 한국 영화계의 기린아이자 대체 불가한 인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항상 대체가 가능한 소시민과 거장을 비교하는 일이 한없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다 아는 것처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해 한국 영화를 넘어 세계 영화사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계급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가 국경과 인종, 피부색을 넘어 전세계인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마지막까지 웃음과 긴장을 놓치지 않는 영화적인 재미도 전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반지하 주택과 고액 과외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세계인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점이 특히 눈길을 끝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결국 가장 세계적이라는 사실이 제대로 입증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봉준호 본인은 전 세계 동시대의 관객들이 호응해줘서 큰 기쁨이지만 왜 그렇게 여러 나라에서 관객들이 호응을 해줬는지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차분히 분석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은 등장 인물들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지 않은 것도 눈길을 끈다. 인물들 모두 완벽한 악인도, 완벽한 선인도 없다. 고정된 실체가 없고 영원한 선악도 없는 불교의 무아 사상과 맥이 닿아있고 중도의 미학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영화 <기생충>의 성공은 한국 영화는 물론 우리 문화 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한류 문화의 융성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생충에 이어 대표적인 작가주의 영화 감독으로 꼽히는 홍상수 감독도 영화 '도망친 여자'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해 세계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또 다른 저력을 보여줬다.홍상수 감독은 촬영할 장면의 시나리오를 당일 아침에 써서 배우들에게 나눠주고 주연 배우들의 실제 말투나 성격, 습관 등을 영화 속 캐릭터에 그대로 녹이는 등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온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우 김민희와의 스캔들 등 사생활을 둘러싼 잡음도 있었지만 이번 감독상 수상은 홍상수만의 이같은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제2, 제3의 기생충, 또다른 홍상수가 나오기 위해서는 한국 영화계,문화계가 풀어야할 과제들이 여전히 적지 않아 보인다. 창작자와 감독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작 환경을 조성하는 일, 한국적인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한 정책 당국의 맞춤형 지원, 예술적 상상력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1980~1990년대 큰 붐을 이루었던 홍콩 영화산업이 어떻게 쇠퇴해 갔는지에 대한 기억을 선명히 갖고 있다며 도전적인 영화들을 우리 산업이 포용하고 장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지난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면서 사회주의 체제 아래 영화 산업의 자율성이 약화되고 영화인들의 창작 의욕이 크게 꺾인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기생충의 사례처럼 우리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편성에다 한국 고유의 특수성과 독창적인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영화 기생충에 소개돼 큰 화제가 된 요리이자 저렴한 서민 음식으로 통하는 짜파구리에 한우 채끝살을 얹혀 고급스러움을 더하듯이 말이다.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양 날개를 달았을 때 우리 문화 산업은 세계를 향해 더욱 높이 비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랬을 때 세계인들은 한국 영화산업과 문화계에 대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한민국,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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