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화요일

유독 기사 쓰는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리셔스에서 한국인 신혼부부들이 입국을 금지 당하고, 대만에서도 한국발 승객을 격리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날입니다. 그런데 정작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에는 이 두 나라가 빠져있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기사를 써야 하나, 혼란스러웠습니다.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당일 외교부엔 왜 대만과 모리셔스가 공지에 없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확인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오후에 새로 올라온 공지에는 대만과 모리셔스가 포함됐지만, 문제는 계속됐습니다. 중국 지방 공항에서도 한국인이 격리됐는데 공지에는 '칭다오 웨이하이시'만 올라왔습니다. 그마저도 밤 10시쯤 사라졌습니다. 

■2월 26일 수요일

한국에서 온 승객을 격리하는 중국 지방 공항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랴오닝성 선양과 다롄,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도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오전에 올라온 외교부 공지에 '중국'은 없었습니다.

누구보다 빨라야 할 외교부 공지가 가장 느린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기사 쓰는 기자도 이렇게 답답한데, 중국으로 출국을 앞둔 국민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섣불리 출국했다 언제 어디서 격리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죠. 외교부는 아직 중국 정부 차원의 공지가 없고, 상황이 발생한 즉시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2월 27일 목요일

드디어 중국이 추가됐습니다. 외교부는 '중국 지역'을 따로 분류해 입국 절차를 강화한 성(省)과 각 공항의 조치들을 상세하게 기재했습니다. 업데이트 속도도 훨씬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실망한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과도하다"는 장관의 입장 표명과 주한 중국대사 초치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신속하고 정확한 공지가 이뤄졌다면 국민들은 정부를 좀 더 신뢰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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