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님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세 남자. 그 중 한 명은 '묵언(默言)'이라는 한자가 적힌 패찰을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 패찰이 무색하게 이 남자는 햄버거를 들고서 "진짜 맛있다"며 흥분한 채 떠들고 있다. 그리고 이 세 남자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보인다. 묵언수행 중인 스님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영상이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른바 '채식 버거'를 내놓으며 롯데리아가 한 때 공개했던 광고 영상의 한 부분이다. 그러면서 내놓은 광고 문구가 가관이다. "묵언수행도 잊게 하는 버거, 리아미라클버거!". 

현재는 인터넷에서 해당 영상을 확인할 수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접근해봐도 '비공개 동영상입니다'라는 에러메시지만 뜰 뿐이다.

고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욕이 과했던 것일까. 불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뒤늦게 영상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하지 않았을까. 그저 추측만 해본다.

 

#2

롯데를 창업한 인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불교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열아홉 살 울산 소년 신격호가 더 넓은 세상을 배우겠다며 일본으로 건너갔을 때, 어머니 김순필 여사는 매일같이 울산 문수암을 찾았고,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렸다.

그 덕분이었을까. 신 명예회장은 사업가로 대성하게 되고, 훗날 문수사에 거액의 불사를 이끌게 된다. 통도사의 말사 중 하나였던 문수암이 문수사가 되고, 울산의 대표적인 사찰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신 명예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의 자서전처럼 여겨지는 책 '롯데와 신격호'에서도 불교와의 인연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윤회와 열반, 해탈이 그의 경영철학 가운데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이 쯤 되면 '신격호와 불교'에서 더 나아가 '롯데와 불교'의 인연도 깊다고 봐야 하지 않을지.

 

#3

'여기 / 울주 청년의 꿈 / 대한해협의 거인 / 신격호 / 울림이 남아 있다 / 거기 가봤나?'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 신 명예회장 묘역에 새겨진 글귀다.

"거기 가봤나?"는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말로 알려져 있다. 현장 확인과 부지런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아버지의 자리를 물려받아 '롯데호'의 키를 거머쥔 신동빈 회장. 부친의 경영철학에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가 봤을까.

생전에 감히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회장님'으로 호칭할 정도로 경외시하던 부친을 이제 와서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스님 희화화' 광고를 승인하고 결재한 최고경영진은 창업주가 불사한 문수사에 한 번이라도 가 봤을까.

고인의 경영철학을 한 번이라도 되새겼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이 발생했을까. 신 명예회장이 살아있었다면 이렇게 일갈하지 않았을까 싶다. "거기 가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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