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이병철 기자

●진행 : 고영진 기자

●2020년 2월 10일(월)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코너명 : 교계 뉴스

[앵커] 지난 토요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청취자님들은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어떤 소원을 발원했는지 궁금한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이 기도의 열기는 꺾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네, 오늘은 한 주간 불교계의 소식에서는 정월대보름 기도에 대해 이병철 기자와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고영진] 지난주 토요일이 정월대보름이었는데....조천 고관사에서는 특별한 법회가 열렸다면서요.

[이병철] 네 제주 고관사는 정월대보름 기도와 동안거 100일 기도 회향법회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고관사는 ‘꽃자리 전통 사경회’를 운영해 왔는데요. 그동안 신도들이 사경한 것을 부처님 전에 봉안하는 관세음보살 42수 사성 선장본 봉정식이 열렸습니다.

그 자리를 다녀왔는데요. 지난 2년 동안 수행해온 불자들의 뜨거운 신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천에 자리한 고관사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면 ‘꽃자리 전통 사경회’를 운영하며 신도들에게 무량한 신심과 원력을 쌓아줬었는데요.

저도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 2018년 11월에 취재를 간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고관사 주지 관우 스님과 신도들은 사경을 위해 먹을 스스로 가시더라고요. 흔히 문방구 등에 가면 갈아진 먹을 파는데.... 신도들은 직접 몇 분동안 먹을 갈아서 사경을 하는데 먹을 가는 것조차 수행으로 보신 것 같습니다.

붓으로 정성껏 관세음보살 42수를 한지에 한자 한자 정성껏 써 내려가며 사경의 참 의미를 깨달아 나가는 것아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당시 주지 관우 스님은 신도들이 매일 사경한 관세음보살 42수의 의미를 점검해주고, 그리하여 몸과 마음이 청정한 불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독여 주셨는데요.

고관사는 신도들에게 사경 수행을 전하고자 한국전통사경연구원과 교류하는 등 사경을 단순 경전을 베끼는 수준을 넘어, 제주지역에서 전통 사경의 맥을 잇는 사찰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2년 전 사경을 시작할 때는 10여명의 불자들이 시작을 했지만 회향은 오직 5명만이 그 원력을 이뤘는데요.

5분을 대표해 임미향 보살님의 42수 사경 사성 봉정 기원문을 들어보시죠.

[임미향 / 42수 사경 사성 봉정 기원문]

“저희 사경 수행자들은 관세음보살 42수 사경을 완성하고 부처님 전에 봉정하며 기원하옵니다. 고관사 도량에서 2년 동안 꾸준히 사경 수행하여 완성한 사경을 오늘 감사와 환의의 마음으로 봉정의 예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무한한 가피와 자비에 감사드리옵니다. 사경수행자로서 기쁜 마음으로 한자 한자 정성으로 임하였습니다. 사경 할 때면 부처님의 따뜻한 자비의 마음을 느껴 해탈과 평화로움을 얻게 됩니다. 때론 상서로운 기운이 온몸을 감싸면 마음에 시비는 한순간에 저 멀리 달아나고 무명과 번뇌는 그 즉시 형체도 없이 사라집니다.”

이 발원문을 들으니, 비록 끝까지 못하신 분들까지도 함께 그 공덕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이 불자들의 마음이 기원문에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고영진] 2년 동안 신도님들을 지도해 주신 주지 스님의 마음은 더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이병철] 네 맞습니다. 고관사 주지 관우 스님은 신도들이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칭찬으로 신도들을 다독이며 회향할 수 있게 만든 숨은 그림자 같은 분이십니다.

그래서 이 회향자리가 더욱 가슴 뭉클하셨던 것 같은데요. 그래서 스님께서는 한동안 말씀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고관사 주지 관우 스님의 말씀 한번 들어보시죠.

[관우 스님 / 고관사 주지]

“전통 사경은 그 어떤 사경보다 쉽지 않습니다. 글씨를 못 써서 나는 못해, 서예를 배운 적도 없는 걸, 그래서가 아니라 인욕, 선정, 정진을 꾸준히 하기가 어려워서입니다. 이 과정을 이겨내고 끝까지 한권의 경책으로 엮어주신 꽃자리 사경 법우님들께~ 제가 한 것도 아닌데 감성이 풍부해가지고~. 마치 아이를 대학에 보낸 것 같은 느낌입니다. 법우님들께 부처님의 가피가 발 아래, 손끝 손끝마다 항상하시길 발원합니다.

[고영진] 정말로 끈기와 수행...그리고 끊임없는 정진이 필요했던 것 같네요.

[이병철] 네 맞습니다. 정말 2년 동안 5명의 신도님은 매주 수요일마다 사찰에서 사경을 하고 또 사본을 집에 들고 가서 1본씩 사경을 했던 것입니다. 하루라도 사경을 하지 않으면 사경은 당연히 쌓여갔고...스스로 다독이지 않으면 안 되는 끈기가 필요했던 겁니다.

이 같이 고행의 사경을 지도했던 관우 스님은 2년 동안 침을 맞았다고 하는데요. 왜냐하면 사경은 손끝에 온 마음을 집중하기 때문에 어떨 때는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신도님들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에 스님은 자신에게 더욱 채찍질을 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고관사 한주 제량 스님의 말씀을 통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량 스님의 법문 들어보시죠.

[제량 스님 / 고관사 한주]

“스님께서도 직접 사경을 하시는데 제가 사경의 고통을 잘 모르는데 스님 가까이 있으면서 늘 손목이 아프시고 목이 아프시고 어깨가 아프시고 그래서 침 맞아 가면서 쓰시고 스님도 큰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저 법우님들이 너무 잘하니까 뒤지면 안되잖아요. 법우님들이 1시간 하면 스님은 2시간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목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파도 그 붓을 딱 잡는 순간은 그렇게 고요할 수 없고,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 없다고 그러세요. 그러면서 하기 싫어하거나 이 핑계 눈이 아파서 못해도 그런 핑계를 댈 때마다 한 장만 해주세요. 끌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큰 나의 원이 하나 이뤄질 때는 큰 스승이 있어야 하는구나. 어떤 일을 이루고 싶을 때는 큰 스승을 정하고 함께할 수 있는 벗이 있어야 한다.”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에 스승과 도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지난 2년의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영진] 2년 동안 고행을 이겨낸 불자님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지는데요.

[이병철] 그래서 다섯분 중 한분인 어경남 불자님가 처음 사경을 접했을 때 느낌을 여쭤봤어요. 그 말 한번 들어보시죠.

[어경남 / 42수 회향 불자]

“초등학생 글자 배우듯이 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이것이 작품이 될까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하루 하루 할 때는 몰랐는데 6개월 1년 지나면서 그 전에 비교해 보면 나 스스로도 많이 발전했구나 느꼈어요. 매일 글자의 솜씨는 없지만 사경을 하면서 수행의 과정이기 때문에 마음 닦는 정도도 느껴지고 더욱 큰 불심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어경남 보살님도 사경을 하다보니 사경의 매력에 푹 빠져서 2년을 보내게 되신 겁니다. 그래서 불심은 더욱 깊어지게 된 것이고요.

계속해서 사경을 통해 어경남 불자님이 얻은 공덕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들어보시죠.

[어경남 / 42수 회향 불자]

“제 주변에 자식이나 원하는 취업을 한다든지 그런 것도 성취를 이뤘지만 제일 큰 것은 제 자신의 변화를 느꼈거든요. 이 수행을 하기 전에는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그랬지만 이것을 통해 가지고 수행이 되었는지 어느 날부터 제가 무덤덤하게 넘어가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이 사경 공덕의 수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이 기회를 통해 나도 관세음보살 42수 진언 사경을 배워보고 싶은 분들은 고관사로 문의를 통해 꼭 한번 배워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아니면 혼자라도 불교용품점에 관세음보살 42수 진언 사경 책들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수행삼아 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고영진] 이 밖에도 도내 사찰에서는 정월대보름 액막이 불공기도가 열렸다면서요“

[이병철] 각 절마다 법당 안에는 정월대보름 액막이 기도 열기가 후끈했습니다.

법당을 가득 메운 신도들은 집안의 평안과 행복이 깃들 수 있도록 외호신장께 기원했습니다.

이날 스님들은 각 가정에 액운이 들지 않고 평안만이 가득하기를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신도들이 가지고 온 다라니와 함께 불에 태우며 그 화염 속에서 올 한해 액운도 불살라지기를 기원했습니다.

신도들은 ‘월광보살’을 부르며..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월광보살이 신도들의 번뇌를 제거하고 희망과 평화를 안겨주길 기원했습니다. 

특히 이날 공양으로는 신도들이 조, 수수, 팥 등 여러 가지 잡곡을 섞은 오곡밥을 지어 함께 나눠 먹으며 1년의 무사태평을 빌고 액이 없기를 발원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사찰들은 땅콩과 호두를 신도들에게 나눠줬고, 신도들은 부럼을 깨물며 한 해의 건강과 복을 빌며 정월대보름 기도를 회향했습니다.

[고영진] 정월대보름의 액막이 기도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병철] 액막이 기도는 그야말로 액을 막는다는 의미인데요. 불교적으로 해석하면 내 마음의 액운을 정초에 기도를 통해 번뇌를 벗겨낸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월대보름 액막이 기도는 내 마음에 월광보살을 밝히는 것이 진정한 불자들의 자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월광보살은 공덕이 달빛 같이 두루 원만한 것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불자라면 아침에 해가 뜨고 해가 지기까지 부처님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가짐으로 기도하고 정진할 때 올 한해는 무탈하게 화목하게 보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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