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캄보디아에 있다. 1년 만에 다시 지구촌공생회와 함께 이곳에 왔다. 당시 이사장 월주스님이 시찰했던 앙닐에는 중고등학교가 들어섰다. 한국의 한 불자가 거액을 무주상보시로 쾌척했고, 지역주민과 주 정부가 협력해 어제 앙닐 법연화 중고등학교가 준공 된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만난 법연화 보살은 이름이 나온다는 생각만 해도 밤 잠을 설친다며 본명과 사진촬영을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6시간 비행기를 타고 다시 현지에서 무려 3시간 동안 먼지 날리는 아스팔트를 달리 던 중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무주상보시의 사연을 물었다. 계기는 TV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의 딱한 사연을 접하고 눈물을 흘린 후였다. 이웃종교의 국제구호단체를 통해 후원을 하다가 조계종 전계대화상 성우스님의 소개로 지구촌공생회와 인연을 맺고 학교를 건립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어렵고 힘들게 평생 번 돈을 기부한 이들도 있는데, 여유가 있어서 행하는 '보시'를 알린다는 게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사장 월주스님의 원력과 투명한 운영이 지구촌공생회를 통해 학교를 지은 또 다른 이유라고도 하였다. 법운화 보살은 2016년 지구촌공생회가 베트남 국경지 오지 마을에 건립한 쁘레이 따 퍼 바라밀초등학교 또한 무주상보시로 법명조차 밝히지 않고 시주를 해 지었다.

캄보디아로 출장오기 하루전,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위례 상월선원 철야정진법회를 취재했다. 지난해 원행스님과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 등 종교지도자협회의 인도 네팔 성지 순례도 동행 취재했었다. 그중 한 곳이 부처님 성도지 인도 부다가야 였다. 당시 한국사찰만 없어서 큰 아쉬움을 느꼈는데, 이후 조계종이 백만원력결집불사를 시작하면서 3월 26일 부다가야 한국사찰 기공식을 할 예정이다. 하루 100원 이상 보시하는 100만명의 원력으로 미래불교를 준비하고 있고, 올해는 구체적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현재 위례 상월선원에서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동안거 정진 중이다. 난방 없는 천막법당에서 하루 1끼 공양에 묵언으로 용맹정진하고 있다. 사판승의 최고봉이자 한국불교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총무원장을 8년 역임하고 퇴임 했고, 안거 때마다 무문관 정진을 이어가다가 노천 결제에 나선 것이다. 자승스님은 퇴임 전 교계 기자들과 저녁 공양을 하며 지난 소회를 가감없이 밝혔다. 분초를 쪼개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만 했고 때로는 밥을 먹은 다음에도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해 또 다른 이와 식사를 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백담사 무문관 해제 이후 자승스님은 몰라보게 마른 모습으로 세간에 나왔다. 그리고 상월선원 입방 직전까지 그 모습은 변함이 없었다. 총무원장 퇴임 후 지금까지 공개된 자리에서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제 이후 자승스님의 행보에 여러 추측과 관심은 더해만 가고 있다. 

월주스님과 원행스님, 그리고 자승스님의 공통점은 모두 전현직 총무원장 스님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법명 앞에는 각각 지구촌공생회와 백만원력결집불사, 위례 상월선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것 같다. 원근에서 보아 온 법장스님과 지관스님, 자승스님, 원행스님 등 전현직 역대 총무원장은 여러 불사를 추진 했다. 전임 원장의 종책사업을 이어서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취임 후 새로운 불사를 추진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시간이 지날 수록 오히려 더욱 활발한 대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월주스님은 역대 총무원장의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 위례 상월선원의 차가운 밤공기를 느끼다가 캄보디아의 더운 날씨를 접하니, 아니 어쩌면 지금 바로 이 시점에서 세 명의 스님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깨달음의 사회화라는 화두 앞에서는 한 치의 물러남이 없는 정진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만원력결집불사와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 지구촌공생회가 그 명칭과 역할, 방법만 다를 뿐 결코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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