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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연차 휴가 중 읽은 책들에 불교 관련 서적이 포함돼 화제입니다.

대통령이 선택한 책은 국민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향후 정국 운영 방향의 추이를 예상해 볼 수 있는 행위로 여겨져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진영 간 극한 대치가 되풀이 되는 정국 속에 통합과 화합, 소통을 위해 '화쟁'의 가르침에서 지혜를 얻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호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소문난 독서광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연차 휴가 기간에도 책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선물한 '스무 살 반야심경에 미치다'와 '슬픈 쥐의 윤회', '통일, 청춘을 말하다" 등 세 권입니다.

'스무 살 반야심경에 미치다'는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인 '반야심경'이 탄생하는 과정을 다뤘고, '슬픈 쥐의 윤회'는 선과 악이 돌고 도는 것이 윤회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 '통일, 청춘을 말하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용옥 선생이 한반도 정세를 주제로 나눈 대담을 엮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단편적인 생각에 빠지기보다는 선조들의 지혜를 빌려 사고의 깊이도 더 풍부해질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방편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이 책들을 추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독서 권장의 차원을 넘어 최근 파행을 빚고 있는 정국과 관련해 선명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상휘 전 청와대 춘추관장 ] "대통령의 모든 행동과 말은 메시지로 봐야 합니다. 메시지라는 것은 국민에게 전달할 그 무엇이 있다는 걸로 해석이 되는 것이고요."

불교가 내세우는 가치인 소통과 화합, 협력을 기반으로 국정 파행과 국론 분열을 극복하자는 의미가 내포됐다는 풀이입니다.

[이상휘 전 청와대 춘추관장] "불교가 이야기하는 화쟁적 사상,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지금 형국에 있어 상당히 좋은 타협과 화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얘기할 수 있고요... 종교를 통해서 남북한 관계에 대해 얘기할 경우 상당히 완충적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죠 북한에 대한 유화적 자세를 종교를 통해 이야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독서는 문 대통령의 관심사를 반영하고 정책과 연계되는 모습을 띱니다.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지난해 여름휴가에는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국수' 등이 문 대통령 손에 들렸습니다.

독서는 인사에도 활용됩니다.

'축적의 길' 저자인 이정동 교수는 경제과학특별보좌관에 발탁됐고,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명견만리'의 저자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독서가 숨은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나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간접적인 경험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정치권의 강대강 대치로 인해 사회도 극단적인 대립 양상을 띠고 있는 지금, 아상에 집착하지 말고 반야의 지혜로 접점을 찾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국정의 고비마다 꺼내든 문 대통령의 독서 정치가 이번에는 빛을 발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BBS NEWS 김호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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