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 관장, 12일 부산BBS 인터뷰

● 출연 :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 관장
● 진행 : 박찬민 기자

앵커멘트 : 지난 주(8일) 남해에서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스님과 국보이며,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의 인연을 조명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열려,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연스님과 팔만대장경의 인연에 대해서는 잘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오늘은 관련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지난 주 학술심포지엄에서 기조발제를 한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 전화연결돼 있습니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김정학 관장.

질문) 우선,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일연스님이지만, 청취자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한번 해주시죠.

답변) <삼국유사>의 저자로 잘 알려진 스님은 선사, 국사이면서, 역사가, 시인, 최고의 이야기꾼 스토리텔러,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생애를 전쟁통에 소진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84년의 생애동안 11개 사찰 4개 암자를 다니시며 사셨지만, 정녕 역사 속에서는 소외되신 미스테리한 어른이십니다.

질문) 그리고, 지난 주 열렸던 학술심포지엄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해 주시죠.

답변) <대장경, 일연 그리고 남해> 라는 이름의 학술심포지움인데, 대장경과 남해와 관련된 심포지엄은 많이 열렸지만, 여기에 일연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면서, 상당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제가 기조발제를 하고, 동의대 최연주 교수, 남해향토사학자 김봉윤님, 중앙승가대 최태선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전문가 세 분이 열띤 토론을 벌인 자리였는데요, ‘근 30년 동안 전전긍긍했던 역사의 진실이 열리기 시작하는 자리였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질문) 그동안 한번도 일연스님과 남해, 팔만대장경의 연결고리가 알려지지 않았던 겁니까.

답변) 몇몇 분들, 저를 포함해서 여러 분들이 계속 주장을 했습니다만,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기가 굉장히 어려웠었죠.

질문) 그렇다면, 일연스님과 남해의 인연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습니까.

답변) 일연의 84년 생애 중 가장 격변의 시기, 몽고난, 무신정권 최우, 최항의 권력다툼이 있던 1249년부터 1261년까지 일연스님이 44세부터 56세까지 12년 동안 남해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군위군 인각사의 일연비문에 근거해서, 정안의 초청으로 정림사의 주지로 내려오셨고, 길상암에서 중편조동오위라는 책의 서문을 쓰신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남해와는 엄청난 인연이고, 대단히 중요한 역사적 맥락입니다. 벌써 많은 부분이 풀렸고, 투명해졌습니다.

질문) 특히, 팔만대장경 조성과정에서 일연스님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아직도 다양한 주장이 얽혀있습니다만, 개태사 승통 수기스님 이후에 대장경판각 마무리 시점에 일연스님이 증의 소임을 맡으셨을 걸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장낙성식의 주맹까지 맡으신 걸로 자연스레 연결됩니다. 지금까지 선종과 교종의 역할에 대한 오해, 판각시기의 혼돈, 정안의 정치적 성향과 역할, 대장도감과 분사도감의 기능 등으로 혼란스런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분야사 연구가 융복합이 되어야 하는데, 분야사로만 연구돼 왔기 때문에 만나지를 못한 거죠, 앞으로 더 낭보가 들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조발제를 하고 있는 김정학 관장.

질문) 심포지엄에서는 일연스님의 제자들이 직접 대장경 판각에 참여한 것이 확인됐다고 하던데요. 어떤 과정을 거친 것이고,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답변) 영남대학교 김윤곤 교수님이 연구해둔 대장경조성 각수인명록이 있습니다. 그곳의 각수 3천600명의 이름을, 1295년 인각사에 세워진 일연스님 비탑의 음기에 등장하는 일연문도의 이름과 대조했더니, 동음이자까지 포함해서 12명의 각수이름이 음기에 등장하는 겁니다. 거의 45년이 지난 일이데도, 대단하지요. 왜 지금까지 착안하지 못했는지, 대장경은 대장경판, 일연은 삼국유사에만 매몰되어 있었던 겁니다. 대장경판수, 나누기 각수의 수를 하면, 평균 22판이 나오는데, 일연문도스님의 개인당 판각은 평균 60여장이 됩니다. 매우 숙련된 솜씨라는 거죠. 이런 부분도 일연스님의 대장경조성 역할론에 큰 증거가 될 거라고 봅니다.

질문) 또, 우리 관장님이 20여년전 '대장경 판각지 남해'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시 이야기도 좀 들려주시죠.

답변) 제가 6년간 서울 불교방송 프로듀서를 지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1993년 7월, 문화부가 이 달의 문화인물로 일연스님을 정했습니다. 그걸 계기로 <삼국유사의 현장을 가다>라는 5부작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그 제작과정에서 남해군을 찾았는데, 발목이 잡혔습니다. 일연스님과 대장경의 인과관계가 너무 궁금했었습니다. 그 후, 50여 차례 남해군을 드나들었고, 많은 전문가들을 모시고 가서 설명했고, 마침내 중앙승가대학 불교사학연구소와 함께 불교방송 학술조사단이 꾸려져서 지표조사까지 하고 그걸 보고서로 펴냈습니다. 그것이 일연선사 대장경조성 역할 개연성의 시작이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학문간 융복합을 시도하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26년간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결과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질문) 그렇다면, 현재의 '대장경 판각지 남해'의 전국적 위상이라고 할까요. 어느 정도로 올라와 있습니까.

답변) 그때 한 정신 나간 PD의 주장이려니 했었는데, 제가 책도 내고, 방송과 신문들이 많이 관심을 가져준 결과로, 어느 샌가 ‘남해=대장경조판’이라는 등식에, 일연스님의 개연성이 개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문영역이 아니라서 목소리를 높여 주장하시지는 않았지만, 많이들 수긍하셨지요. 앞으로 열광하는 결과들이 쏟아질 거라고 봅니다. 문화콘텐츠의 지속적인 연구와 결과가 이어질 겁니다.

질문)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조명된 일연스님과의 인연을 포함해서,  '대장경 판각지 남해'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답변) 각 지자체간의 이해와 소통과 화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장경 관련 지자체는 초조대장경으로서는 대구, 나주, 논산, 재조대장경은 남해, 강화, 합천입니다. 크게들 보고, 우리 민족의 보물을 건져 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내외 학자들이 동원되는 공동심포지움, 진지한 현장답사 등을 통해 일반 국민들의 큰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그런‘세계문화유산의 탄생비화’를 완성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질문) 오늘 여러가지 의미있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요. 끝으로, 못다한 말씀이나 정리의 말씀, 한말씀 더 부탁드립니다.

답변) 이번 심포지움에 군수님, 군의회 의원님들, 담당 공무원분들, 지역사찰 어른스님들, 문화 관련 인사들이 모두 오셔서 크게 공감하셨습니다. 삼합이 딱 맞은겁니다. 처음부터 설명하고, 설득하고 할 필요가 없게 된 겁니다. 너무 늦었다고들 하지 말고, 지금부터 열정적으로 해보자고 말씀들 하셨습니다. 그래서 일연스님의 마지막 말씀, 유언이 '내가 다시 태어나면 여러분과 더불어 신나게 놀아보겠다'인데요, 이것이 '대장경 유허지를 찾자, 찾게 될 것이다'라는 것을 예감하신 말씀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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