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역사문화연구소 김봉윤 소장, 10월 31일 목요인터뷰...11월 8일 남해 학술심포지엄 발표

●출연 : 남해안역사문화연구소 김봉윤 소장
●진행 : 김상진 부산BBS 방송부장

앵커 : 팔만대장경의 판각지 남해와 관련한 기록과 흔적들을 추적하고, 지역의 문화콘텐츠로 개발하자는 희망을 담은 책이 출간됐습니다. '남해안역사문화연구소' 김봉윤 소장이 펴낸 '팔만대장경과 남해'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오늘 목요인터뷰 시간에는 김봉윤 소장과 함께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김봉윤 소장님, 안녕하십니까.

김봉윤 소장.

질문) 우선, '남해안역사문화연구소', 어떤 곳입니까.

답변) 남해군의 지리적 여건이 남해안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섬이면서 접경지역으로 가야, 신라, 백제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유배지로 많은 유배객이 살았으며, 팔만대장경, 정지 장군,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이 이어져 오는 곳입니다. 이러한 남해의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 남해안 인근 지방의 지역사와 민속 문화를 연계해서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지역의 향토사를 공부하는 분들이 모여 만든 연구소입니다.

질문) 그리고. '고려대장경 판각성지보존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고 하던데요. 이번 참에 '고려대장경 판각성지보존회'도 같이 소개해 주시죠.

답변) 고려대장경의 판각지인 남해군을 알리고 대장경 판각지 복원사업을 위해 대장경 판각과 관련한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학술대회 개최, 판각자료집 발간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5년 남해역사연구회장이였던 고 정의연 회장님과 향토사학자, 관심있는 지역주민들이 만든 민간단체입니다.

질문) '남해하면 팔만대장경 판각지였다', 이렇게 지역에서는 확실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전국적으로는 조금 안알려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해인사 대장경판 중 종경록 27권 간기에 '정미세 고려국분사남해대장도감개판'이라고 유일하게 지명이 표기되어 있어 고려대장경 판각지가 남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 종경록 간행기록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지난 1994년부터 문화재지표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차례의 학술조사 결과 조각도를 갈았던 숫돌과 고려시대 명문가와 원숭이모양 청자연적 등이 발굴되었으며, 2017년에는 전 선원사지와 백련암지가 고려대장경 추정 판각지로 인정받아 경상남도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세계적인 보물인 팔만대장경을 어디에서 만들었는지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지만, 조성과정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이 비밀들이 조금씩 밝혀지면 전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질문) 최근에 '팔만대장경과 남해'라는 제목의 책을 내셨는데요. 먼저, 전반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설명을 주시죠.

답변) 팔만대장경과 남해에 관련된 역사 기록과 대장경 판각지 남해에서 만나는 작은 흔적을 따라 고려시대의 고승 진각국사 혜심과 보각국사 일연의 남해에서의 행적을 쫓아 대장경 조성과 연관성을 분석하였으며, 일연선사가 남해에서 편찬한 책인 '중편조동오위'가 일본에 전해진 경위와 또 이 책이 다시 우리나라로 오게 된 사연, 남해의 지명과 전설을 통해 일연선사가 '중편조동오위'를 편찬한 '길상암'과 '봉소헌'의 소재를 찾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일연선사의 제자명단과 대장경을 판각한 각수명단을 비교해 12명의 일연문도가 대장경 판각에 참여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질문) 책을 펴내게 된 동기라고 할까요. 어떤 배경이 있습니까.

답변) 남해의 지역신문에 기고하여 고려대장경 판각지 남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장경 판각지를 좀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합니다. 특히, 진각국사 혜심과 보각국사 일연의 남해와 관련한 행적을 추적하면 대장경 판각의 미스터리를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생각을 지역신문에 기고해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자는 생각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질문) 그렇군요~. 책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새로운 주장이나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진각국사 혜심스님과 삼국유사를 펴낸 일연스님과 대장경과의 연관석을 분석한 것이 눈길을 끄는데요. 자세히 소개해 주시죠.

답변) 남해를 대장경의 판각지로 선택한 이유로 지리적, 경제적 요인을 들고 있으나, 문화, 사상적 토대없이 이 같은 대역사를 이룩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분사대장도감 운영의 주역으로 알려진 정안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남해에서 활동하였던 대사상가 혜심과 일연의 행적을 통해 대장경 판각의 비밀에 접근하고자 하였습니다.

진각국사 혜심은 지금의 송광사인 남해 인근의 순천 수선사에 주석하면서 판각이 시작되기 직전에 남해로 와서 대장경 판각지로 추정되는 고현면에 화방사를 중창하고 망운산 산정에 망운암을 창건했으며, 정안이 남해에 창건한 강월암의 낙성식에 참석해 시를 남겼습니다.

보각국사 일연은 판각이 마무리되는 1249년에 정한이 창건한 남해 정림사로 와서 대장경 판각에 참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1261년 강화 선월사로 가기까지 12년간 정림사와 길상암에 머물며 '중편조동오위'를 쓰고 판각해서 출판하였습니다.

진각국사 혜심은 대장경 판각 직전에 남해로 와서 문학 사상적인 토대를 만들어 대장경 판각의 마중물 역할을 했으며, 보각국사 일연은 대장경 조성사업이 진행 중일때 남해로 와서 대업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의 큰 스님이 남해에서 활동한 흔적이 대장경 조성과 인연이 깊다는 것입니다.

질문) 특히, 이번에 일연스님 문도들이 대장경 판각에 참여했다고 새로운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들입니까.

답변) 몽고의 침입으로 초조대장경이 불타자 고려 무신정권의 집권자인 최우가 나서 새로운 대장경을 조성했습니다. 남해는 최씨 무신정권의 식읍지인 진주지방에 속해 있었으며 집권자 최우의 처남인 하동 출신의 정안이 분사남해대장도감의 판각을 주도하였습니다.

'삼국유사'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일연 스님은 1249년부터 1261년까지 12년간 남해 정림사와 길상암에 머물렀습니다. 이 시기는 고려대장경의 조성시기와 맞물려 있으며, 남해에는 분사대장도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분사남해대장도감은 정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일연 스님은 정안의 초청으로 남해로 왔습니다. 대장경 조성과 일연 스님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아직까지 확실한 근거가 부족합니다.

'인각사보각국사비문'에 있는 '정안의 초청으로 남해 정림사로 왔다'는 구절이 전부였는데 일연 스님이 저술한 '중편조동오위'가 일본에게 발견되었습니다. 남해 길상암에서 대장경 조성이 끝난 직후에 이 책을 썼다는 것이 확인되어 대장경 조성 당시 일연 스님의 활동을 짐작할 수 있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대장경의 조성사업은 전 불교계가 참여했을 것으로 보이며, 판각 당시 분사도감이 있었던 남해에 주석하고 있었던 일연 선사의 제자가 판각에 참여했을 수도 있다는 개연성을 직접 확인해 보았습니다.

인각사 보각국사 비문에 나오는 164명의 제자 명단과 각수 명단을 비교한 결과, 혜여, 효대, 득심을 비롯한 12명의 일연문도가 판각에 참여하여 590여장의 경판을 판각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로서 남해 정림사의 주석, 대장수지록의 편찬, 대장낙성회의 주관 등 일연선사의 대장경 조성과 관련한 행적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씩 풀리고 있습니다.

질문) 역사학계나 이런 곳에서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물론입니다. 관련 전문학자의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질문) 책 구성을 1부, 2부, 부록으로 나눠 놨던데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답변) 팔만대장경과 관련된 내용은 1부로, 남해의 불교 유적에 관한 내용은 2부로, 관련 논문과 참고 원문을 부록으로 나누었습니다.

남해 화방사 주지 승언스님과 차담을 하고 있는 김봉윤 소장.

질문) 그렇군요~. 그리고, '추천의 글'을 남해 화방사 주지 승언스님이 쓰셨던데요. 평소에 많이 교류를 하시는 모양이죠.

답변) 대장경 판각지인 남해 고현면에 있는 화방사는 대장경 조성과 이순신 장군을 모신 충렬사를 수호했던 호국 사찰이며, 승언 스님은 저희 대장경보존회 자문위원으로 계시면서 저희가 하는 일을 적극 지원해 주시고 손수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십니다. 항상 의논 드리며 일하고 있습니다.

질문) 책 출간에 앞서 기록과 흔적들을 찾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을텐데요. 어떤 곳들을 주로 다녔습니까.

답변) 남해에는 고려시대의 유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쓰면서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혜심 스님과 일연 스님의 흔적을 찾으러 애썼습니다. 관련된 비문 등을 확인하러 경북 김천의 청암사와 군위의 인각사를 찾았고, 중편조동오위를 만나러 제주 정방사 등지를 가기도 하였지만, 주로 남해에서 희미하게 남은 역사의 현장을 더듬고 다녔습니다.

질문)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으면, 한 두가지 말씀해 주시죠.

답변) 중편조동오위를 보러 제주도에 가서 제주시에서 한라산을 돌아 서귀포로 갔더니 스님께서 점심을 사 주시면서 신분을 확인하고 다시 제주시로 가라고 해서 돌아오니, 출발했던 곳 바로 옆에 책이 있었습니다. 남해에서는 고려시대 건물지가 갈때마다 계속 훼손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밭주인을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책을 낸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고향 남해에 대한 남다른 사랑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김 소장님께서 생각하는 남해는 어떤 곳입니까.

답변) 역사 속의 남해는 접경지로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몽골의 침입에 맞서 팔만대장경을 조성한 곳이며, 정지 장군이 관음포대첩의 대승으로 왜군을 물리치고, 이순신 장군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구국의 현장입니다. 고난 속에서도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곳이죠.

지금은 청정하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선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살고 있는 행복한 보물섬입니다.

질문) 팔만대장경 판각지 남해를 알리는 작업들이, 궁극적으로는 남해 발전과 연결돼야 할 것 같은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남해군이 대장경 판각지로 대두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목표를 설정해서 계획적인 연구와 조사를 하고, 그 결과들을 잘 정리해서 대장경 판각과 관련한 유적을 복원하고 이를 자원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질문) 혹시, 개인적으로, 판각지 남해를 활용한 발전방안 같은 것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답변) 대장경은 목공과 한지, 서예와 판각, 인경과 제본 등 목판인쇄문화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전시, 교육, 체험활동을 통해 쉽고 가깝게 대장경을 만날 수 있으며, 목판인쇄소의 기능도 함께하는 '분사남해대장도감'을 복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인기있는 '목재문화체험장'도 조성해서 대장경을 쉽고 재미있게 만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리고, 남해에서 학술심포지엄도 조만간 열린다고 하던데요. 어떤 겁니까.

답변) 1993년 불교방송이 판각지로 추정되는 고현면 일대를 취재하면서 대장경 판각지 남해를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불교방송에서 이를 주관하였던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과 1994년 고현면 일대에서 진행된 남해분사도감 관련 기초조사에 직접 참여했던 최태선 중앙승가대 교수, 고려대장경 판각과 정안에 대해 깊이 연구해 온 최연주 동의대 교수, 그리고 제가 분사남해대장도감과 일연선사와 관련한 주제발표를 합니다.

'대장경과 일연 그리고 남해'라는 주제로 열리는데, 좌장을 맡은 최영호 동아대 교수와 신라대 배상현 박사, 동국대 임종욱 박사, 조계종 교육원 고상현 박사의 의견 개진과 함께 열띤 토론도 펼쳐집니다.

그리고, 대장경문화학교 안준영 대표가 주관하는 대장경 판각 전시와 시연, 종경록 인경 체험과 함께 제주도에서 온 일연선사가 남해에서 편찬한 '중편조동오위' 일본 간행본이 전시됩니다.

질문) 오늘 팔만대장경 판각지 남해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주셨는데요. 끝으로, 못다한 말씀이나,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정리의 말씀, 한말씀 더 해주시죠.

답변) 오늘 뜻깊은 시간을 함께해주신 불교방송과 청취자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 드리며, 팔만대장경 판각지가 남해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고 판각성지 남해를 찾아 불은 가득히 안고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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