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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하거나 불법 유통된 불교문화재들을 사들여 수십 년 동안 은닉해온 전직 사립박물관장에게 법원이 유죄 선고와 함께 문화재 ‘몰수’를 명령했습니다.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몰수' 선고를 내리면서, 도난당한 수 십 점의 불교문화재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조윤정 기잡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사립박물관장 권 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3년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1993년부터 20년 넘게 사립박물관을 운영해 온 권 씨는 수십 년 간 무허가 주택과 창고에 불교문화재 서른아홉 점을 숨겨놓은 혐의를 받았습니다.

형량은 1심과 같지만, 특히 이번 항소심 선고에서 눈길을 끄는 건 재판부의 ‘몰수’ 명령입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몰수 선고를 위해선 피고인이 해당 문화재를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취득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증명돼야 하지만 검사가 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몰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수십 점의 불교 문화재들은 사찰로 돌아가지 못한 채 서울 불교중앙박물관 내 수장고에 임시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유무죄 여부를 가릴 땐 검사의 명확한 증명이 필요하지만, 몰수나 추징 요건을 살필 땐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며 몰수 선고를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문화재들이 일부 훼손된 점을 비추어 볼 때 불교문화재 전문가라 불렸던 권 씨가 도난 또는 불법 유통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강동세 /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

“소위 박물관이라는 것까지도 운영한 사람이 (도난 문화재임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판부의 시각입니다. 그리고 이 판결이 의미 있는 것이, 우리 불교 역사상 도굴꾼들이 많이 있었는데 법원의 판단에 의해 몰수 선고한 예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앞으로) 불교 문화재를 빼돌려서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일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몰수’ 판결이 확정된다면, 해당 문화재들은 일단 국가로 귀속되며 이후 문화재 원 주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 현재 법원에선 권 씨가 과거 자신이 보관했던 성보를 다시 돌려달라고 제기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번 ‘몰수’ 결정은 권 씨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인터뷰] 법륜스님 / 전북 팔성사 주지(1993년 목조아미타불좌상 도난)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것 같고요. 너무 판사님에게 감사하네요. 정말 다행이고, 앞으로는 이런 일로 인해 우리 스님들이 법정에 드나드는 일이 결코 없어야 됩니다.”

[스탠딩]

아직 대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항소심 선고 결과로 오랜 시간 사찰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치됐던 도난 문화재 환수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BBS 뉴스 조윤정입니다.

<영상취재 = 장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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