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 법률 이야기

● 출 연 : 강전애 변호사

● 진 행 : 고영진 기자

● 2019년 10월 7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법률 이야기

[고영진]오늘도 우리 청취자분들의 월요일을 법률상식으로 열어주는 월요일의 그녀, 강전애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강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강전애]안녕하세요 강전애 변호사입니다. 오늘도 유익하고 의미 있는 판례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고영진]조금 아까 저도 변호사님께서 준비한 판결문을 언뜻 보았는데요, 작업중지명령 기간 동안의 휴업수당에 관한 내용도 있어 관심이 가더라고요.

[강전애]네, 그 판결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로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하청업체 사업주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이 같은 작업 중단은 유사사고에 대한 대비 차원이므로, 사업주가 불가항력이라고 항변할 수 없다는 것인데요.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습니다.

[고영진]네, 이 판결은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사실관계는 어떤가요?

[강전애]A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거제조선소 사업장에서 선체도장 공사를 도급받아 선박임가공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상시근로자 수가 120명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t 골리앗 크레인과 32t 지브형 타워 크레인이 작업 중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였는데요.

[고영진]아, 이런 대형사고가 나서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를 명령한 거군요.

[강전애]네, 그렇죠. 노동부는 삼성중공업에 '해당 사업장 작업을 중지하라'고 명령했고, A씨 업체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도급받은 작업을 중단하고 약 한달 간 휴업했습니다. 이후 A씨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근로자 휴업수당 목적의 돈을 일부 지급받았고, 일부 근로자에게는 휴업수당을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근로자 50명에게는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고영진]검찰에서 기소한 내용은 어떤 가요?

[강전애]이러한 상황에 대해 검찰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A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반면 A씨는 "원청업체인 삼성중공업 사고로 휴업을 하게 됐으므로 귀책사유가 없고,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맞섰는데요.

[고영진]오늘 소개해주시는 내용이 대법원 판결이니 1,2심 판결은 어땠었는지도 궁금합니다.

[강전애]1, 2심은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이유는 근로자가 근로제공의 의사가 있는데도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 때 수당 등을 지급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에는 사용자가 기업의 경영자로서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할 수 없는 모든 사유로 인한 휴업을 포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작업중지명령이 내려진 이유는 재해 원인 파악과 위험요인 해소를 통해 발생가능 한 유사사고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A씨는 삼성중공업으로부터 휴업수당 명목의 돈을 받아 일부 근로자에게는 수당을 지급하는 등 불가항력이라 주장할 수 없는 사유로 휴업을 한 것이므로, 나머지 근로자에게도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해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고영진]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본거네요. 이 판결은 어쨌든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불가항력 사유에 대해 대법원에서 근로자의 측에 유리하게 봐준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판결은 어떤 내용인가요?

[강전애]저도 송무를 하면서 실제로 비슷한 상황을 보기도 한 사건인데요. 술을 마셨기 때문에 대리운전을 부르는데, 또 술기운에 대리운전기사와 다툼이 생기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내린 내용이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고영진]그러게요. 저도 ‘언론에서 대리기사가 차주를 신고했다’ 이런 기사를 본 기억들이 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강전애]고객과 말다툼을 벌인 대리운전기사가 고객을 음주운전 혐의로 신고했다면 이는 허위신고일 가능성이 크므로 신고 내용 외에 음주운전을 입증할 다른 증거가 없다면 무혐의 처분을 하는 것이 옳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습니다. 헌재는 A씨가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9헌마674)에서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했는데요.

[고영진]기소유예면, 검찰에서 죄는 있어 보이지만 이번에는 봐준다고 결정한 거네요. 그러니까 A씨는 본인이 무죄인데 검찰에서 유죄지만 봐줬다고 기소유예 한 것에 불만이 있어 헌법재판소까지 찾아가게 된 거군요.

[강전애]네, 그렇습니다. 사실관계를 말씀드리면, A씨는 지난 2월 아파트 주차장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61% 상태로 대리운전기사가 주차해놓은 자신의 차량을 1m가량 운전한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검찰은 사건을 조사한 다음 혐의가 경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고 불기소했는데요. 조금아까 진행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소유예는 혐의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입니다. 형식상 불기소 처분에 해당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헌법소원을 통해 불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A씨는 이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냈고, A씨는 차량 주차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던 대리운전기사가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허위 신고한 것인데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이 아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려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대리운전 기사는 A씨의 차를 주차한 다음 차량에서 내린 뒤 자신의 휴대폰으로 번호판등과 차폭등이 켜져 있던 A씨 차량의 뒷부분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고영진]검찰에서 A씨가 유죄라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네요.

[강전애]헌재는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입증할 증거로는 대리운전기사의 진술이 유일하다"면서 "당시 정황을 볼 때 대리운전기사가 A씨에 대한 나쁜 감정으로 허위 신고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리운전기사의 진술은 선뜻 믿기 어렵고, A씨의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할 다른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의 증거가 신고자의 진술이 유일한 경우에는 신고자가 신고하게 된 경위, 신고자와 피신고자의 감정상태, 피신고자에게 음주운전을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등 진술의 신빙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영진]흥미로운 결정 같습니다.

[강전애]네, 결국 피의자의 유무죄에 관해 검찰에서 좀 더 면밀하게 증거를 확보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겠죠. 무죄추정의 원칙이 있으니까요.

[고영진]오늘도 흥미로운 판결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강전애]다음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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