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구를 만나든 대화의 주제는 오직 하나로 모아진다. 바로 ‘조국’ 법무부 장관 이야기이다. 어디를 가도 온통 ‘조국’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조국이라는 주제가 마치 블랙홀처럼 다른 모든 이슈들을 빨아들이는 형국이다.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은 두달 넘게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부모와 자식은 물론 형제간, 그리고 부부 사이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조국에 대한 호불호가 다르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틀어지는 일도 생겨나고 있다.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조국 가족들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 등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다 얼굴을 붉히고 크게 싸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두달째 이어지는 ‘조국’ 사태로 나라 꼴이 말이 아니라느니 ‘이게 나라냐’는 말도 나온다. 나라가 완전히 두동강났다며 한탄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조국 사태를 두고 보수와 진영 진영 간의 대결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이 문제는 진영 싸움이 아니라 도덕성,거짓의 문제라고 단언하는 이들도 꽤 있다. 조국 장관을 보면서 이른바 강남 좌파의 민낯을 봤다느니, 조국.나경원 등 좌우 이념을 떠나 우리 사회 기득권층 자녀들은 여전히 온갖 특혜와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해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자조섞인 푸념를 하는 이들도 많다. 조국 장관을 향해 남의 허물을 보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좀 더 엄격했어야 했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물론 적지 않다. 

야당과 보수 진영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면서 장외투쟁 공세를 이어가자 여권 지지자들은 조국 가족들에 대한 과도한 수사를 문제 삼으면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로 맞불을 놨다. 주말에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 주최로 열린 촛불 집회에 대해 주최측은 150만여명이 모였다며 촛불 정신이 되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대측은 종북 좌파들이 주도한 관제 데모일뿐이라고 평가 절하하면서 검찰 수사에 압력을 넣는 부당한 행동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여권과 조국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을 하려는 조국 장관을 몰아내기 위해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헌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고 있을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대한 해석들도 제각각이다. 조국 장관 딸의 대학 입시 부정 의혹이나 사모펀드 의혹 등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 조국 지지자들은 사실 왜곡과 과장이 너무 심하다며 실제로 사실로 입증된 혐의는 나온게 없는데도 이른바 보수 진영 언론들이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오직 조국 죽이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는 언론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옹호하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극명하게 다르게 나타나면서 혼란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국 장관에 대한 기본적인 호불호는 갖고 있지만 조국 장관과 가족들을 둘러싼 여러 사안들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있어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꽤 많아 보인다. 

조국 사태가 길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싸워야하는건지, 너도나도 조국에만 매달리는 동안 조국 문제 말고 정작 챙겨야할 민생 문제는 뒷전이라는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조국 문제를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동안 상대방에 대한 혐오와 분노 지수만 높아졌다는 자책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앞으로 조국 사태가 어떻게 결론이 내려질지 모르겠지만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거나,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조국 사태 이후 각 분야에서 드러난 법적 제도적 모순과 잘못된 관행 등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만만치 않은 숙제도 떠안게 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진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옥석을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진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게 나라냐라고 묻는 이들에게 ‘그래도 나라다’ 라고 대답해줄 자신도 점점 없어져 간다. 개인 조국을 파고드는 동안 정작 우리 모두의 조국은 갈 길을 잃어버린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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