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전문 요리사지만 업무차 공관에 가거나 장을 볼 때, 식자재 구매 목록을 정할 때 등 매번 대사 부인께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야 했습니다."

"회사 업무가 아니라 개인 휴가 때 필요한 항공권을 알아보게 하고 아파트 거주 신고까지 시킵니다. 문제가 생기면 욕을 하거나 '너 따위', '너 주제에'라며 모욕을 줍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는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업무 지시,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제보가 잇따른다며 관련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해외의 한 대사관에서 관저 요리사로 일한 A씨는 일정 금액을 받고 업무 시간에 대사 가족이 먹을 식사를 만들어 오다 이를 그만둔 뒤 '사모님의 괴롭힘'이 심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혹여 근무 계약이 연장되지 않을까 두려워 주 업무 외에도 대사 부부를 위한 음식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업무 부담이 커지자 더는 할 수 없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대사 부부를 위한 일상 음식을 만들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뒤 대사 부인께서 수시로 주방에 내려와 업무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업무 지시와 확인을 이유로 하루에 4번 이상 온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대사관 담당자를 통해 이런 상황을 논의했지만, 관저 요리사의 운영지침에 '공관장(배우자)의 지휘, 감독을 따른다'는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A씨는 불안 증상을 호소하며 심리 상담까지받다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직장갑질 119는 전했습니다.

기업의 해외 지사에서 일한 근로자들도 지사장의 폭언, 갑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대기업의 해외 지사에서 일한 B씨는 '머리도 나쁘면서 어떻게 대학에 들어갔냐', '정신을 완전히 개조해야 한다' 등의 폭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함께 일하던 선배는 건강이 나빠지기도 했습니다.

B씨는 사내 부당행위 신고 창구에 여러 차례 제보했지만, 지사장은 '과거 선배들에게 배운 방식이자, 한국 군대 스타일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되려 B씨에게 자진 퇴사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직장갑질 119는 "해외 공관장과 지사장, 혹은 그 배우자가 직원들에게 '왕'처럼 굴며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해외에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다른 일을 얻기가 쉽지 않아 신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해외 공관의 행정 직원, 관저 요리사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해 갑질 행위를 찾아내고 엄벌해야 한다"며 "민간 기업의 해외 지사 역시 갑질을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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