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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024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곳곳에서는 요즘 신축 경기장 공사를 비롯한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입니다.

프랑스의 유일한 한국 사찰 파리 길상사는 법정스님이 머물던 요사채 ‘소림헌’을 새단장하며 지역 문화 중심으로 변모에 나섰고요...

길상사 근처 호수공원에서는 파리 올림픽의 수상경기가 치러질 초대형 스타디움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현구 기자가 현지를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주황색 요트가 하늘빛 물 위를 수놓은 호수 공원 일대에 초대형 시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프랑스 파리 동부 똑시(Torcy)시의 ‘베흐 레저 섬’에 들어서고 있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경기장.

유럽에서는 인기 생활 스포츠인 조정, 카누, 카약 종목의 올림픽 꿈의 무대가 될 이 수상경기 스타디움은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 곳에서 불과 2.5 킬로미터, 걸어서도 가볍게 이르는 거리에 프랑스 유일의 한국 사찰 파리 길상사가 위치해있습니다.

5년 뒤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이 지역에서 길상사도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건축 불사로 단장했습니다.

무소유의 가르침을 남긴 법정스님이 창건하고 이따금 머물렀던 경내 소림헌이 주지 혜원스님의 각고의 노력과 해인사 전 주지 향적스님의 도움으로 창건 26년 만에 깨끗하고 튼튼하게 다시 태어났습니다.

혜원스님 / 파리 길상사 주지

“파리 길상사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주신 전임 해인사 주지 향적스님께서 불사의 첫 디딤돌이 돼주셨는데, 오랜 준비 과정을 통해 법정스님을 다시 이곳에 모신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불사에 임했습니다”

생활 시설이면서 작은 예술품 전시관이기도 한 소림헌 공간은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건축 방식과 공간 구성에 담아냈습니다.

외벽 한쪽은 페인트 칠을 벗겨내 법정스님의 산골 오두막을 떠올리게 했고, 다른 쪽은 긴 나무 각재를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 법정스님의 올곧은 성품과 책의 이미지를 형상화했습니다.

김지건 / 프랑스 공인 건축사, 도시설계사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뜻처럼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건축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건축 외장재를 그라인더로 벗겨냈고요, 벗겨냄으로써 구조벽이 갖는 물성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는 개념을 도입한 것입니다.”

소럼헌 내부 공간도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흰색의 텅빈 공간에서 좌복 하나만을 펴놓고 명상을 할 수 있도록 꾸며졌습니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활용 가능한 이곳 내부도 자세히 살펴보면 구조물 하나 하나에 의미를 담은 설계와 소박하지만 품격있는 소품이 눈길을 끕니다.

건축가는 재능을 기부했고, 주지 스님은 빠듯한 건축비를 절약하기 위해 모든 자재를 직접 뛰어다니며 조달했습니다.

혜원스님 / 파리 길상사 주지

“이 한정된 공간에는 단 몇점의 작품, 한 작품만을 걸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소비 만능시대에 예술품 또한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소림헌 갤러리는 이러한 소비만능시대에 예술품 소비풍조와 다른 대체 갤러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길상사는 2024 파리 올림픽을 겨냥해 프랑스 현지인을 비롯한 세계인을 상대로 명상 프로그램 운영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올림픽 수상경기 스타디움이 들어서는 인근 공원의 숲과 호수길에서 걷기 명상을 하고, 세계적 명소 파리 디즈니랜드와 명품 아울렛 라발레 빌리지가 사찰 가까이 위치한 입지 조건을 적극 활용할 계획입니다.

혜원스님 / 파리 길상사 주지

“이 곳 파리 길상사도 올림픽을 계기로 접근성도 용이해질 것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될 것이란 확신이 있고, 더 나아가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교류하는 장소로 길상사가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부터 준비하도록 할 것입니다”

혜원스님은 이번 가을에 소림헌 옆 창고를 명상 전용 공간으로 개축한 뒤 내년 5월 소림헌 복원 불사 회향 법회를 봉행할 예정입니다.

세계 문화의 중심지 파리에서 길상사가 외롭게 고군분투해온 한국불교의 해외 포교가 2024 파리올림픽을 기점으로 중요한 전기를 맞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BBS뉴스 이현구입니다.

(영상 편집 = 남창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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