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 '2019 유라시아 시민대장정' 출정식

지난달 17일 출정한 ‘2019 유라시아 시민대장정’이 지난 8월9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부산 청년과 시민, 전문가 등 56명으로 구성된 시민대장정 단원들은 24박 25일간 5개국 10개 도시를 돌며 평화의 사절로서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들이 거쳐 간 구간은 무려 1만2천218킬로미터. 특히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맞아 통일 시대를 준비하고 분단과 통일의 경험을 가진 독일 베를린에서 분단의 아픔을 공유하고 통일의 경험을 교류했다.

 

◆식지않은 유럽의 한류열풍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시민대장정 단원들이 처음으로 방문한 유럽 도시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서부지역은 독일에, 동부지역은 소련에 분할 점령됐다가 1945년 해방되는 등 우리나라 역사와 비슷한 국가다. 폴란드는 냉전시대 소련의 위성국이었다가 1999년에 NATO에 가입하고 2004년에는 EU에 가입하는 등 많은 정치적 변동을 겪었다.

총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바르샤바 구시가지

아마 우리나라 많은 국민들은 폴란드가 아직도 낙후된 동유럽국가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 폴란드는 제2의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폴란드를 방문한 유라시아 시민원정대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이 지역 젊은이들의 한류열풍이었다.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한-폴란드 청년문화교류 행사에서는 폴란드 젊은이들의 한류에 대한 열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폴란드 아이돌 '어머나'팀이 음악에 맞춰 공연을 펼치고 있다

폴란드 대학생으로 구성된 ‘어머나’팀은 재미있는 팀 이름 뿐만 아니라 한국 아이돌의 노래를 안무와 함께 완벽하게 소화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한국을 사랑한다는 한 젊은 폴란드 여성은 정확한 한국발음으로 분위기를 리드하며 단원들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했고 금새 친해진 한-폴란드 청년들은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폴 청년문화교류

행사에 참석한 선미라 주폴란드대사는 “폴란드 젊은이들 사이에 퍼진 한류열풍은 기대이상이라며 부산이 폴란드와도 자매도시 결연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참가자 엄동현씨는 “베이비부머 세대인 자신은 냉전시대의 교육을 받았지만 대장정을 통해 가치관의 영점을 다시 조정했다”고 밝히고 “특히 한-폴 시민교류행사에서 K-팝으로 무장한 바르샤바 학생들이 한국말로 인사할 때 깜짝 놀랐다”며 “K-팝이라는 좋은 자산으로 2천년대생의 젊은 한국의 경제가 유럽시장에서 우뚝섰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폴 청년문화교류

특히 폴란드 일정 중 1970년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무릎을 꿇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희생된 유대인 위령비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던 ‘스퀘어 빌리 브란타’(Skwer Willy Brandta)와 전쟁의 아픈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바르샤바 박물관’을 방문한 시민원정대는 폴란드의 역사를 살펴보며 현재 악화된 한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던 유대인 위령비

Janusz Kwon 현지 여행사 대표는 “우리 나라 역사와 폴란드 역사는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열강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체득해서 지금은 제2의 전성기라고 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험을 보면서 안보와 경제를 튼튼히 해 우리가 열강한테 이길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바르샤바의 전쟁 흔적

 

◆베를린에서 울려 퍼진 평화의 선율

베를린 현지시간으로 8월7일 저녁 하이마트하펜 노이쾰른(Heimathafen Neukölln)에서 열린 부산-베를린 친선 평화음악회는 이번 대장정의 최고 하이라이트이자 감동의 순간이었다.

이번 음악회는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기념하고, 3.1운동 100주년에 즈음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생이 부산에서 베를린까지 열차를 타고 갔던 ‘손기정 루트’를 83년이 지난 지금 그 후예들이 다시 재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했다.이날 음악회는 짧은 준비기간에 공연장소 섭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지 관람객들이 대거 몰려드는 등 공연장을 가득 메우며 대성황을 이뤄 참가자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실제로 행사 시작 1시간 전까지 공연장이 텅 비면서 대장정 참가자들과 관계자들이 우리들만의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닌가 많은 걱정을 했지만 막상 입장이 시작되자 단원들의 자리마저 시민들에게 내주고 일부 관객들은 통로와 복도계단에 앉아 공연을 지켜봐야 했다.

이번 음악회에는 한국전통무용공연과 함께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참가해 브람스, 바흐,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물론 아리랑과 부산찬가를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전통음악과 무용이 펼쳐질때는 무대 뒷 배경에 신윤복의 ‘월하정인’이라는 그림이 삽입되는 등 주최측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특히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앵콜곡으로 베를린 시민들에게 친숙한 왈츠곡인 ‘베를린 루프트’를 연주해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독일인 클라우디 아테씨는 “인터넷을 보고 공연장을 찾게 됐는데 아주 최고고 멋졌다.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만 아마 다음 여행지는 한국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1972년에 독일에 정착한 교민 박화란씨는 “깜짝 놀랐다. 고전음악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얼마나 내 마음에 와 닿는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나도 한번 그 길을 지나가보자 그랬는데 감격을 받았다. 너무 장하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유라시아 시민대장정의 단장을 맡은 도용회 부산시의원은 “힘든 여정이었지만 단원들과 힘을 합쳐 아주 잘 왔다고 생각한다. 유라시아 철도 물류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 부산이라는 점을 각 도시에 알렸고 특히 베를린에서 음악회를 하면서 통일 이후를 부산이 준비 해야 된다는 것을 충분히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독일 현지에서 펼쳐진 부산시 도시외교

베를린 한국문화원 인근에 세워진 통일정

‘2019 유라시아 시민대장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부산시의 도시외교 활동이다. 이번 시민대장정에 부산시에서는 이병진 기획조정실장을 직접 현지에 파견해 베를린 시의원과 베를린시 유럽담당관을 만나 우호 교류확대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016년 제1기를 시작한 유라시아 시민대장정은 올해 제4기를 맞아 지난해까지만 해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종점으로 했지만 올해는 기차를 타고 아시아를 넘어 서유럽까지 횡단하기 위해 폴란드 바르샤바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대장정의 구간을 연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부산시가 주도적으로 남북협력과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먼저 분단과 통일을 경험한 독일 베를린에서 통일의 경험을 교류하고자 했던 것이 주목표였다. 참고로 현재 부산시는 독일의 함부르크시와 자매도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베를린시와의 교류는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정과 나란히 서있는 베를린 장벽

부산시 일행은 먼저 녹색당 출신의 안드레아스 오토 베를린 시의원을 만났다. 오토 시의원은 시민대장정이 비행기가 아닌 열차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친환경적이라며 급반색 하며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오토 시의원은 통일 과정에 대해 “사실 통일 속도에 대해 동독에서도 천천히 점진적인 통일을 원했지만 영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주변국의 지원 없이는 통일할 수 없었고 또 서독의 국내 정치적인 스케줄상 빨리 갈 수밖에 없는 여건이 형성되었다. 한국도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통일 과정을 소개했다.

안드레아스 오토 베를린 시의원과 부산시 일행

또 통일 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통일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경제적으로 동독지역이 많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농촌지역은 더 그렇다. 독일 연방정부에서는 낙후된 이들 지역에 인프라 구축을 위해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진 실장은 “앞으로 시민대장정을 계기로 베를린 시와 문화,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고 오토 시의원도 “교류는 언제나 좋다. 대학간 학술교류나 경제, 관광 등 특정 주제에 대해 교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배웅하는 오토 시의원

이병진 실장 등 부산시 일행은 베를린 시의원 면담에 이어 오후에는 게리 우프(Gerry Woop) 베를린시 유럽담당관이자 주정부 차관을 만났다. 게리 차관은 “동서독간 격차를 줄이는 문제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뤄진다. 공공서비스 분야는 이미 오래전부터 차이를 없애고 맞춰왔다. 시 차원에서는 주택개선사업 등 한국의 공공근로 같은 사업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게리 우프 베를린시 주정부 차관과 환담을 나누는 이병진 실장 일행

또 부산과의 교류에 대해서는 “베를린시는 주로 자매도시와의 교류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며 기회가 되면 부산과도 교류를 검토하겠다”고 말해 부산-베를린간 자매도시 체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24박25일의 대장정이 끝났다. 단원 구성이 역대 최강급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이번 참가자들의 열정은 대단했다. 50명이 넘는 인원이었지만 흐트러짐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김해공항에 도착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쏟아낸 눈물은 시간을 같이한 단원들이라면 모두 이해했을 것이다.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김해공항에서 화이팅!

이번 대장정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분위기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무엇을 배우고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고민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독일에서 만난 현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대다수 베를린 시민들이 한일 갈등이나 북핵문제 등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에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누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닌 분명 우리 스스로가 풀어야 할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년에 5기 시민대장정이 시작될 것이다. 민족의 자존감을 높이고 세계에 우뚝서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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