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이야 빨리 와줘" 울먹이며 걸려온 전화 목소리는 다급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1분 1초 시간이 고문과 같았다. 지옥철을 뚫고 달려간 경기 광명의 한 응급실..."꽉 붙잡고 계세요"라는 의사의 말만 따라 팔과 다리를 꿈쩍 못하게 붙들고 있어야 했다. 액상 수면제를 입에 넣으려는 의사와 공포에 떨며 있는 힘껏 발버둥치는 4살 아이의 끔찍했던 모습은 4년이 흐른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사고는 뜻하지 않은데서 발생했다. 당시 어린이집 폐쇄회로 TV를 확인해 보니 방에 둘러 앉아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화장실로 몰려갔고, 4살 아이는 앞서 들어간 친구가 닫는 문에 손을 뻗은 것이다. 순간 아수라장이 된 어린이집 폐쇄회로 TV 화면을 보고 있으니 다시 한 번 억장이 무너졌다. 찢겨진 여린 살갗과 빠진 손톱은 피부와 봉합하는 수술이 잘 끝나면서 4살 아이의 고사리 같은 손은 온전히 되찾을 수 있었다.

필자의 아들이 겪은 다시는 상기하기 싫은 이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 건 며칠 전 일 때문이다. 한국불교 1번지로 통하는 조계사가 다음 달 개원할 어린이집 내부를 일부 공개한 것이다. 손 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열고 닫는 문을 아예 없애고 미닫이문으로 전부 통일했다. 행여 조금이라도 다칠까 문틈에는 고무 패킹도 달았다. 전기 콘센트는 아이들이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을 위치에 설치했다. 방 벽면과 기둥, 모서리는 모두 쿠션으로 장식했다.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오는 9월 2일 문을 열 조계사 선재어린이집은 지금 원아를 공개 모집 중이다. 정원은 140명이지만 한창 뛰어놀 아이들의 활동 범위를 감안해 97명만 모집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한 쪽에서 아이들이 멜 가방 색과 디자인을 고르던 주지 지현 스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저희 선재어린이집은 다른 어떤 것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1순위로 해 꾸몄습니다." 적어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일은 없을 듯하다./문화부 정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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