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입니다’ - 불교계 소식

● 출 연 : 이병철 기자

● 진 행 : 고영진 기자

● 코너명 : 한 주간 제주지역 불교계 소식

[앵커]

요즘 습하면서도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요.

바로 연꽃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랍니다.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이 도내 연못마다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요.

연꽃을 보며 무더위를 이겨내 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매주 월요일 교계소식을 전하는 이병철 기자가 연꽃 소식을 갖고 왔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고영진] 연꽃하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인데요. 언제부터 연꽃이 불교의 꽃이라 불렸나요?

[이병철] 연꽃이라 하면 불교를 생각하게 되고 불교라 하면 연꽃이 떠오를 만큼 연꽃은 불교의 꽃으로 머릿속 깊이 새겨진 꽃이죠.

백합이 기독교와 깊은 인연이 있는 꽃인 것처럼 연꽃은 불교와 떨어질 수 없는 꽃이 되어 있습니다.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게 된 이유는 불교의 발생과 연관된 여러 가지 설화 속에 연꽃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싯달타가 탄생 때에 마야부인 주위에는 오색의 연꽃이 만발해 있었다고 합니다. 또 부처님이 태어나서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있을 때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태자를 떠받들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인도 성지순례를 두 차례 다녀왔는데요. 부처님의 8대 성지순례하며 부처님이 탄생지인 룸비니도 가 보았는데, 룸비니로 향하는 길 주변에 넓은 연못이 있습니다. 그 곳에 연꽃이 만발합니다. 연꽃은 인도의 국화이기도 한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연꽃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연꽃은 불교 발생지인 인도에서 오래전부터 귀하게 여겼습니다.

상서로움을 지닌 것으로 그래서 거룩한 부처님과 그 가르침을 연꽃에 비유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풍습은 중국, 한국, 일본, 동남아로 이어졌고, 불교의 전통을 지닌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대부분 국가가 연꽃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고영진] 또 연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징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이병철] 네, 맞습니다.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게 된 이유는 연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연꽃을 불교의 상징으로 여기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크게 3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진흙에 뿌리 내리고 피는 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더러운 곳에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한송이 꽃을 피운다는 이미지가 있지요.

그리고 둘째는 진리를 상징합니다. 연꽃은 꽃잎이 필 때 씨방도 함께 여뭅니다. 즉, 꽃이 자랄 때 꽃잎과 씨방이 같이 자라는 식물입니다. 인과를 상징하고, 과거 현재 미래 삼세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셋째는 불성이 있습니다. 꽃을 활짝 피운 연꽃은 씨앗이 떨어져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습니다.

그렇게 인고의 세월을 보내다 인연이 되면 다시 꽃을 피웁니다.

[고영진] 그래도 연꽃에 유명한 일화가 있잖아요. 이심전심을 상징하는?

[이병철] 네 맞습니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으로 굳어지게 된 데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이른바 부처님의 '염화시중(拈華示衆)'의 고사라고 할 것입니다.

부처님이 그의 후계자를 선정하는 방법으로 어느날 영산(靈山)에서 제자들을 모아 놓고 그들에게 꽃을 꺾어 보이십니다.

아무도 그 행위의 뜻을 알아보지 못했으나 오직 가섭존자만이 부처님이 든 꽃을 보고 빙긋이 웃었습니다.

꽃과 웃음이 동일한 의미라는 것이다. 그때 부처님이 가섭을 향해 "네가 법이 무엇인지를 아는구나"라고 말하고 그에게 법통을 이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이 광경을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말하죠.

[고영진] 그럼, 연꽃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으니 어디에 가면 연꽃을 많이 볼 수 있나요?

[이병철] 사실 제주는 육지, 즉 타 지방에 비해 연꽃을 많이 볼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왜 그럴 것 같으세요?

[고영진] 글쎄요. 환경적이거나 지형적인 영향이 크겠죠?

[이병철] 네 맞습니다. 제주는 황토가 아닌 그냥 물이 잘 빠지는 화산토죠. 연꽃이 잘 자라는 환경은 점토층 그러니까 물빠짐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주도 지형은 물 빠짐이 좋기 때문에 논농사를 짓는 곳도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제주지역에 그와 같은 환경이 조성된 곳에 연꽃을 볼 수 있는 사찰이 몇 곳이 있습니다.

우선, 도내 최대 규모의 구품연지를 품은 서귀포시 하원동 법화사입니다.

순백의 백련이 우리의 마음까지 청정무구의 세계로 인도하는데요.

특히 구품연지에는 수십 종의 다양한 생물들이 식생, 백로 등의 철새까지 날아들어 구품연지는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합니다.

특히 법화사 연꽃이 유명해서 몇 해 전에는 연꽃 축제를 하기도 했었는데요. 그런데 벚꽃도 축제를 하려면 그 피는 시기를 조절하는 게 참으로 어렵잖아요.

[고영진] 그렇죠. 벚꽃도 시기를 맞추지 못해 나무 아래 얼음을 갖다 놓는 등 그 피는 시기를 조절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연꽃도 꽃이 있어야 축제가 이뤄질 테니까요.

[이병철] 맞습니다. 특히 법화사 구품연지의 물은 예로부터 유명한 법화수입니다. 맑고 깨끗하기로 유명해서 법화사 밑에 마을인 서귀포시 하원동 사람들이 수도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그 물을 식수원으로 사용했으니까요.

또 용천수가 차갑잖아요. 그 물이 바로 구품연지로 흘러들어가다보니 물의 기온이 어느 정도 올라가줘야 꽃이 피는데 그 수량 조절이 쉽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물의 수위를 낮추고 그러면서 지금은 구품연지에 많은 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시 연동 선림사 연지에도 홍련, 황련. 백련 등 다양한 연꽃들이 한라수목원을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데요.

연지 주변으로 유심히 살펴달라는 어리연꽃을 비롯해 이곳을 뛰어노는 잠자리들과 금붕어 등 다양한 수중 생태계를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 밖에도 애월읍 광령리 향림사, 한경면 청수리 영축사, 한림읍 옹포리 월계사 등 도내 각 사찰마다 작은 연못에서는 어느덧 연꽃 봉오리가 활짝 피어나 불자님들이 한 번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고영진] 사찰 밖에서 연꽃을 볼 수 있는 곳도 있지 않나요?

[이병철] 네, 사찰 연지 이외에도 연꽃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애월읍 하가리 연지입니다. 이곳에는 홍련을 비롯해 수련, 어리연 등이 만개해 불자를 비롯해 연꽃 애호가들의 발길이 잦은 곳입니다.

특히 하가리 연지는 지난 2007년 1월 육각정과 목재데크 등을 정비해 생태관찰로를 조성되면서 가족이 함께 찾는 생태학습장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고영진] 앞서 말씀하시는 것 가운데 홍련, 백련 그리고 수련 등 연꽃 종류도 다양하네요.

[이병철] 붉은 연꽃을 홍련이라하고 하얀 꽃을 백련이라고 하는데요. 생태학적으로는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백련은 꽃과 뿌리가 홍련보다 작으나 약성이 상대적으로 강해 식용으로도 널리 사랑받습니다.

흔히 사찰에서는 연잎차를 많이 덖어 드시는데요. 특히 백련잎으로 많이 덖어드시는데 홍련잎은 독성이 있다는 소문도 떠도는데요.

팩트를 체크해 본 결과 연잎에는 대부분이 독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는 보통 다 덖어서 마시는데 덖으면서 잎의 독성이 다 사라진다고 합니다.

[고영진] 그리고 수련과 연꽃을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병철] 네 맞습니다. 엄연히 다른데 이를 헷갈려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수련은 잠자는 연으로 '수'자가 '물 水'가 아니라 '잠잘 수睡'입니다.

얼마나 잠을 많이 자면 수련이라 했을까 싶은데요. 사람은 잘 때 눈꺼풀을 덮지만 꽃들은 잘 때 꽃잎을 오므립니다.

수련은 개화초기에 흐리거나 해가 지면 꽃을 오므리고 해가 뜨면 꽃잎을 엽니다.

제가 차이점을 몇 가지만 설명드릴께요.

우선 연꽃의 연잎은 물에 1m이상 솟아 있어 물에 젖지 않지만 수련잎은 물에 젖습니다.

그리고 연잎은 둥글지만 수련잎은 갈라져 있습니다.

연꽃은 꽃속에 연밥이 있고 수련꽃은 연밥이 없습니다.

또, 연꽃의 뿌리는 연근이 있고 수련은 연근이 없습니다.

연꽃의 개화 기간은 7, 8월 두달이지만 수련은 5월부터 9월까지 5개월간 입니다.

꽃 한송이의 개화기간도 연꽃은 3일이고 수련은 5일입니다.

이 정도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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