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불교 지도자 초청 오찬 전 인사말을 준비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에게 앉아서 하시라며 자리를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문 대통령,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

문재인 대통령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국민통합 문제를 꼽으며 "불교의 화쟁사상처럼 논쟁하더라고 결국 하나로 합심하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청와대 인왕실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주요 지도자 13명을 초청해 오찬을 갖고 "국민들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기만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함께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로 마음이 모이기가 쉽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요즘 같은 세상에 국민들 마음이 다 같을 수 없겠다"면서 "정치적인 생각이 다르고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국가적인 어려움이라든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 대해서는 함께 마음이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것이 참 간절한 희망인데,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문재인 대통령은 언급은,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등 연일 터지고 있는 대내외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이념과 지역, 세대를 초월한 국민적 단결을 호소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정부가 역점을 둬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구축, 이런 대목은 불교계에서도 북한과 교류사업을 많이 하며 정부를 지원해주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교와의 깊은 인연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젊은 시절 해남 대흥사와 서울 선림사에서 고시를 준비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어지울 때면 절을 찾거나 불교 서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여름 휴가를 안동 봉정사에서 보낸 사실을 언급하면서 "당시 한국 산사 7곳이 한꺼번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에 그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여름 휴가철에 외국에만 가지말고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들도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갔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우리 한국인들의 DNA 속에는 불교신자가 아니라하더라도 불교적 인생관, 불교적 세계관 이런 것들이 깊게 배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탐진치 3독으로부터 벗어나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저를 이 자리에 올 때까지 계속해서 각성을 주는 아주 매우, 큰 가르침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전국 만여 개 사찰에서 8월 1일부터 100일 동안 나라와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올리도록 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또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은 더 큰 환란도 겪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큰 지도력에 따라서 함께 단결해 이번 난국을 잘 극복하도록 노력하겠고, 대통령께서는 지혜와 용기를 갖고 잘 이끌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습니다. 

아울러 한일불교우호대회를 40년 동안 지속해 온 불교계가 홍파 스님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조만간 일본에 보낼 계획임을 덧붙였습니다.  

원행 스님은 "동양의 한 선인은 큰 새가 날 때 바람을 가르고, 큰 물고기가 강을 거슬러 갈 때 기개를 갖고 지도력을 바로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대통령께서 큰 용기와 지혜를 갖도록 기도를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불교계 수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만남은 지난 2월 18일 7대 종단 지도자 오찬 이후 다섯달 여 만입니다.

오늘 오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 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성 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 총지종 통리원장 인선 정사, 대각종 총무원장 만청 스님,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 스님, 조계종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 원경 스님, 조계종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조계종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 육문 스님, 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 등 13명이 참석했습니다.
 

합장하는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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