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산업이나 신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관련법이나 규제가 따라가지 못해 기업이나 창업자들이 꿈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야심 차게 준비한 것이 ‘규제 샌드박스’인데, 시행한 지 6개월이 됐습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고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지, 경제산업부 권송희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권송희 기자.
< 기자 >
네.
< 앵커 >
우선, ‘규제 샌드박스’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 기자 >
네.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규제에 가로막혀 시작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른바 ‘선 허용 후 규제’로,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것입니다.
이는 영국의 핀테크 사업에서 도입됐고, 우리가 이것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벤치마킹한 것인데요.
어린이들에게 자유롭고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모레 놀이터를 만들어주듯이, 기업에도 혁신사업을 시험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자는 겁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데요. 대표적인게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서 나온 공유차량이나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주행, 헬스케어, 드론 등 미래 산업이 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는 정부가 일시적으로 시장 출시를 허용해주는 ‘임시허가’와 제품, 서비스를 시험 검증하는 동안 규제를 면제해주는 ‘실증특례’로 구분됩니다.
< 앵커 >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지 6개월이 됐다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전해주시죠.
< 기자 >
네. 이 제도는 현재 ICT 융합 분야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 특구는 이달 말 첫 승인사례가 나올 예정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 1월 시행 이후 6개월 동안 정부의 연간목표 100건 중 80%인 81건이 지정됐습니다.
이진수 과기정통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서트1 / 이진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제도혁신과장>
“그동안 막혀있었던 공유경제라든가 데이터, 디지털 헬스 케어 부분의 혁신사례들이 지정됐다는 걸을 저희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현장에서도 스타트업들이 활로가 열어졌다 이런 평가를 받는 게 굉장히 뿌듯한 점”
이 밖에도,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5G, AI 등 신기술의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 앵커 >
규제 샌드박스로 스타트업이 활로를 열었다고 정부 관계자는 자평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소개해줄 만한 사업이 있나요?
< 기자 >
네. 대표적으로 국회 앞 수소충전소를 비롯해 손목형 심박계 등 디지털 헬스 케어, 모바일 기기 고지서 등이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례입니다.
최근에는 공유주방과 앱 기반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를 시작으로 공유경제 확산의 시발점을 마련했는데요.
택시동승 서비스에 대한,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서트2 /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
“이 서비스는 규제 샌드박스 시행 이후 첫 모빌리티 플랫폼 승인 사례로써, 택시, 플랫폼 기업, 이용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좋은 상생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목적지가 비슷한 승객 두 명이 앱을 이용해 자발적으로 택시를 동승 할 수있게 됐습니다. 동승 구간 70% 이상인 경우만 매칭을 해주고요. 요금은 반반씩 냅니다.
심야 시간 승차난이 심한 강남과 종로 등 일부 지역에서 서울 택시에 한해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은 승차난 해소와 교통비 절감, 또 택시기사에게는 수입 증대 등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 앵커 >
택시동승이라든지 공유주방 같은 것은 자영업을 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어느정도 성과도 있지만, 규제 샌드박스의 한계도 지적되고 있는데 어떤 점들을 보완해야 할까요?
< 기자 >
네. 앞서 설명드렸듯이,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 시켜주는 것이 핵심인데요. 그렇다 보니 결국 급한 불을 끄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먼저, 법적 규제는 통상적으로 포지티브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로 구분됩니다. 포지티브 규제는 정책 ·법률상으로 허용되는 것을 정해주고, 그 외의 것들을 막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네거티브 규제는 그 반대입니다. 정부가 규제의 끈을 꼭 틀어쥐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규제하고, 나머지를 풀어주게 되면 충분히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어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언급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인서트3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아직까지 우리 수준은 규제 샌드박스 아니더라도 네거티브 규제를 좀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될 수도 있는 과제도 있습니다만 어쨌든 이걸 하나의 우리가 경험해봄으로써 규제에 대한 성공사례를 만들어가면서”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도 한국에 규제 완화를 권고했습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하고 있는데요. 다만,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 앵커 >
국민의 눈높이에는 아직 미흡하고 사회적 갈등도 해결해야 하는데, 어떤 과제가 남아있습니까.
< 기자 >
먼저,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는 "정부가 규제혁신의 첫 발을 내딛었다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출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풀어주려는 노력, 국회와 협의를 통한 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기업과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는데요. 들어보시죠.
<인서트4 / 김홍국 경기대 겸임교수>
“대기업들이 이렇게 갑질하고 스타트업 기업을 하청하고 또 재하청하는 그런 방식으로 나가는 현재 기업들의 인식으로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생존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공생하고 상생하는, 그리고 국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롭게 일하려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법안들 통과해 나서기를 기대합니다.”
사회적 갈등을 예로 들면, 아시겠지만, 대표적인 사례로 차량공유서비스 ‘타다’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우버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서비스가 못 들어오나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이에 반대하는 택시 업계에서 분신을 시도해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저항이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처럼, 기존산업과 신산업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보니 상생방안과 사회적인 공감력이 중요한데요.
규제 샌드박스 역시, 무엇보다 국민 편익에 부합하느냐 또, 우리 자녀 세대에게 물려줄만한 미래지향적인 규제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해 보입니다.
< 앵커 >
경제산업부 권송희 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