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30여년 전 불법으로 쓰레기를 매립한 땅을 산 사람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는 지자체를 상대로 쓰레기를 제거해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지자체에 제거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장 모씨가 김포시를 상대로 낸 매립물 제거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오늘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토지 지하에 매립된 쓰레기는 매립된 후 30년 이상 지났고, 그 사이 주변 토양과 뒤섞여 토양을 오염시키고 토양과 사실상 분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재돼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러한 상태는 토지 소유자가 입은 손해에 불과할 뿐 쓰레기가 현재 별도의 침해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습니다.

매립된 쓰레기를 제거해달라는 이른바 '방해배제청구권'은 침해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경우에만 청구가 가능한데, 쓰레기가 토양과 뒤섞여 구분이 어려운 경우에는 침해가 이미 종료됐다고 봐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김포시는 1984년부터 1988년까지 A씨 소유의 땅에 쓰레기를 불법으로 매립했으며, 2010년 A씨로부터 이 땅을 산 장씨는 지하에 대량의 쓰레기가 매립된 사실을 알게 되자 쓰레기를 제거하거나 쓰레기 제거 비용 1억5천346만원을 손해배상 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김포시에 쓰레기 제거 의무가 없다, 2심은 제거 의무가 있다고 엇갈린 판결한 데 대해 대법원은 '방해배제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지자체가 불법으로 쓰레기를 매립했더라도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났다면 토지 소유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제거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는 취지여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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