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이 뜨지 않는경우 여기를 클릭하여주세요.

*출연 :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정인교 교수

*앵커 : 양창욱 정치부장

*프로그램 : BBS 뉴스파노라마 [인터뷰, 오늘]

양 :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외교'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는데요, 어떤 취지인지 누구나 금새 알 정도로 말은 참 좋은 말이죠. 이 정부들어 사실상 청와대의 심부름센터에 전락한 외교부는, 이 옷으로 충실히 갈아입기 위해 정권 내내 노력하고 있죠. 그러나 동서고금을 통해 외교는 전문 외교관이 하는 겁니다. 외교에 외자도 모르는 얼치기 이상주의자들과 정략적 계산만 앞서는 정치인들, 그리고 감정만 내세우는 국민들이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좋은 전범이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과거사에 대한 진실된 반성이 실종돼 빚어진 정치적인 사건에 경제보복을 단행하는 일본 정부의 졸렬함과 치졸함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지만요, 이것에 대처하는 우리도 무능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반일감정'이라는 국민정서와 여론을 국내정치에만 이용하기 바빴던 청와대와 여당 정치인들은 미국마저 눈을 감자 지금 뾰족한 수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외교부와 기업 등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합니다. 일부 언론 등 일각에서는 외교부가 제대로 뛰지 않았다, 일본통을 안 키웠다, 무슨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다 등등 외교부에게만 화살을 돌리고 있는데, 이 정부 들어와서 외교부가 언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습니까? 그 모든 것을 청와대가 다 간섭하고 지시하며 시어머니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처음부터 힘도 제대로 안 실어 줘놓고 욕만 하면 안 되고요. 여하튼 총체적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이제야 대통령도 나서려는 모습인데,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정인교 교수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시죠?

정 : 네, 안녕하세요.

양 : 무대응로 일관하던 청와대가, 아베 총리가 직접 비난하고 언급해서 그런가요, 단호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남의 일처럼 이러저리 떠넘기며 침묵으로 일관하다 이제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이게 과연 실효성 있느냐, 지금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네요.

정 : 글쎄요. 정부 입장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감정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또 조치를 발표할 필요성은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사태 해결에 정말 도움이 될 것인가는 좀 더 진지하게 분석하고 생각해봐 된다고 생각합니다.

양 : 네, 지금 말씀을 주셨으니까 좀 보면, 많은 분들이 이런 걱정을 많이 하세요. 외교의 기본적인 본질, 차가운 본질은 모르고 외면한 채, 국민들의 반일감정만 이용하면서 지금 너무 아마추어적으로 미숙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들이 많더라고요.

김 : 예. 뭐. 저도 그런 비판을 접했고요. 가급적이면 이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정치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국회에서도 여야의 중진의원들도 지적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분들도 다 같이 그동안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어떤 결정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불만이 쌓여왔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가 관리를 잘 못해 이런 일이 터졌고 따라서 이것은 외교적으로 해결해야지, 우리가 무슨 일본과 대등하게 맞대응을 할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 : 그럼 지금 우리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여러 가지 조치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우선 WTO 제소라는 것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 저를 비롯한 학자들도 일본의 조치가 WTO에 명백하게 위반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는데, 이것을 단정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일본 역시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한테 졌기 때문에 WTO에서 또 다른 패배를 안아 부담을 갖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이 내 건 것은 GATT 제21조에 있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느꼈을 때 해당 국가가 일정 부분 수출제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많이 거론했고요.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도 일본이 한국에다가 핵심 부품 소재를 수출을 해왔는데, 갑자기 뭐가, 바뀐 게 뭐냐 이렇게 따져 물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판단하는 여부는 해당 국가의 자의적인 결정으로 가능하게 돼있거든요. 우리가 이렇게 생각했다고 그러는데, 더 이상 왜 그랬냐, 증거가 뭐냐, 이렇게 물을 수도 없는 게 현재 WTO 규정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조항도 이야기하는데, 실효성이 매우 약하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다 또 결정적인 이유는 WTO에서 최종심이라고 하는 게 상소기구가 있습니다. 우리가 수산물 분쟁에서도 이겼던 것도 상소기구의 판결에서 이겼다고,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상소기구가 작동되려고 하면 소위 재판관이 최소 3명이 있어야 하는데, 미국이 이 상소기구나 WTO 분쟁해결 절차에 대해 불만이 워낙 많아서 상소위원 임명을 그동안 거부해왔어요. WTO 체제에서는 단 한 국가라도 반대를 하면 새로운 상소위원 임명이 안 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올 연말에는 상소위원이 한 명만 남게 됩니다. 그러면 이것은 WTO에 아무리 제소를 해도 판결을 해 줄 사람이 없게 된다는 겁니다. 우리 통상 당국이 그것을 모를 리가 없거든요. 그럼에도 WTO에 가져가서 일본을 응징하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잘못된 접근이다,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양 : 그렇군요. 또 WTO 제소는 시간도 많이 걸릴 뿐더러...

김 : 시간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제는. 원래 상소기구가 작동이 잘 돼도 보통 2년 반이나 3년이 걸리는데, 이게 문제가 10년이 걸릴지, 언제 회의가 열릴지도 모르는 판국인데, 이런 상황을 두고 WTO에 상소, 제소를 하겠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 : 그런데 교수님, 우리 정부의 미숙한 대응, 이런 허를 찔리는 대응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이것보다 앞서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이런 정치적인 일에서 비롯된 것을 경제적으로 보복했단 말이에요. 이런 치졸한 행위는 분명 일본이 먼저 한 것이고 잘못이죠, 그쵸?

김 : 그 부분은 뭐 일본이 백번 비난받아 마땅하고요. 우리가 이제 그러면, 이렇게 치졸한, 특히 일본이 직전에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그런 국가가 되겠다고 세계 만방에 외쳤는데, 그리고 나서 바로 며칠 후에 이런 조치를 발동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이것을 국제적으로 문제 삼아서, 이런 대목을 적극 다른 나라들에게 알리는 거죠. 그래서 일본이 압력을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인데, 우리도 또 무슨 조치를 취한다고 하는데, 그럼 우리도 똑같은 나라가 돼버리는 것 아닙니까? 그렇게 우리가 맞대응을 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사실은 보이지도 않는 거싱고, 그래서 국제적인 압력을 고려한다고 하면 우리는 역시 자유로운 무역체제나 글로벌 경제체제가 유지되는 게 모든 나라한테 도움이 된다, 이런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가야지, 국민들한테 보라고, 맞대응 한답시고 조치 취하고, 해외에 나가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조금만 알 만한 사람들은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도대체 뭐냐라고 물어볼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정부의 접근 방식이 뭐라고 그럴까요, 국민들의 정서에만 야합하고 아부떠는 그런 쪽으로만 가고 있지, 실질적인 접근은 못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양 : 그러면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문제를 결국 어떻게 풀면 좋겠습니까?

김 : 결국은 우리가 한일관계를 계속 이렇게는 가져갈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버리고, 정말로 미래를 보고, 또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지금은 미중 통상마찰이라고 해가지고 세계 경제환경이 상당히 어려워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슨 갑자기 뭔 긴급 예산을, 추가경정예산을 만들어서 경제를 살리려고 그렇게 무단히 정치적으로 애를 쓰면서, 당장 우리 기업들이 바로 깨질 수 있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버티고 있고, 이런 것은 정말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정말 국익이 뭔가, 뭐가 어떻게 하는 것이 국익에 가장 바람직한가, 이 잣대만을 놓고 국익 차원에서 국가의 그런 대외정책을, 특히 일본 관계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봅니다. 98년도 당시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오부치 일본 수상하고 한일관계 신시대를 열자 해서 공동선언도 발표했고, 그 뒤에 우리가 월드컵 공동개최도 하고 한일 관계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 후 십 몇 년 간. 그런데 그 이후에 과거사 문제로 비틀어지고 이렇게 되면서, 아니 뭐 과거사를 바로 잡아야 되는 것, 이 중요성은 우리가 계속 강조할 수는 있지만, 결국 이렇게 우리가 아주 어려운 곤란한 지경을 당할 때까지 일을 끌고 온 것은 정말 우리가 반성을 해야된다고 봅니다. 물론 일본이 잘했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고요.

양 :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 : 네, 감사합니다.

양 :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정인교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