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김수현 정책실장 후임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경제수석 후임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 윤종원 전 경제수석인 인사말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호승, 김수현, 김상조, 윤종원

 청와대 경제사령탑이 전격 교체됐다. 정책실장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수석에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이 기용됐다. 전임자인 김수현 정책실장과 윤종원 경제수석은 1년도 되지 않아 교체됐다. 경제성과 미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 대내외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한계가 있지만, 엄중한 경제현실 앞에선 어쩔 수 없는 인사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기재부와 공정위 등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사로 여겨진다. 말 그대로 번개가 급작스럽게 들이치듯 ‘전격(電擊) 교체’가 아닐 수 없다. 사전 징후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기자들 사이에서 하마평으로 오고가는 애기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항설(巷說)에 불과할 뿐, 인사교체설로 돌지는 않았다. 청와대 경제사령탑이 교체되면서 당장 공정거래위원장과 기재부 1차관 자리가 비었다. 그래서 개각설도 나돌고 있다. 소폭이 될지 중폭이 될지는 지켜봐야하지만,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개각 가능성은 높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청와대 경제사령탑이 발표된 이후 전격교체 평가가 나왔지만,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그 근거를 읽을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기업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으로 갈수록 한국경제가 위축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아시다시피 참여연대 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재벌개혁론자’이다. 김광두, 조윤제 교수 등과 더불어 문재인 캠프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공정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재벌 지배구조 개선과 총수일가 사익편취 근절, 그리고 하도급 문화 개선 등에 성과를 냈다.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현정부의 3대 경제정책을 가속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의 정책기조가 한층 강화되면서, 환경변화에 즉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그리고 대외경제여건이 결코 녹록치 않다. 여기에다 정치 리스크도 상당히 크다. 국회에는 추가경정예산안이 제출된지 60일이 되어가지만, 처리 기미 조차 보이지 않는다.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이지만, 국회 심의는 착수단계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10년간 추경안이 국회 통과에 걸린 최장기간 기록 45일을 훌쩍 넘겼다. 뒤늦게 나마 추경이 통과되어도, 그 당초 취지와 효과가 발생할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경제정책 리더쉽에서 패싱(passing)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말하자면, 실세그룹에 속하는 김상조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기재부 1차관이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겠냐는 우려이다. 그러나 ‘원톱(one top) 경제부총리’의 원칙이 훼손되서는 안 된다. 무엇 보다 경제팀의 팀웍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대내외 경제여건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경제팀 마저 불협화음을 내면, 아수라장(阿修羅場)이 아닐 수 없다. 팀웍의 견조세가 살아 있는 가운데 작금의 경제난을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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