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슬로 연설을 통해 남북 접경지대 문제 해결을 위한 '접경위원회'의 설치를 사실상 북한 측에 제안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 1970년대 독일에 설치된 동서독 접경위원회가 동독과 서독의 소통을 강화한 것처럼, 남북 사이에 접경위원회가 남북 간 신뢰 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오슬로대학 법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슬로포럼에 참석해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접경지역의 피해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며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 따라 설치된 '접경위원회'는 협력의 좋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독과 서독은 접경지역에서 화재, 홍수, 산사태나 전염병, 병충해, 수자원 오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접경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공동 대처했다"며 "이런 선례가 한반도에도 적용되어, 국민들 사이에서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이 자라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접경위원회가 설치되면 우선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질 경우 무력 충돌 등 분쟁위협이 현격히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른 전방 GP철수 등 접경지역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자연재해 공동대응 등 협력까지 이뤄진다면 군사적 긴장이 더욱 완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언급한 '국민을 위한 평화'의 관점으로 봐도 접경위원회가 설치될 경우 그 역할이 적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일상을 바꾸는 적극적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한다. 보이지 않는 바다 위의 경계는 어민들의 조업권을 위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유럽의 경우 라인강과 다뉴브 강 등 큰 강을 중심으로 접경지역에서 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이를 국가들이 공동 관리해온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남북의 대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배들이 동해안 오징어를 쓸어가는 일도 있었고, DMZ에서 산불이 나 남과 북으로 번지는 일도 있었다. 한탄강 홍수로 인명 피해도 생긴 바 있다" 이는 남북이 조금만 협력해도 벌어지지 않을 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유럽의 경험을 보며 우리도 지금부터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이처럼 접경지역 교류·협력을 바탕으로 남북 간 소통이 활발해지고 국민들 사이에 신뢰가 쌓일 경우, 한반도 비핵화 등 큰 흐름에도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 대통령은 "평화가 내 삶을 나아지게 하는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 생각이 모일 때, 국민들의 마음의 분단도 치유될 것"이라며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커다란 평화의 물줄기도 더욱 힘차게 흐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