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 법률 이야기

● 출 연 : 강전애 변호사

● 진 행 : 고영진 기자

● 2019년 6월 10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법률 이야기

[고영진] ‘강전애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 오늘도 월요일을 밝히는 그녀 강전애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강변호사님 안녕하세요?

[강전애] 안녕하세요. 강전애 변호사입니다.

[고영진] 오늘은 어떤 생활 속 법률 이야기를 해주실 건지 기대가 되는데요.

[강전애] 요즘 ‘갑질’이라는 표현을 여기저기서 많이들 보게 되는데요. 몇 년 사이 거의 일상용어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건물의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갑질한다’고 하면 모욕적일까요? 진행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고영진]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쭤보시는 건가요? 그건 변호사님께서 전문이시니… 저 같은 일반인이 보기에 형사상 죄가 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건물주 입장에서 ‘갑질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은 나쁠 거 같긴 한데요.

[강전애] 상대방에 대해 "갑질을 한다"고 비난했더라도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최근 나왔습니다. 불쾌한 표현이긴 하지만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인 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인데요. 대법원은 최근 모욕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고영진] 모욕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긴 했는데요. 역시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 판사의 판단은 다른 걸까요?

[강전애] 판사들의 입장도 달랐습니다. 이 사건의 1심은 박씨에 무죄를 선고했었어요. 그러나 2심은 "'갑질'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권력의 우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부당한 행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벌금형을 선고했었죠.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에서의 최종 판단은 무죄인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사법체계가 3심제라는 것은 청취자분들께서도 잘 아실텐데요. 이렇게 형사사건에서 1심 무죄 2심 유죄 3심 무죄 이렇게 판단이 바뀌는 경우는 사실 많은 편은 아닙니다.

[고영진] 네, 그렇군요. 이 판결의 사실관계가 궁금한데요.

[강전애] 피고인이 된 박씨는 2016년 대구의 한 건물 1층을 임차해 미용실을 운영하다 그해 5월 새 건물주인 A씨와 화장실 사용 문제 등으로 다퉜습니다. 박씨는 2017년 8월 '건물주 갑질에 화난 미용실 원장'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미용실 홍보 전단지 500장을 제작해 지역 주민들에 100장을 배포하고 15장을 약 두 달간 미용실 정문에 부착했었죠. 이에 검찰은 "박씨는 A씨가 건물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세입자에 갑질을 하는 사람이라는 취지로 모욕했다"며 기소한 것입니다.

[고영진] 그렇군요. 검찰에서는 유죄라 판단해 기소했고, 결과적으로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거네요.

[강전애] 대법원에서는 "전단지에 기재된 '갑질'이라는 표현의 의미와 전체적인 맥락, 표현의 방식 등 전후 정황을 살펴보면 박씨가 사용한 표현이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되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건물주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고영진] 아, 그러니까 대법원에서도 ‘갑질’이란 표현에 건물주가 기분이 나쁠 수는 있지만 모욕죄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본 거군요. 그러면 좀 납득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강전애] 형법에서 모욕죄에 대한 규정을 말씀드릴게요. 형법 제311조에서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312조에서는 모욕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고영진] 흔히 ‘친고죄’라고 하는 거죠? 모욕죄가 친고죄라면 피해자가 반드시 고소를 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그럼 앞서 봤던 사건에서도 피해자인 건물주가 고소를 했겠네요.

[강전애] 그렇죠. 피해자가 가해자를 국가로부터 처벌받게 하고 싶다는 의사의 표시로 ‘고소’라는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접수할 때에만 이 죄에 대하여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을 거쳐 사법기관인 법원에서까지 다루어집니다. 그런 절차를 거쳐 가해자가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게되면 전과가 생기게 되는 거고요. 이렇게 가해자가 유죄판결로 벌금 1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면, 가해자는 그 벌금을 피해자가 아닌 국가에 자신의 죄값으로 납부를 하게 됩니다. 그 벌금이 국가에서 받아 피해자에게 주는 것은 아니고요. 피해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별도로 법원에 손해배상청구를 원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고영진] 그렇군요. 합의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강전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욕죄는 형법에서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데요.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사단계 즉 가해자가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과정에서 합의를 하게 된다면 검찰에서 법원으로 사건을 넘기는 기소 자체를 하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이미 기소된 상태에서 재판 진행 중 합의를 하게 되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조금 어려운 말인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전과가 남지 않게 된다는 거죠.

[고영진] 합의를 할 때 민형사상 합의를 같이 진행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요?

[강전애] 네, 그런 경우 민사소송은 별도로 진행하지 못합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올 것 같으면 빨리 피해자와 민형사상 합의를 하시는 편이 좋겠죠. 왜냐면 가해자 입장에서는 유죄판결로 전과도 생기고, 그 유죄판결을 근거로 해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로서 위자료는 인정될 수밖에 없거든요.

[고영진] 네, 그렇군요. 결과적으로 아까 대구의 박씨는 무죄가 되었으니 피해자인 건물주에게 손해배상청구를 당할 일도 없겠네요.

[강전애] 모욕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박씨가 건물주에게 ‘갑질한다’고 표현한 것이 불쾌하고도 무례한 표현이라고 대법원에서 판단했다는 부분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서로 더 배려하고 따뜻한 말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영진] 네, 오늘도 감사합니다. 강 변호사님.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강전애] 네, 즐거운 일주일 되시고요, 다음 주 월요일에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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